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가족·친척 어색함 털어낼 상황별 ‘아재개그’
픽사베이 이미지 재가공.
1인 가구가 네 집 가운데 하나인 세상, 명절 아니면 언제 가족을 볼 수 있을까. 의무감으로 고향을 찾긴 하지만, 1년에 몇 번 보는 사이로 바뀐 가족은 주말드라마 속 가족만큼 살갑지 않다. 대화는 종종 끊기고 묵묵히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왕래가 드물던 친척이 모인 자리라면 썰렁함은 배가 된다. 이 썰렁함, 어떻게 깨지?
아재개그가 답일 수 있다. ‘이랭치랭’, 썰렁함은 썰렁함으로 깨는 거다. 아재개그는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면 ‘한방’이 가능하다. 어차피 ‘하나만 걸려라’가 아재개그의 목표다. 사람들이 안 웃는다고 괴로워하지 말자. 말없이 무뚝뚝하게 텔레비전만 보는 사람보다 아재개그라도 하는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이다.
썰렁한 얘기라도 하는 게 나아
몇 차례 시도하다보면
너도나도 ‘전염’돼 친해질 계기 누가누가 썰렁한가 성묘를 지내려고 선산에 올라간다. 삼촌이 소나무 가지를 줍더니 드립을 날린다. “우드득이네.” 아재개그는 아재개그로 ‘응징’해야 한다. “칫솔이야!” 핀잔을 주자. 소나무가 삐치면 ‘칫솔’이다. 올해 성묘는 음식 대신 꽃을 올려놓고 간소하게 지내기로 했다. 찬바람이 쌩 부니 춥다. 삼촌이 또 묻는다. “꽃집 주인이 가장 싫어하는 도시가 어딘지 아세요?” 반드시 맞혀줘야 하니, 잊지 말자. ‘시드니’다. 차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가족이 둘러앉아 떡국을 먹는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보더니 “세상에서 가장 긴 음식 좀 가져와봐”라고 한다. 가래떡인가? 할머니가 멀뚱멀뚱 쳐다본다. “참기름, 참기름. 허허허.” 엄마도 거든다. “어머님, 저는 그다음으로 긴 거 갖다 주세요.” 할머니 표정이 심상찮다. “들기름이에요. 아버님께서 너무 재밌으셔서. 하하하.” 삼촌이 끼어든다. “명절에 들깨 드시면 안돼요, 술이 덜 깨요.” 이렇게 깨 ‘3단 콤보’ 되시겠다. 맥주가 한두 잔 곁들여진다. 삼촌의 한마디. “맥주가 죽기 전에 남기는 말이 유언비어래요, 으하하.” 썰렁해진 아빠가 ‘버섯나물’을 집으며 “세상에서 가장 야한 나물이 있네”라고 한다. 큰손자가 “세상에서 가장 야한 가수가 누구게요?”라며 이어간다. 답은 ‘다비치’.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비치를 알까? 삶은 닭고기를 소금에 찍어 드시던 할아버지, “소금 유통기한이 얼만지 아니?” 묻는다. 작은손자가 “천일염~” 깜찍하게 대답한다. 아이가 하면 웃을 수밖에 없다. “요즘 벌이가 어때” 어른들의 진지한 세상 얘기가 이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왕 수준이야.” ‘최저임금’이라는 걸 어른들은 어렵지 않게 알아챈다. 텔레비전 앞에서도 시끌벅적 상을 물리고 텔레비전을 보는데 마침 새우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나온다(대하드라마). 둘째가 “야구선수가 왕한테 공을 던지면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 하며 아빠 목에 감긴다. “송구하옵니다~.” 아빠도 질 수 없다. “너 가장 억울한 도형이 뭔지 알아?” 아이가 우물쭈물한다. “원통!” 채널을 돌리니 설날 특집 트로트 프로그램에 가수 설운도가 나온다. 이번엔 첫째가 나선다. “설운도가 옷 벗는 순서 아세요?” “뭔데?” 할머니가 관심을 보인다. “상하의, 상하의래요.”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 가락에 맞춰 답하는 동안 송대관이 나왔다. “송대관, 송윤아, 송중기의 공통점이 뭐게요?” 생각만 할 뿐 아무도 답을 못한다. “성동일이요. 흐흐.” “에이, 썰렁하잖아~.” 삼촌이 아마존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로 채널을 바꿨다. “아마존엔 누가 살까요?” 물어볼 기회다. 답은 ‘존’이다, 아마도. 다큐가 끝난 뒤 지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새 드라마 예고편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미안한 연예인이 바로 ‘지성’이란다. 집 전화가 울린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전화기 가져와봐.” 할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인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전화기는 ‘무선 전화기’다. 그러면 가장 뜨거운 전화는? ‘화상 전화.’ 이렇게 명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이제 ‘등쳐먹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바로 아내, 남편, 엄마, 아빠, 자녀 등 각자의 역할을 해내느라 고생한 가족을 위한 전용 ‘안마사’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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