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호출서비스‘ 앱 화면. <한겨레> 자료사진
급한 일이 있을 때에는 택시를 탄다. 요즘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택시호출서비스 앱이 잘 돼있어, 길거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언제 올지 모르는 택시를 막연히 기다리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지난 주말에도 그랬다. 오전 9시까지 강원도에 갈 일이 있었는데, 출발이 늦어졌다. 마하의 속도로 머리를 굴린 결과 강원도행 시외버스가 많은 지하철 도봉산역 근처 버스정거장까지 우선 택시를 타고 간다는 계획이 섬광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택시호출서비스 앱을 통해 현재 위치를 지정하고 목적지에 ‘도봉산역’을 꾹 누른 뒤 택시를 기다렸다. 다행히 ‘택시가 배차됐습니다’라는 문구가 바로 떴다. 도착 예상시간도 ‘2분 뒤’라고 했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2분 뒤 도착이라는 택시는 갑자기 ‘4분 뒤’ ‘5분 뒤’ 도착 예정…이런 식으로 점점 내 위치에서 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앱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면, 택시 기사님이 길을 잘못 든 모양이었다. 그 사이에 몇 대의 빈 택시들이 스쳐 지나갔다. 주말 이 시간에 이 동네에서 택시가 이렇게 많은 적이 없었다. 고민이 깊어졌다.
2∼3분이 더 흘렀다. 호출 ‘취소’ 버튼을 누를까, 갈등 끝에 결국 엄지손가락은 ‘취소’ 버튼을 누르고야 말았다. 1분1초가 소중한 상황에, 다가오는 ‘빈 택시’를 보고 마음이 급격히 약해진 탓이었다.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열심히 달려오던 택시기사님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빈 택시에 빠르게 올라타 외쳤다. “도봉산역이요!” 순간 묘한 정적이 느껴졌다. 이후 택시기사님이 조용히 입을 뗐다. “왜 취소했나요…?” 헐…
“아, 그게” 변명을 꺼내기 무섭게, ‘부르릉’ 소리를 내며 택시는 출발했다. 앞으로 약속을 잘 지키라는 경고의 소리 같았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