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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에게 바나나·배달짜장·치맥 군맥…야구, 침이 고인다

등록 2017-04-06 08:29수정 2017-04-06 19:00

다양화·고급화한 전국 야구장 음식 열전
지난 1일, 인천 에스케이행복드림구장. 야구팬들이 치킨을 먹으며 야구관람을 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지난 1일, 인천 에스케이행복드림구장. 야구팬들이 치킨을 먹으며 야구관람을 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지난 4월1일 오후 5시, 인천 에스케이(SK)행복드림구장. ‘에스케이 와이번스’의 선발투수 윤희상이 등장하자 팬들의 함성이 커졌다. 전날 패배를 안겨준 ‘케이티(KT) 위즈’를 상대로 설욕전을 야무지게 치를 태세였다. 하지만 이날 구장을 찾은 김기남(40·인천 서구 연희동)씨에게 응원 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불판의 온도를 빨리 높이는 게 급선무였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빠를 쳐다보는 다섯살배기 유정이의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김씨 가족이 자리잡은 곳은 1루 외야 ‘바비큐 존’.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야구를 구경할 수 있는 명당이었다. 그는 “야구도 보고 가족과 야외에서 식사도 해 더없이 즐겁다”고 했다.

마른오징어나 뜯던 1980년대 야구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야구장의 대표 음식이 ‘치맥’(치킨+맥주)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다. 곱창·삼겹살·탕수육·곰장어·납작만두 같은 지역 명물이 야구장 먹거리로 등장했다. 양용석 에스케이 와이번스 에프앤비 매니저는 “먹는 재미로 야구장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면서 음식이 다양해졌다”며 “늘어난 여성 관중을 위해 샐러드·과일 등도 갖춰 놓았다”고 했다.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응원하는 선수가 삼진을 당해도 맥주 한 잔이면 승리의 희망이 솟는다. 귓불을 잡아당기는 응원 소리, 볼을 스치는 부드러운 봄바람, 혀를 쓰다듬는 야들야들한 닭 껍질, 함성 속에 힘차게 달려나가는 선수들…. 야구장이야말로 거대한 오감 체험 레스토랑이다. ‘야구장 식도락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올해도 구단들은 ‘베스트 메뉴’를 준비했다.

지역명물 대거 입점 선택 폭 활짝
구장마다 식도락가·여성 관중 부쩍
즉석 삼겹살, 곰장어 숯불구이 인기
‘만루홈런 세트’에 짜장면 배달도

민우에게 바나나 - 창원 엔씨(NC) 다이노스(창원마산구장)

창원 마산종합운동장에는 엔씨 다이노스 박민우 선수의 팬이라면 열광하는 메뉴가 올해 등장했다. 평소 바나나우유를 좋아하는 박 선수의 취향에 맞춰 만든 ‘민우에게 바나나’가 그것이다. 카페 ‘더 리터’에서 파는 이 음료는 바나나와 우유 등을 섞어 갈아 만들었다. 주인 김수안(57)씨는 박민우 선수 팬이다. 김씨는 “과거엔 ‘이재학 선수 주스’ 등도 있었는데 이제는 안 만든다”며 “박 선수가 자주 찾아와 친해지면서 만들게 됐다”고 했다. 그는 발이 빠른 박 선수가 도루로 점수를 내면 할인행사도 벌일 계획이다. 값은 1리터에 5000원. 이 구장에는 이밖에도 소불고기·제육·참치마요·불참치 등을 묶은 주먹밥 4종 세트(개당 2800원) 등이 있다.

수제맥주와 만루홈런 세트의 조합 - 대구 삼성 라이온즈(삼성라이온즈파크)

’로라방앗간’의 ’만루홈런 세트’. 삼성 라이온즈 제공
’로라방앗간’의 ’만루홈런 세트’. 삼성 라이온즈 제공

‘맥덕’(맥주덕후) 야구팬을 위한 생맥주를 판다. 대경맥주는 대구를 본거지로 경북 북부 지역에서 수제맥주를 제조해 유통하는 회사다. 구장 1층에 이 업체가 연 펍에는 필스너·바이젠·둔켈·스트롱필스너 등 4종류의 생맥주가 있다. 알코올 도수 4~7도로 다양한 풍미와 맛을 자랑한다. 값은 450㏄ 한 잔에 5500~7000원. 테이크아웃하면 500원을 깎아준다.

납작만두는 대구의 명물이다. 이 구장 ‘로라방앗간’에선 납작만두·모둠튀김·떡볶이·치즈떡도그 등을 묶은 ‘만루홈런 세트’(1만2000원)를 판다. 3명이 먹어도 넉넉한 양으로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대구 대봉동에 본점이 있는 로라방앗간은 본래 주인 박근태(32)씨의 외할머니인 배소임(90)씨가 운영했던 방앗간이었다. 그의 모친인 이순옥(56)씨와 함께 그가 분식점으로 탈바꿈시켰다. 구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힐만 감독의 버거 맛 - 인천 에스케이 와이번스(인천에스케이행복드림구장)

지난 1일, 인천 에스케이행복드림구장. 박미향 기자
지난 1일, 인천 에스케이행복드림구장. 박미향 기자
에스케이 와이번스는 올해 ‘야구장에서 식사를 합시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각종 식음업장을 보강했다. 여성을 위한 생과일과 샐러드, 1~2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 등 간편식 제품들을 구비한 편의점 ‘끼리끼니’(Kiri Kini)를 올해부터 운영한다. 중식·양식·베이커리까지 다양하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지난달 25일 직접 시식하기도 한 ‘힐만 스테이크버거’도 판다. 프랜차이즈 버거 업체보다 고기 양이 두 배 많다. 바비큐 존에서는 ‘디딤푸드코트’에서 삼겹살 등과 불판·집게 등을 구입해 구워 먹으면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조리도구는 1만원이고 삼겹살은 6000원(500g)이다. 마스코트인 부엉이 모양의 빵(3000원)도 판다.

야구장 배달 짜장면 들어나 봤나 - 서울 넥센 히어로즈(고척스카이돔구장)

고척 스카이돔구장 앞의 먹자골목. 박미향 기자
고척 스카이돔구장 앞의 먹자골목. 박미향 기자
지금까지 야구장에서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넥센 히어로즈의 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가능하다. 4층 중앙 4-5구역에 위치한 중식당 ‘차이나 플레인’은 여느 동네 중국집처럼 짜장면·깐풍마요덮밥·탕수육·탕수만두 등의 배달 서비스를 한다. 음식값은 5000~6000원 선이다. 경기 전에 미리 좌석을 알려주고 주문하면 된다. ‘뉴욕버거’의 불고기버거·치즈버거 등과 ‘타코비’의 타코야끼 등도 입소문이 나 인기다. 뉴욕버거의 ‘돔구장세트’(1만3500원)는 도톰한 버거 2개와 감자튀김·음료가 세트다. 고척스카이돔 바로 앞에는 ‘고척동 먹자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야구선수를 형상화한 모형도 있다. 그 거리의 ‘써니네 맷돌 빈대떡’(5000~1만원대)은 경기 뒤 야구팬들이 찾는 술집이다. 인근 고척시장의 ‘춤추는 만두가게’, ‘소문난 순대국왕족발’에서 만두와 족발을 사서 야구장으로 향하는 이들도 많다.

‘군맥’ 먹고 야구 보고 - 수원 케이티 위즈(수원케이티위즈파크)

핫도그·소시지·멕시칸버거·나초·곱창 등을 파는 23개 업체가 입점해 있다. 수원을 대표하는 30년 역사의 맛집 ‘진미통닭’도 구장에 매장이 있다. 굳이 ‘수원 통닭골목’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매장에서 직접 통닭을 튀긴다. 원정팀 응원단도 손에 꼽는 먹거리다. ‘진미통닭’의 주인 이성희(49)씨는 에스비에스 <생활의 달인>에 출연해 유명해진 이다.

이른바 ‘군맥’(군만두+맥주)의 탄생지가 이곳이다. 40년 역사의 ‘보영만두’의 만두와 맥주를 즐기는 이가 많다. 바삭한 만두피 안에 무말랭이와 넉넉한 양의 고기가 들어간 만두다.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하루 1만개 이상이 팔릴 정도로 인기다. 야구단 공식 앱인 ‘위즈앱’(wizzap)을 통해 매장 정보 확인과 주문이 가능하다.

자갈치 곰장어로 응원 - 부산 롯데 자이언츠(사직구장)

사직구장에서 파는 삼겹살 세트. 롯데 자이언츠 제공
사직구장에서 파는 삼겹살 세트. 롯데 자이언츠 제공
가장 인기 메뉴는 ‘남도푸드앤’에서 파는 숯불곰장어. 주인 허승현(49)씨는 “짚불에 굽는 기장 곰장어가 아니라 과거 연탄불에 굽던 자갈치 곰장어”라고 말했다. 1만2000원(300g). 지금은 연탄불 대신 숯불에 굽는다. 구장 안전 때문이다. 그가 곰장어 껍질을 벗겨 양파·마늘·대파 등의 양념을 묻혀 구우면 복도에 냄새가 쫙 퍼져 누구라도 홀리듯 사게 된다. 야구가 좋아 야구장에서 9년째 장사를 한다는 그는 삼겹살도시락도 인기라고 자랑이다. 구운 삼겹살을 은박지에 싸서 구멍 낸 핫팩 위에 올려두었다가 판다. 명이나물·쌈채소·볶음김치·멸치액젓 등도 같이 나간다.

구단은 20대 여성 관중이 늘자 이들의 입맛에 맞는 ‘오믈렛빵’, 과일청을 활용한 주스 등도 준비했다. 매년 청년 창업자를 지원하는 ‘자이언츠 프라이즈’ 매장도 운영한다. 임대료 등이 무료다. 올해는 신경수(25)씨 등이 선정돼 ‘볶음김치 감자튀김’, ‘불고기 감자튀김’ 등을 판다. ‘비어 걸’, ‘비어 맨’이 직접 관중석을 돌아다니면서 따라주는 맥주 맛도 경기만큼이나 시원하다.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입점한 ‘리에또피렌체’의 큐브스테이크. 업체 제공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입점한 ‘리에또피렌체’의 큐브스테이크. 업체 제공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맛 - 대전 한화 이글스(한화생명이글스파크)

치킨·피자·떡볶이 등 19개의 브랜드가 입점한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레스토랑에만 있는 스테이크가 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리에또피렌체’가 입점해 쇠고기 300g을 도톰하게 잘라 맛깔스럽게 구워 한 접시 8000원에 판다. 이밖에 주문하면 바로 삶아주는 메밀면·우동·짜장면 등도 있다. ‘농심가락’에서 판다.

서울 수제맥주 입점 - 광주 기아 타이거즈(기아챔피언스필드)

서울의 유명한 수제맥주점 ‘데블스도어’의 맥주를 상경하지 않아도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마실 수 있다. 올해 기아 타이거즈는 식음사업자로 신세계푸드를 선정했다. 올반, 데블스도어 등을 운영하는 신세계푸드는 데블스도어에서 파는 치킨을 구장에서 조리해서 판다. 가격은 1접시에 1만8000원이다. 한식뷔페 올반의 만두·고추장삼겹살·바싹불고기 등도 박스에 담아 야구팬들에게 판다.

먹태와 삼겹살 등 - 서울 잠실 두산 베어스, 엘지 트윈스(서울종합운동장)

두산 베어스와 엘지 트윈스가 공동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에는 맥주 안주인 짝태·먹태 등을 파는 ‘짝태 패밀리’와 삼겹살구이 브랜드 ‘통빱’ 등 식음료 브랜드 29가지가 입점해 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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