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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난 대중이 뭘 좋아할지 아는 게 전부”

등록 2016-11-16 19:59수정 2016-11-17 11:42

[ESC] ‘쿡방’ 스타·프랜차이즈 업계 ‘큰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본가 논현본점’ 3층에 위치한 조리개발실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본가 논현본점’ 3층에 위치한 조리개발실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그가 보자마자 나에게 호빵을 건넸다.

“이런 호빵 본 적 있나요?”

지난 10일 저녁 6시. 서울 논현동 ‘본가 논현본점’에서 그를 만났다. 백종원(50) ‘더본코리아’ 대표가 내민 호빵은 속이 짜장이었다. 짜장호빵, 곧 편의점에서 선보일 신메뉴라고 했다. 그는 ‘먹방’, ‘쿡방’ 시대에 아이돌 스타 버금가는 인기를 얻었다. 치솟는 인기만큼 갖은 논란이 그의 이름에 따라붙었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는 그가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가 이슈가 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찬열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더본코리아가 음식점이 아닌, ‘도소매업’을 하는 중소기업으로 지정돼 골목상권 진출에 제약을 받지 않는 등 혜택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액 980억원, 공정거래위원회 등록 식당 브랜드 19개, 총 점포수 1267개인 더본코리아가 ‘중소기업’이라니? 국회에선 더본코리아가 제약 없이 영세 자영업자들의 업종에 진출해 이들을 궁지에 몰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백 대표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지난해 그와 관련한 ‘설탕 논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을 때도 쉽지 않았던 인터뷰였다.

-더본코리아가 어떻게 중소기업인가?

“매출의 80%가 고기 등 식재료를 점주들에게 납품해서 생긴다. 식당도 직영점은 거의 없고, 99%가 가맹점이다. 식자재 도소매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거다.”

-길을 걷다 보면 더본코리아 브랜드가 한 블록마다 있다.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도대체 브랜드는 왜 그렇게 계속, 많이 만드나?

“창업하고 싶은 사람이 국숫집만 하고 싶겠는가? 고깃집도 하고 싶고, 중국집도 하고 싶을 것이다. ‘새마을식당’으로 성공한 점주가 ‘홍콩반점’ 하면 안 되는 건가. 그게 왜 문어발 확장인가. 시장에서 새 업종을 하려는 이들이 잘 정착해 같이 상승하도록 하는 것이 프랜차이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여러 개의 브랜드를 만들어서 창업자들이 고르도록 하고 소비자들도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사업이다.”

-브랜드는 수명이 있다. 그래서 기업도 ‘세컨드 브랜드’를 만든다. 그 한계가 와 새 브랜드를 계속 만드는 건가?

“현재 프랜차이즈를 진행하고 있는 브랜드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만들었다. 싸고 괜찮은 음식 만들어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게 내 꿈이다. (그런 아이디어가 떠올라) 시범 케이스로 만든 한두 개 점포도 공정위에 등록 안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더 많아 보이는 거다.”

-골목상권 침범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먹자골목은 이미 상업화, 상권화된 곳이고 골목상권은 서서히 상권화되는 곳이다. 우리는 골목상권에 들어간 적이 없다. 먹자골목 같은 상권에서 같은 권리금을 내고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인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옆 가게가 삼겹살집이라고 해서 삼겹살집을 열면 안 되나.”

-‘빽다방’은 2006년에 만들었지만 2013년에 가맹 1호점이 탄생했다고 들었다. 거의 존재감 없던 브랜드인데 백 대표가 유명해지면서 점포 확장으로 이어진 것 아닌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꼴이다. 커피는 원가가 낮아 마진율이 높기 때문에 소형 카페가 우리 말고도 최근 많이 생겼다. 방송 해서 덕 보지 않았느냐고 하면 할 말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음식 연구하고 많은 사람을 만난 내 노력의 결과물이다.”

-한국은 창업자 10명 중에 8명이 망하는 시장이라고 한다.

“장사가 안되면 권리금이라도 받자고 식당을 팔아버리는 이들이 많다. 점주가 닫아도 본사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 한국은 식당 하면 2년 안에 본전 뽑으려고 한다. 본사도 수익 내려고 속이는 게 지금 창업 시장의 현실이다. 하지만 외식업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음식을 좋아하고 음식 사업에 열정이 있는 이가 해야 한다.”

’더본코리아’의 브랜드 중 하나인 ’홍콩반점’의 짬뽕.
’더본코리아’의 브랜드 중 하나인 ’홍콩반점’의 짬뽕.

-‘빽다방’ 원두나 다른 브랜드들의 식재료가 너무 싸구려라고 하던데?

“프랜차이즈 커피 원두의 가격과 질은 거의 비슷하다. 싼 원두 아니다. 개인이 직접 로스팅 하는 데는 원가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커피값을 1만~2만원 받아도 된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은 다르다. 홍콩반점 오징어, 새마을식당 돼지고기 다 국내산이다. 음식 가격이 저렴하다고 재료까지 싸구려일 거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저서 <돈 버는 식당, 비법은 있다>에서 ‘음식점은 양념 간을 강하게 해야 한다’고 적었다. 방송에서도 설탕, 조미료 넉넉히 넣으라고 한다.

“예전에 요리책 읽고 실망한 적 많았다. 그대로 만들면 맛이 없었다. 짜게 먹는 이, 싱겁게 먹는 이, 사람마다 다르다. 짜게 먹는 사람이 싱거운 거 먹으면 별소리 안 하지만 싱겁게 먹는 이가 짠 거 먹으면 욕한다. 음식 프로그램이나 요리책들은 싱거운 맛을 기준으로 구성한다. 누구한테도 욕을 안 들으려는 거다. 내 요리방송은 간을 세게 한다. 음식을 만들어 맛있다고 느끼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이다.”

“창업자·소비자가 고르도록
여러 브랜드 만드는 게 왜 문제냐
방송으로 유명해졌다고
사회적 책임 요구하는 건 무리”

-조미료 예찬론자가 아니라는 건가?

“예찬론자는 아니지만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조미료가 몸에 좋네, 나쁘네 고민하면서 먹을 필요 없다. 왜 음식을 스트레스 받으면서 먹어야 하나? 건강 생각해서 설탕, 소금 안 넣고 생식하는 사람, 이해가 안 간다. 육체적으로 좋을 수는 있으나 감정적으로는 아닐 수 있다. 밥 먹는 시간을 기다리고 먹을 때 맛있게 먹고, 늘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게 나는 좋다.”

-방송을 통해 유명해졌다. 음식 하면 백종원을 꼽으니 사회적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많은 이들이 음식은 그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만들고,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건강한 음식 찾는 이도 있고, 사찰음식 좋아하는 이도 있듯 나처럼 대중음식 만드는 이도 있어야지. 그러면 라면, 햄버거집은 다 없어져야 되나? 웃기는 거다. 사회적 책임? 나는 내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음식 안 해본 사람에게 ‘사 먹지 말고 해봅시다’라고 한다. ‘해보니 음식 어렵지, 식당 가서 불쾌해도 소리 지르면 안 되겠지’라고 알려준다. 음식 만드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거다. 모든 국민이 껍질이 있는 곡식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 음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음식 해주는 게 내 역할이다. 그 기준도 내가 정할 수 없다. 내 음식을 사람들이 안 먹으면 고쳐야겠지. ‘너 유명인이 되었으니깐 사회의 책임을 가져라’는 건 너무 무리한 요구다.”

-백 대표의 음식은 누구나 쉽게 빠르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은 천천히 만들면서 소통해야 하는 문화라고 보는 이들이 있다.

“세발자전거 타는 아이한테 사이클 타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음식과 요리에 취미가 생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리 과정이 복잡하면 누가 내 방송 프로그램을 보겠는가. 쉽고 빠르고 간단하니까 보는 거다.”

-‘백종원’ 이름을 단 편의점 식품들도 히트를 쳤던데?

“그것도 욕을 많이 먹었다. 도시락 팔아 돈 많이 벌겠다고 욕하는 거다. 돈은 메뉴 구성과 가격을 협의하는 조건으로 모델비 정도 받는다. 이전에도 편의점에 김밥, 도시락 다 있었다. 이왕이면 편의점끼리 경쟁해서 질 높은 도시락 제공하면 좋은 것 아닌가.”

백 대표가 맛 테스트 중인, 감자전분을 입혀 쫄깃한 닭날개튀김.
백 대표가 맛 테스트 중인, 감자전분을 입혀 쫄깃한 닭날개튀김.

-백화점 진출은? 외국에서도 사업을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지난해 한 백화점에 진출했다가 철수했고, 마트의 푸드코트에 들어가 있는 것도 곧 철수할 생각이다. 우리가 가는 길이 다르더라. 해외 사업은 미국,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까지 순조롭다. 매장이 90여개다.”

-최근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이 발간됐다. 더본코리아 식당은 가성비 따져 뽑는 순위에도 없었다.

지난 10일 인터뷰를 마친 후 백종원대표가 직접 만든 서양식 홍합요리.
지난 10일 인터뷰를 마친 후 백종원대표가 직접 만든 서양식 홍합요리.
“외국인이 식당 순위 선정하는 행사 관심 없다. 프랑스인들이 선정하는 행사를 내가 왜 신경써야 하나. 그거야말로 상업주의다. 뭔 타이어 만드는 회사에서 식당을 선정하나. 파인 다이닝(고급 정찬 식당)도 잘 안 간다.”

-제주에 호텔을 지었다. 최근엔 제주 한 마을의 땅 매입과 관련해서 입길에 올랐다. 왜 제주인가? 무엇을 할 예정인가?

“외국에서 사업하면서 외국 친구들에게 들었다. 제주여행길에 먹을거리가 없다고 하더라. 호텔에 외국인들 입맛에 맞는 중국식당과 한식당을 만들 예정이다.”

-우리도 저성장 시대, 베이비부머 은퇴 시대,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런 시대의 외식업의 전망은?

“정말 모르겠다. 나는 내 입맛과 비슷한 대중들이 뭘 좋아할지는 아는 게 다인 사람이다.”

-음식이 궁극적으로 무엇이라 생각하나?

“의식주의 하나이자 오욕칠정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거고, 자기가 즐기거나 자제해야 할 대상이다. 뭐든 과하면 문제가 된다.”

백종원 대표가 ’본가 논현본점’ 3층에 위치한 조리개발실에서 서양식 홍합요리를 만들고 있다.
백종원 대표가 ’본가 논현본점’ 3층에 위치한 조리개발실에서 서양식 홍합요리를 만들고 있다.

3시간이 넘은 인터뷰에서 도전적인 질문을 던질 때면 그는 얼굴을 붉혔다. 때로는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내며 맞대응했다. 인터뷰를 마치자 감자전분을 입힌 쫄깃한 닭날개튀김 등을 나에게 건넸다. 중국 길거리 음식을 콘셉트로 한 중식포차 브랜드의 메뉴 중 하나다. 메뉴 개발 중이라고 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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