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챙기는 마음에는 연상 작용이 일어난다. 개를 사랑해서 함께 산책하다 보면 길에 사는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길고양이에게 자연스럽게 밥과 물을 챙겨주게 된다. 매일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 얼굴이 익숙해지면 하루라도 굶을까 더 열심히 챙겨주게 되고, 그러면 그 밥자리에 고양이뿐만 아니라 새들도 찾아온다는 걸 알게 된다. 곡식과 열매를 보기 힘든 도시의 새들은 대체 뭘 먹고 살아가는 거지? 하지만 도시의 새들에게 따로 모이를 줄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바다오리’ 채널을 보기 전까지는. “서울 자취방에서 새들에게 먹이를 준다면?”이라는 영상을 보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바구니를 창틀에 달아 해바라기 씨 한 줌과 반으로 가른 귤을 둔다. 찾아올 손님으로 참새나 비둘기 정도를 상상했으나 박새, 직박구리 등 다양한 새들이 날아와 양껏 먹고 간다. 티브이(TV) 채널을 돌리다 만나면 멈춰서 계속 볼 수밖에 없는 자연 다큐멘터리 그대로가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새들도 저마다 이름이 있고 다양한 색의 아름다운 깃털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떠올린다. 채널 주인이 야생 새의 사진을 찍거나 그리는 일을 하는 덕분에 개털을 주워 둥지를 만드는 진박새와 우아한 흑고니, 귀여운 새끼 청둥오리들도 볼 수 있다. 팔당, 우포늪 등으로 탐조를 떠난 브이로그에는 아름다운 풍광 속에 여러 새와 길고양이들까지 평화롭게 지내는 모습이 담겨있다. 고양이와 똑같은 소리를 내는 어치(다른 새들이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것을 알고 내쫓기 위해 흉내를 내는!)의 영상은 집에 고양이가 있다면 꼭 같이 보기를 추천한다.
최고운(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