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헐~
‘헐~’ 난에 쓴 글에 달리는 댓글 중에 ‘헐, 이게 무슨 기사냐?’고 묻는 내용이 가끔 보인다. 나쁘지 않은 질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정리했다. 헐이란 무엇인가.
‘ESC’는 매주 독자들에게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일곱 면에 걸쳐 전하는 섹션이다. 이 중 재밌고 웃기는 내용을 담는 면이 ‘펀(FUN)한 이야기’ 면이고, 그중 가장 작은 꼭지의 난 이름이 ‘헐~’이다. 기자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겪은 황당하고 엉뚱하고 기이하고 어이없고 놀라운 얘기 따위를 내키는 대로 풀어놓는 난이다.
‘헐~’은 아시다시피, 황당하거나 어이없거나 놀랍거나 기가 막히거나 엄청나거나 시원찮거나,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화가 나지 않거나 보통이거나 그 이상이거나, 안타깝거나 메스껍거나 마음에 들거나 안 들거나 할 때 쓰는, 간결 명료하면서도 모호하기 짝이 없는 외마디 감탄사다. 어린이·청소년들 사이에서 주로 쓰이다가 요즘엔 중·장년들도 많이 쓴다. 지난해 대구교육연구정보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4~6학년 초등생이 가장 자주 쓰는 신조어가 ‘헐’인 것으로 나타났다. ‘헉’, ‘허걱’이 변한 것이라거나, 욕을 뜻하는 ‘×할’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바른 말글살이에 ‘역행’하는 이 외마디 신조어가 이제 언제 어디서나 들려온다.
그건 그렇고, 이참에 다른 헐에 대해서도 약간 알아보았다. 헐은 사전적 의미로 헐하다(값이 싸다, 수월하다)의 어근이다. ‘쉴 헐’(歇, 또는 개 이름 갈) 한자도 있다. 헐은 가게 간판에도 쓰인다. ‘헐 맵닭’은 닭발집이고, ‘피자 헐’은 피자집이다. 영국에도 헐이 있다. 축구팀으로 알려진 헐 시티다. 여기서 지난해 3200여명이 모여 온몸을 파란색으로 칠한 채 단체 누드 사진을 찍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문화도시 홍보를 위한 이 행사 이름은 ‘헐의 바다’였다. 헐~.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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