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탄커피’(Bulletproof Coffee)가 화제다. 미국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출신인 데이브 애스프리가 티베트 여행 도중 차에 버터를 넣어서 먹는 현지인들을 보고 만든 커피다. 총알도 막아줄 정도로 몸과 뇌에 활력을 불어넣고, 체중을 줄여준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미국에선 관련 제품의 품귀까지 일어났었다.
얼마 전 우연히 팀으로 배달된 한 패션 매거진을 보다 방탄커피의 존재를 알게 됐다. 트렌드 담당인 기자가 도전을 안 해볼 수 없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신선한 원두로 만든 커피에 무염버터(원칙은 목초만 먹인 소의 우유로 만든 버터) 1~2큰스푼과 코코넛오일 1~2큰스푼을 넣어 핸드 블렌더로 잘 갈아서 마시면 된다. 중요한 것은 아침 대신 마셔야 한다는 것. 즉, 한 끼를 대체하는 거다. 그리고 나머지 두 끼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 단백질 위주 식사를 하면 된다.
맛은? 생각보다 괜찮다. 느끼하거나 역겨울 줄 알았는데 고소하고 기름기도 생각보다 덜했다. 커피에 휘핑크림을 올려 먹는 사람들은 전혀 문제가 안 될 맛이었다. 열량이 높은 탓인지 점심이 될 때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늦은 오후 단것이 당기는 간식 욕망이 없어졌다.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귀가 얇은(특히 내 말에) 아내는 즉시 시도했다. 점심시간 직전 “배 안 고프지?”라고 카톡을 보냈더니, “배고파 미치겠다”는 답이 왔다. 그랬다, 역시 어떤 건강요법이든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거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효과가 터졌다.
아내는 심각한 변비 환자였다.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못 싼 적도 있다. 그런데 이 방탄커피를 마신 뒤 거의 매일 똥을 싼 것이다. 뜻하지 않은 효과에 환호했지만, 결국 아내는 곧 방탄커피를 포기했다. “살이 더 쪘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곧 다시 변비의 길로 접어들었다.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아내가 내 기사를 챙겨 보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방탄소년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