‘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뒤숭숭합니다. 에스엔에스(SNS) 타임라인엔 온통 그 이야기밖에 안 올라오네요. 이런 시절에,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게 목적인 ESC를 만드는 게 마음 편하진 않습니다.
늘 그랬습니다. 이슈 하나의 지속력이 채 일주일이 안 된다는 ‘역동적인’ 나라 대한민국에서 슬픈 뉴스, 화나는 뉴스는 어쩌면 일상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는 뉴스가 쏟아져 나올 땐 ESC를 만드는 저희의 신경도 그리로 쏠릴 수밖에 없지요. ‘웃기게’ 기사를 쓰다가도 “하,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곤 합니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명제에서 ‘알리바이’를 찾아봅니다. 아무리 슬프고 화나도 밥은 먹어야 하고 사랑도 해야 하기에, 그 와중에도 웃을 수 있어야 살아갈 힘이 나기에, 저희가 애써 만드는 기사와 사진들이 ‘세상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어봅니다.
이렇게 가슴이 답답할 땐 이병학 선임기자가 소개한 경기도 양평의 소리산에 다녀와도 좋을 것 같네요.(‘수리 닮은 바위산에 단풍꽃 불붙다’ 기사 참조) 쉬엄쉬엄 3시간이면 절정에 이른 울긋불긋 단풍꽃을 구경하고, 달콤한 석간수까지 만끽할 수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러고 나면 조금은 시름이 풀리지 않을까요? 물감을 풀어놓은 듯 새파란 하늘 아래 흔들리는 단풍을 볼 수 있는 날이 그리 길지 않으니, 길을 나설 이유는 충분하지요.
남쪽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강제윤 시인이 조선홍합과 뿔소라 구이의 감칠맛이 기막히다고 ‘자랑’한 해녀밥상 맛보러 여수 소리도에 가 봐도 좋겠네요.(‘강제윤의 섬에서 맛난 밥상’ 참조) 섬 여러 곳에 보물이 있다는 옛이야기가 전해진다 하니, 운이 좋으면 진짜 보물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이번 주말엔 우리 모두 평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조혜정 팀장 z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