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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짧은 봄 아쉽다면 낙동강으로

등록 2017-04-20 11:23수정 2017-04-20 11:29

[ESC] 커버스토리
부산시티투어 ‘낙동강 에코버스’로 생태습지·을숙도·다대포해변 한바퀴
부산 다대포 아미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낙동강 하구와 모래톱. 앞에 보이는 거대한 모래밭이 도요새가 많이 날아와 이름 붙여진 ‘도요등’이다.
부산 다대포 아미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낙동강 하구와 모래톱. 앞에 보이는 거대한 모래밭이 도요새가 많이 날아와 이름 붙여진 ‘도요등’이다.

부산 원도심과 산복도로 일대가 부산의 속살이라면, 낙동강 줄기와 하구 경관은 부산을 지탱하는 다리쯤 될 터다. 부산 시민의 식수원이면서, 휴식공간 구실을 하는 물줄기다. 강 하구 일대엔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살아남은 드넓은 생태습지와 거대한 모래톱 등 하구 특유의 지질 경관이 펼쳐진다. 모두 연초록 새순 돋아 푸르러진 봄의 품 안에 들어 있다.

‘봄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순환 버스가 있다. 강변의 주요 볼거리를 두루 거치는 18인승 미니버스, ‘에코버스’다. 부산시티투어 버스 노선 중 하나다.

내리고 탈곳 승객 협의 강변 유람
을숙도에선 전기차로 구석구석
운전사 구수한 해설에 자연공부 절로
아미산전망대 모래톱 경관도 볼만

경전철 ‘괘법르네시떼역’(강변공원역)에서 출발해, 삼락생태공원~낙동강하굿둑~을숙도~다대포해변~아미산전망대 코스를 둘러봤다. 본디 40분 간격으로 출발해, 타고 내리며 경관 포인트를 즐기는 방식이지만 지난겨울 기승을 부린 조류독감 여파로, 4월말까지는 오전 10시, 오후 2시 하루 2편만 운행한다. 5월부터는 40분 간격, 하루 15회 운행(월 휴무)으로 정상화될 예정이다.

경전철역 입구 옆 도로변에 ‘에코버스’ 승차장이 있다. 승차장 거치대에 놓인 에코투어 안내 자료를 들고, 오전 10시에 떠나는 빨간색 버스에 올랐다. 요금은 7000원. 운전기사에게 내면 된다.

“에 또, 우선 에코버스라카는 게 우찌 운행되는지부터 말씀드리겠심더.” 운전기사가 시동을 걸며 말했다. “이 차는 손님 없으모 가덜 안 해요. 한명이라또 있으모 출발합니더.” 승객은 창원에서 왔다는 60대 부부뿐이다.

* 지도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버스는, 꽃 지고 새잎 돋아나는 벚나무 즐비한 강변도로를 건너, 드넓은 강 둔치로 들어섰다. 삼락생태공원 들머리 오토캠핑장이다. 평일인데도 봄볕 아래 여유를 즐기는 캠핑족들이 여럿이다.

“4월말까지는 손님들이 합의해가 내리자쿠는 데서 내리드리고 원하는 만큼 시간을 줍니더.” 60대 부부는 “기사님이 하자는 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캠핑장 주변에서 잠시 내려 연초록 둔치 들판을 둘러봤다. 5월 되면 야생화꽃단지에 심어 가꾸는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나고, 7월부터는 연꽃단지의 연꽃이, 가을엔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엄청나게 넓은 땅인데 개발은 몬해요. 개발 씨기노모 버얼써 개판이 됐을 기라.” 기사는 차를 몰며 끊임없이 주변 설명을 해준다. “자, 즈짝에 보리밭 보이지예. 그 옆에 감전야생화공원인데 꽃 피기 시작하모 완전 총천연색이라.”

차는 청둥오리 몇마리가 텃새처럼 남아 있는 샛강을 지나 하류 쪽으로 강변도로를 달린다. 강바람도 시원하고 초록 들판도 눈부시다. “내나 이런 식이라. 경치 좋으니께네 다들 드라이브만 해도 좋다 카데예.”

을숙도 에코센터 입구에 정차한 ‘낙동강 에코버스’.
을숙도 에코센터 입구에 정차한 ‘낙동강 에코버스’.
을숙도로 이어진 낙동강하굿둑이 보이자, 기사는 목소리를 높이며 본격 해설 모드로 돌입했다. “생태가 한번 망가지모, 50년 간다 카는기 맞는 기라.” 전두환 때(1987년) 완공됐는데, 부작용이 엄청나다고 했다. 을숙도와 다리로 연결되고 수돗물 공급이 안정돼 좋긴 한데,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이걸 막아노이 물이 다 썩는기라. 그 많던 재첩도 다 죽어삣다.” 바닷물이 밀양까지 이어졌는데, 둑에 막히면서 생태가 망가졌다는 얘기다.

하굿둑 건너 을숙도로 접어든다. 철새가 많아 조선시대엔 조도로 불리다, ‘새 많고 물 맑은 섬’이란 뜻의 을숙도로 바뀌었다. 두 개의 섬(일응도·을숙도)이었으나, 하굿둑이 생기며 하나로 이어졌다. 철새들의 낙원이었던 이곳은 1960년대엔 대규모 대파 경작지였다가, 하굿둑이 생긴 이후엔 준설토 적치장이 됐다. 1993년부터는 쓰레기매립장·분뇨적치장으로 사용되며 자연환경이 크게 망가졌다. 10여년 전부터 본격 생태복원 작업이 시작돼 천연기념물(철새도래지)로 지정되면서 을숙도는 서서히 옛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을숙도를 둘러보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다. 걷거나 자전거(1시간에 3000원)를 타거나, 무료 전기차(10인승)를 이용하는 것이다. 전기차는 하루 5회, 습지·생태호수·낙동강탐방체험장·에코센터 등 섬을 한 바퀴 돈다. 2대의 전기차(낙동이·을숙이) 중 연둣빛 을숙이를 타고 낙동강탐방체험장을 찾았다.

을숙도에서 운행되는 전기차 을숙이와 전기차 운전기사 겸 안내원.
을숙도에서 운행되는 전기차 을숙이와 전기차 운전기사 겸 안내원.

을숙도 낙동강탐방체험장의 옛 분뇨처리시설.
을숙도 낙동강탐방체험장의 옛 분뇨처리시설.
탐방체험장 전망대에 오르면 거대한 시멘트 칸막이들이 내려다보인다. 을숙도의 수난사를 보여주기 위해 보전하고 있는 분뇨처리시설이다. 안내인은 “부산시민들이 배출한 분뇨를 모아놨던 적치장”이라고 했다. “저 칸마다 고마 똥이 꽉 차 있었어예. 이걸 다시 배로 실어가 앞바다에 갖다 버린 기라예.”

전망대의 망원경을 통해 가덕도 등 주변의 섬과 모래언덕 들을 살펴볼 수 있다. 생태습지 보전·체험관인 낙동강하구 에코센터에는 철새와 동식물, 낙동강 지질 등 자료가 전시돼 있다.

버스는 을숙도에서 돌아나와 다대포 해변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솔개·참수리 같은 맹금류가 많이 산다는 맹금머리등, 백합조개가 많이 난다는 백합등, 도요새가 날아온다는 도요등 등 광대한 모래밭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운전기사가 다시 해설을 시작했다. “모래톱은 해마다 모양과 크기가 달라집니다. 사라지는 것도 있고, 새로 생기는 것도 있고. 모래톱에 나무가 자라 숲을 이뤄 유지되면 섬으로 인정받죠.”

저물녘 노을이 아름답다는 다대포해변의 노을정(정자)에서 내려 해변에 설치된 데크길(고우니생태길)을 산책했다. 드넓은 모래밭 멀리 바닷가엔 낚시꾼들이 점점이 늘어서 있었다. 해안 솔숲에서 기념비 하나를 만났다. 이름도 신선한 ‘다대포 매립 백지화 기념비’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이어진 정부·지자체의 다대포해안 매립 시도를, 시민들이 똘똘 뭉쳐 막아낸 것을 기념하는 빗돌이다.

다대포 해변의 ‘고우니 생태길’.
다대포 해변의 ‘고우니 생태길’.

다대포 해변 솔숲의 ‘다대포 매립 백지화 기념비’.
다대포 해변 솔숲의 ‘다대포 매립 백지화 기념비’.
바위 절벽 경관인 몰운대까지 둘러보기엔 여유가 없어, 낙조분수대 주변에서 미리 와 있던 버스를 다시 타고 아미산전망대에 올랐다. 낙동강 하구의 자연생태 자료 전시관을 겸한 하구 모래톱 전망대다. “가덕도 너머로 떨어지는 해넘이와 그 앞으로 펼쳐진 모래톱들이 장관을 이룬다”는 전망대다.

하지만 자욱한 미세먼지로 이날은 가까운 도요등의 윤곽만 겨우 눈에 잡힐 뿐이다. 청명한 날 찾아온다면, 끊어질 듯 이어지며 굽이치는 광활한 모래톱들이 볼만한 경관을 선사할 게 틀림없었다. 도요등 바깥쪽으로 새로운 거대한 모래톱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 3시간이 걸렸다. “5월 이후 다시 와보소. 정상운행이 되면 을숙도 유람선도 탈 수 있고, 투어 코스도 훨씬 길어지니 볼거리도 늘어날 기라예.” 운전기사는 오후 2시 운행을 위해 돌아가야 한다며, 서둘러 차를 돌렸다.

부산/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 부산 여행 정보

먹을 곳 부산의 서민 음식 삼형제는 시락국·밀면·돼지국밥이다. 원도심과 산복도로 주변에서 이들을 내는 괜찮은 식당을 만날 수 있다. 밀면은 4000원 안팎, 시락국은 5000원 안팎, 돼지국밥은 6000원 안팎이다. 초량동 육거리 부근 ‘우리돼지국밥’의 돼지국밥, 초량동 모노레일 위쪽 종점 옆 ‘산마루’의 시락국, 모노레일 아래 ‘168도시락국’의 도시락과 시락국, 지하철 부산역과 영주사거리 사이 골목 ‘황산밀면’의 밀면, 부산역 건너편 ‘초량밀면’의 밀면 등.

낙동강유채꽃축제 부산 강서구 공항로 낙동강변의 대저생태공원에서 4월23일까지 ‘부산 낙동강 유채꽃축제’가 열린다. 지하철 3호선 강서구청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축제장이 있다.

여행 문의 부산종합관광안내소(자갈치시장) (051)253-8253, 부산역 관광안내소 (051)441-6565, 부산시티투어 (051)464-9898, 부산여행특공대의 타임머신여행·피란수도여행·야경투어 070-4651-4113, 원도심 이야기 할배·할매 해설사 신청(부산관광공사) (051)780-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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