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헐~
지난여름 휴가 얘기다. 지난해 타이 방콕에 이어, 이번에도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정확하게 어떤 나라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호텔을 옮겨 다니는 게 번거로워 가장 최근에 지어진 꽤 괜찮은 호텔로 4박을 예약했다. 물가가 싼 지역답게 한국의 비즈니스 호텔 가격으로 5성급 럭셔리 호텔을 잡을 수 있었다.
체크인부터 서비스가 남달랐다. ‘프라이빗 체크인’이라고 해서 로비가 아닌 별도의 라운지로 우리 부부를 안내해 체크인을 진행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뜨거운 물수건이 나왔고, 음료 주문도 받았다. 당당하게 고급 생수를 주문했다. 물론, 공짜니까.
‘한국에선 꿈도 못 꿀 일이지.’ 생글생글 웃고 있는데, 호텔리어가 “60달러(한화 약 6만7000원)만 더 내면 스위트룸에서 묵을 수 있다. 일반 방보다 두배가 크다”며 방 업그레이드를 권유했다. 공짜 고급 생수에 혹한 나는 “그러자”고 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아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괜찮다”며 거절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스위트룸 자 봐?” 나는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마지막날 하루만 스위트룸에서 묵기로 타협을 봤다. 일반 스탠더드룸도 좋았다. 스위트룸은 얼마나 좋을까. 드디어 4일째 되던 날 스위트룸으로 방을 옮겼다. 짐은 당연히 직원들이 옮겨줬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따라라라라~” 집수리를 해주던 예능프로그램 <신동엽의 러브하우스>에 나오던 음악이 머릿속에 흘렀다. 우리 집 거실보다 넓은 욕실하며, 한층 더 좋은 전망 등 정말로 끝내줬다. 속으로 ‘자본주의 만세다’를 외쳤다.
문제는 짐을 풀면서 생겼다. “여보, 내 팬티 어디 갔어?” 아내가 당황스럽게 말했다. “팬티가 어디 갔겠어, 잘 찾아봐.” 트렁크 두개를 다 풀었지만 여전히 팬티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전날 짐을 싸면서 비닐봉지에 넣어놨던 팬티가 말이다. (그것도 새 팬티가 아니라 입었던!) 혹 직전에 묵었던 방에 남겨 뒀을까 해서 호텔에 확인을 요청했다. “아무것도 없다”는 대답이 곧 돌아왔다. 누가 입던 팬티를 가져갔을까. 결국 그날 사라진 팬티는 찾지 못했다. 지금도 잠자리에서 우리 부부는 사라진 팬티의 행방을 궁금해한다. 누굴까, 팬티 도둑은? 어디로 갔을까 팬티는?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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