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제 ‘올드보이’가 될 겁니다.” 지인의 집에서 술자리를 함께하던 한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내일 당장 전자제품 매장에 가 에어 프라이어를 사겠다!”는 나의 선언을 듣고 난 뒤의 말이었다. 그날 모임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데치면 너무 딱딱하거나 질겨서 손이 잘 가지 않던 브로콜리 줄기의 변신을 봤다. 브로콜리 줄기를 에어 프라이어에 굽자 완전히 달라졌다. 간단하고 맛있는 안주가 뚝딱 만들어졌다. 오독오독 씹는 재미가 남아있으면서도 거칠거나 질기지 않은 그 맛! 에어 프라이어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지인이 난데없이 영화 <올드보이> 이야기를 꺼낸 게 ‘허풍’이라 여겼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거기 나오는 최민식처럼 자꾸 군만두를 먹게 될 겁니다. 냉동만두를 꼭 사세요. 냉동된 채로 120도에서 10분, 180도에 10분. 이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고마운 조언이었지만, 나를 만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다음날 에어 프라이어를 모셔왔다. 마침 냉동실에는 자그마치 6개월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냉동만두가 있었다. ‘에이, 그래 봤자 만두지.’ 무심하게 만두 4개를 꺼내 에어 프라이어에 넣어 익혔다. 120도에 10분, 180도에 10분. 10분이 넘어가자 고소한 만두 냄새가 집 안을 채웠다. 딱 거기까지. 입맛을 돋울 만큼은 아니었다. “땡!” 완성을 알리는 소리였다. 꺼낸 만두는 부풀어 있었고, 겉은 노릇했다.
“바삭.” 에어 프라이어에 구운 만두를 씹는 소리. “와!” 에어 프라이어에 구운 만두를 먹고 난 뒤의 외침. 한 치의 과장도 없는 표현임을 맹세한다. 그렇게 나는 <올드보이> 속 최민식이 되었다. 자꾸 만두를 굽고, 먹는다. 올드보이와 다른 점은 그 맛에 신이 나서 즐겁게 먹는다는 점! 새우만두, 주꾸미만두, 고기만두…. 냉동만두가 차곡차곡 쌓여간다. 오늘 저녁은 매콤한 주꾸미만두와 고소한 새우만두다! 나는 이제 만두를 정말 좋아한다.
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