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하모.(팀장은 왜 ‘갯장어’와 사느냐 한다) 1년 반 가까이 모시고 있는 고양이다. 6월이면 2살이다. 인간의 나이로 치면 20대 중반인 셈이다. 코에 까만 점이 있는 하모가 나는 정말 못 견디게 좋다. 퇴근을 하고 돌아오면 “어디 갔나? 왔냐옹!”하고 다그치면서 내 정강이에 얼굴과 몸을 비비는 하모, 소파에 잠시 몸을 눕히면 그르렁대고(고양이가 기분이 좋고 편안할 때 내는 소리라고 한다) 명치를 잘근잘근 밟으며 ’꾹꾹이’를 하는 하모, 장난감이 있는 수납장을 올려다보며 “빨리! 장난감을 흔들어 대!”라고 명령하는 하모, 잠잘 시간이 되면 머리맡에 앉아 내 머리카락 냄새를 맡는 하모. 나는 하모가 정말 좋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지난해 말부터였다. 누워있으면 가슴께 올라와 나를 지긋이 내려다보며 자리를 잡던 하모가 달라졌다. 자꾸 얼굴이 아닌 엉덩이를 들이댔다. 엉덩이 쪽을 살짝 대는 정도가 아니다. 코앞에 엉덩이, 정확하게는 항문을 들이민다. 하모의 모든 것이 좋지만, 항문 냄새는 솔직히 좋아하기가 힘들다. 고양이는 스스로 온몸을 구석구석 혀로 핥으며 단장을 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낸다. 항문도 예외 없이 꼼꼼하게 핥는다. 그래서 고양이에게선 냄새가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코에 항문을 들이댔을 땐 달라진다. 항문 옆 항문낭에서 배어 나오는 냄새가 더해져 5초 이상 견디기는 힘들다. 고민이 시작됐다. 무슨 영문일까. 불만이 있는 걸까. 하모는 대체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는 걸까?
집사의 무식함이 문제였다. 고양이의 몸짓 언어를 충분히 알지 못해 생긴 오해였다. 고양이가 엉덩이를 얼굴 쪽에 들이미는 것은 집사에 대한 신뢰나 만족감의 표시였다. 자신의 냄새마저 거리낌 없이 알려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이제 나는 하모의 엉덩이를 영접할 날을 손꼽아 기대한다. 독성 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것은 아니니 나는 견딜 수 있다. 그런데 한 달째 엉덩이 깔림을 당하지 못했다. 하모에게 더 잘해야겠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