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곳에 들어서자 언제나처럼 층층이 쌓여져 있는 책들 사이로 담배 냄새가 났다.
사람은 미지의 것을 동경하기 마련이다. 담배를 태워보지 않아 그 실체를 모르기에, 그것의 흰 연기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신비로워 보였다. 고독이라든지, 어른의 애환이 묻어나오는 듯했다. 이런 동경은 어린 시절 우연히 접한 한 노래에서 시작됐다.
‘마지막 입맞춤에선 담배 향기가 났어요/씁쓸해 애달픈 향기/당신은 내일 누구를 생각하고 있을까요’(우타다 히카루, ‘퍼스트 러브’) 아마도 노래 속 연인은 프랑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나홀로 라이프’를 즐기며 상대에게 필연적인 외로움을 선사하는 이였으리라. 이 노래의 잔상이 깊이 남았던 탓에 평소 ‘사람은 모두 혼자’임을 강조하며 담배를 즐겨 태우던 이 작가가 한국의 ‘보부아르’처럼 느껴졌던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몇 년 전 연인과의 불화를 핑계로 강릉 낙산사에 내려가 청승을 떨고 있던 내게 “사람에 집착하지 말고 차라리 바다를 보고 돌을 보라”고 했던 그였다. ‘홀로 서는 게 인간의 숙명’이라고도 했다.
과거를 되짚어 보며 다시금 존경심을 느끼던 차 “포그나~” 흡사 춘향이가 급한 용무로 향단을 찾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한 부름, 응급 상황이 분명했다. 이내 곧 화장실 변기 옆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초조히 태우고 있는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왜 이제 와? 재미있는 이야기 해줘.”(헐!)
때로는 한국의 보부아르도 ‘나홀로 담배’는 적적했던 모양이다. “배우 다니엘 헤니의 얼굴을 보면 재밌다”고 권유하자, “모처럼 옳은 소리 한다”며 웃는다. 마침 만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제곡이 작업실 내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거장의 선율에 흰 연기 속에 살고 있던 소녀(작가)가 반응한 듯 싶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