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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 그 운명의 데스티니

등록 2017-01-04 19:41수정 2017-01-04 22:43

[ESC] 헐~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매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여행기자의 일이다. 출장이 잦으니 집안일에 소홀해질 때도 있다. 그래서 가끔 탈이 생기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같은 처지의, 타사 여행기자 얘기다. 10여년 내공의 여행기자 ㄱ이 제주도 팸투어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 아침. ‘잠깐 할 얘기가 있다’는 아내의 조용한 부름을 받고 마주 앉았다. “이거, 뭐야?” 아내의 말은 차분했으나, 냉기가 돌았다. 내민 건 뜻밖에도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였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다 씻으셨으면, 빨리 제 방으로 오세요. 기다릴게요.” 헉. 이게 뭐지? ㄱ이 당황해하자 아내의 얼굴엔 ‘너, 딱 걸렸어’ 하는, 의기양양한 표정이 감돌았다.

ㄱ은 급히 출장 때 상황을 떠올렸다. 아, 그때 그 문자구나. 해넘이와 야경 사진 찍느라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에 들었다. 팸투어 참가자들은 다음날 일정 상의를 위해 여성 인솔자의 방에 잠깐 모이기로 했다. 모두 취재하느라 땀에 젖고 지쳤으므로 샤워를 한 뒤에 보기로 했는데, 그때 인솔자가 단체로 보낸 문자였던 거다. ㄱ은 난감해졌다. 의혹에 찬 아내의 실눈 앞에서 당시 상황을 명쾌하게 설명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진땀을 흘리는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그걸 어떻게 믿어?”였다.

그때부터 ㄱ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출장 뒤 아내가 휴대전화를 빼앗아 들여다보는 건 물론이고 수시로 주머니와 배낭, 카메라 가방까지 뒤적이는 눈치였다. 그러던 어느 날, ㄱ은 다시 아내의 조용한 부름을 받았다. “이건 또 뭐야?” 아내가 내민 건 ㄱ이 모텔에 묵은 뒤 무심코 배낭에 넣어온 세면도구 비닐백 속 콘돔이었다. “이거 어디다 쓰려고?” 헉. 그게 들어 있는지 몰랐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몇 주 뒤 ㄱ은 마침내 결정타를 맞았다. 아내는 배낭에서 또 다른 모텔의 비닐백을 찾아내 거칠게 내밀었다. “여기 있던 콘돔 어쨌어! 어디다 쓴 거야?” 헉. 지난번 콘돔 사건 뒤로 오해를 피하려고, 비닐백을 챙길 때 일부러 콘돔은 빼서 버렸던 거다. “빨리 말 안 해? 어디다 썼냐고오!” ㅠㅠ 이러려고 여행기자 하진 않았을 ㄱ. 힘내시라.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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