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 한 번 꼭 통과해야 하는 의식이 있다. 종합건강검진이다. 비수면 위 내시경을 받기로 했다. 검진을 받은 지난해 12월20일. ‘심판의 날’인 것만 같다. 잘 할 걸, 나한테 좀 더 잘할 걸. 쓸모없는 후회가 밀려온다. 건강검진을 받는 날은 이렇게 숙연해진다.
비수면 위 내시경은 수월하게 끝났다. 화면을 살펴보던 의사는 “위염이 좀 있으시네요. 심각하지는 않아요”라고 말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걸레 맛이 난다는 양배추즙이라도 꾸준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나머지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런데 다소 심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바로 심전도실에서다. 심박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곳이다. 편안하게 호흡하라는 지시를 잘 따랐다. 심전도를 본격적으로 검사하기 전 기계의 화면을 잠시 살펴본 검사원이 더 단호한 목소리로 “더 힘 빼세요. 아무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심전도를 잠시 살펴보고 난 뒤의 말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듯했다. 편안하게 있으라는데, 찰나에 불안함이 커졌다. 이내 평정심을 찾았다. 1분가량의 심전도 검사는 수월하게 끝나는 듯했다.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갑자기 터져 나오려고 했다. 심장이 아니라 방귀가. 위 내시경의 여파였다. 내시경을 할 때 가스를 주입하는데, 마친 뒤 충분히 트림을 하면 된다고 했다. 지시에 따라 이미 수차례 트림을 했다. 그런데 미처 위로 나오지 못했던 가스가, 아래로 나오려 한 것이다. 하필, 심전도 검사를 하는 그때! 힘을 빼라고 했는데, 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순간, 검사원이 들어왔다. “자, 끝나셨습니다.” 다행히 방귀는 쏙 들어갔고, 심전도에도 큰 이상이 없는 듯했다. 그제야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