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가수 자우림의 노래가 머릿속을 스친다. 24살 때 이 노래를 즐겨들었다. 당시 내게 서른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20대의 마지막 날이다. “벌써?”라는 자조 섞인 한숨과 함께 지난 20대를 돌아봤다. 참으로 바쁜 나날들이었다. 20대 때 썼던 노트를 꺼내 봤다. 거기에는 수많은 ‘OO 하기, OO 하기’가 적혀있었다.
지난 추석엔 모처럼 긴 휴가를 얻어 고향에 오래 머물렀다. 부모님과 함께 영화보고, 바다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찻 잔이 전하는 따끈한 온기는 차가운 바다 바람도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로 만들었다. 오랜만에 행복했다. 부모님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친구들을 만나 자랑을 했더니, 그들은 “이제 거기 갔다 왔냐”며 면박을 줬다.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20살에 서울에 올라와 내 꿈을 위해서 스펙을 쌓다 보니, 내 20대 노트엔 ’부모님과 OO 하기’를 적는 건 생각도 못 했다. 졸업 후 취업한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다 내려간 고향에선 눈도장만 찍고 올라오기 바빴다. 부모님과 무언가를 할 생각은 추호도 못 했다. 내 노트엔 부모님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30대를 목전에 둔 지금, 부모님의 환한 표정을 보면서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까지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은 1년에 고작 10일이 채 안 된다.
부모님께 너무 무심했던 내 20대. 30대 노트엔 다른 것들을 적어 넣을 생각이다. ‘고향에 자주 내려가기’,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20대의 ‘OO 하기’와는 다른 것들로 수놓을 생각이다. 나의 30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