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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설 특집] “소금 유통기한?” “천일염~”…피식 웃음에 솟는 정

등록 2017-01-27 12:17수정 2017-01-27 16:30

오랜만에 만난 가족·친척 어색함 털어낼 상황별 ‘아재개그’
픽사베이 이미지 재가공.
픽사베이 이미지 재가공.

1인 가구가 네 집 가운데 하나인 세상, 명절 아니면 언제 가족을 볼 수 있을까. 의무감으로 고향을 찾긴 하지만, 1년에 몇 번 보는 사이로 바뀐 가족은 주말드라마 속 가족만큼 살갑지 않다. 대화는 종종 끊기고 묵묵히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왕래가 드물던 친척이 모인 자리라면 썰렁함은 배가 된다. 이 썰렁함, 어떻게 깨지?

아재개그가 답일 수 있다. ‘이랭치랭’, 썰렁함은 썰렁함으로 깨는 거다. 아재개그는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면 ‘한방’이 가능하다. 어차피 ‘하나만 걸려라’가 아재개그의 목표다. 사람들이 안 웃는다고 괴로워하지 말자. 말없이 무뚝뚝하게 텔레비전만 보는 사람보다 아재개그라도 하는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이다.

고향 가는 길

꽉 막힌 도로. 본가에 가겠다고 집에서 나온 지 한 시간이 넘었는데 톨게이트 도달도 못했다. 운전하는 아빠도 짜증나지만, ‘와이파이’는 저기압이고 아이들은 보챈다. 급기야 싸우는 아이들. “야! 조용하지 못해?” ‘버럭’ 하기 전에 “너희, 싸움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어딘지 알아?”라고 물어보자. 아이들이 쳐다보면 “칠레!”라고 외친 뒤 “우하하하” 웃으면 된다. 되도록 크게 웃어야 한다. 아이들의 반응이 싸늘할수록 더 크게. 단, “싸움을 가장 잘하는 사람”(펠레)은 해선 안 된다. 너무 쉽게 맞힐 수 있다.

웃기든 황당하든 아이들이 싸움은 멈출 것이다. 이래도 계속 싸운다고? 필살기를 꺼내자. “오이가 무를 때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정답은 ‘오이무침’이다. 아이들이 조용해진다.

마침내 차가 톨게이트를 지난다. 저기압인 아내의 마음을 풀 기회는 이때다. “여보, 바람이 귀엽게 부는 동네가 어딘지 알아?” 아내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어딘데?” 최대한 귀엽게 대답하자. “분~당~.” 아내가 한숨을 쉬고 다시 눈을 감는다. 이때 소심해져서 대화가 끊기면 고향집 도착도 전에 정말 싸움난다. 살며시 사이다를 건네면서 “우리는 사이다를 나눠 먹는 그런 사이다~.” 애교를 떨어보자.

아내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당신, 신발이 화가 나면 뭔지 알아?”라고 되묻는다면? 알아도 모르는 척해야 한다. 답은 ‘신발끈’. 정답을 알고 있더라도 아빠는 차가 들썩이도록 웃어야 한다.

할아버지를 웃겨라

설날이 밝았다. ‘세배 타임’이다. 이번에 중학교 들어가는 큰손자에게 세배를 받은 할아버지가 덕담과 함께 질문을 건넨다. “너 어느 중학교 가니?” 이때 학교 이름을 답하는 대신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중학교요. 맞혀보세요”라고 해보자. 그 학교는 ‘로딩중’이다. 고등학생이라면 “둘리가 다니는 고등학교요”도 좋다. 그곳은 ‘빙하타고’다. 아재개그의 성공 여부에 따라 세뱃돈의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

형보다 적게 세뱃돈을 받은 둘째손자가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돈이 뭔지 아세요?”라며 ‘추가 수금’을 시도한다. 뭐지? “할머니요!” 할아버지도 질 수 없다는 듯 “넌 형광펜이 되어야 한다”고 되받아친다. “형을 잘 따라야 한다는 거야.”

말없이 TV만 보는 것보단
썰렁한 얘기라도 하는 게 나아
몇 차례 시도하다보면
너도나도 ‘전염’돼 친해질 계기

누가누가 썰렁한가

성묘를 지내려고 선산에 올라간다. 삼촌이 소나무 가지를 줍더니 드립을 날린다. “우드득이네.” 아재개그는 아재개그로 ‘응징’해야 한다. “칫솔이야!” 핀잔을 주자. 소나무가 삐치면 ‘칫솔’이다. 올해 성묘는 음식 대신 꽃을 올려놓고 간소하게 지내기로 했다. 찬바람이 쌩 부니 춥다. 삼촌이 또 묻는다. “꽃집 주인이 가장 싫어하는 도시가 어딘지 아세요?” 반드시 맞혀줘야 하니, 잊지 말자. ‘시드니’다.

차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가족이 둘러앉아 떡국을 먹는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보더니 “세상에서 가장 긴 음식 좀 가져와봐”라고 한다. 가래떡인가? 할머니가 멀뚱멀뚱 쳐다본다. “참기름, 참기름. 허허허.” 엄마도 거든다. “어머님, 저는 그다음으로 긴 거 갖다 주세요.” 할머니 표정이 심상찮다. “들기름이에요. 아버님께서 너무 재밌으셔서. 하하하.” 삼촌이 끼어든다. “명절에 들깨 드시면 안돼요, 술이 덜 깨요.” 이렇게 깨 ‘3단 콤보’ 되시겠다.

맥주가 한두 잔 곁들여진다. 삼촌의 한마디. “맥주가 죽기 전에 남기는 말이 유언비어래요, 으하하.” 썰렁해진 아빠가 ‘버섯나물’을 집으며 “세상에서 가장 야한 나물이 있네”라고 한다. 큰손자가 “세상에서 가장 야한 가수가 누구게요?”라며 이어간다. 답은 ‘다비치’.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비치를 알까? 삶은 닭고기를 소금에 찍어 드시던 할아버지, “소금 유통기한이 얼만지 아니?” 묻는다. 작은손자가 “천일염~” 깜찍하게 대답한다. 아이가 하면 웃을 수밖에 없다. “요즘 벌이가 어때” 어른들의 진지한 세상 얘기가 이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왕 수준이야.” ‘최저임금’이라는 걸 어른들은 어렵지 않게 알아챈다.

텔레비전 앞에서도 시끌벅적

상을 물리고 텔레비전을 보는데 마침 새우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나온다(대하드라마). 둘째가 “야구선수가 왕한테 공을 던지면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 하며 아빠 목에 감긴다. “송구하옵니다~.” 아빠도 질 수 없다. “너 가장 억울한 도형이 뭔지 알아?” 아이가 우물쭈물한다. “원통!”

채널을 돌리니 설날 특집 트로트 프로그램에 가수 설운도가 나온다. 이번엔 첫째가 나선다. “설운도가 옷 벗는 순서 아세요?” “뭔데?” 할머니가 관심을 보인다. “상하의, 상하의래요.” 설운도의 ‘사랑의 트위스트’ 가락에 맞춰 답하는 동안 송대관이 나왔다. “송대관, 송윤아, 송중기의 공통점이 뭐게요?” 생각만 할 뿐 아무도 답을 못한다. “성동일이요. 흐흐.”

“에이, 썰렁하잖아~.” 삼촌이 아마존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로 채널을 바꿨다. “아마존엔 누가 살까요?” 물어볼 기회다. 답은 ‘존’이다, 아마도. 다큐가 끝난 뒤 지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새 드라마 예고편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미안한 연예인이 바로 ‘지성’이란다.

집 전화가 울린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전화기 가져와봐.” 할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인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전화기는 ‘무선 전화기’다. 그러면 가장 뜨거운 전화는? ‘화상 전화.’

이렇게 명절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이제 ‘등쳐먹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바로 아내, 남편, 엄마, 아빠, 자녀 등 각자의 역할을 해내느라 고생한 가족을 위한 전용 ‘안마사’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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