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ESC] 도대체 거길 왜 가?

등록 2020-03-25 22:07수정 2020-03-26 02:55

닭강정. 클립아크코리아
닭강정. 클립아크코리아

지난달 14일, 그러니까 그날은 온 세상이 낭만적인 분위기가 흘러넘치는 밸런타인데이였다. 핑크빛 도시를 뒤로하고 그날 떠났다. 강원도 고성으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강원도의 모습을 간직한 곳. 몇 개월 전부터 고성투어를 해야 한다며 깃발을 올려 동행을 확보한 덕에 4명의 사람과 한마리의 개가 함께 떠났다. 장장 아침 6시30분부터 그날 자정까지 18시간의 여행이었다. 일행들은 “이게 무슨 일일투어냐? 무박 2일 아니냐!” “이렇게 오래 나와 있게 될 거였으면 속옷이랑 칫솔을 챙기라고 알려줬어야 했던 거 아니냐”라며 투어 가이드인 나를 타박했지만, 내가 원래 구성한 일일투어 여행 프로그램은 더 알찼기 때문에(등산을 포함하려 했었다) 투정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일일투어 중 내가 계획하지 않았던 일정이 하나 끼어들었다. 속초중앙시장 들르기였다. 참 궁금했었다. 이모가 친구들과 국내 여행을 가면 시장을 몇 시간이나 다니고, 또 그 지역의 특산물을 한 아름 사와 뿌듯해하는 그 마음이. 어르신들의 그 마음을 잘 알 수 없어서 관광객들이 들어찬 지역 시장은 여행 일정에 넣지 않았다. 심드렁한 마음으로 시장을 쏘다녔다. 어? 그런데 점점 두손에 실린 무게가 묵직해졌다. 어느새 내 손에 들려있는 건 각종 식재료와 음식들. 다듬은 생물 오징어와 노지에서 캐 향이 강한 달래, 동해가 아닌 서해나 남해에서 난 것으로 추정되는 감태 그리고 반도체 생산 공장의 모양새를 갖춘 생산시설에서 갓 나온 닭강정까지! 이모의 뿌듯해하는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합리적인 소비인 건 모르겠다. 여행이 목적이었는데 갖가지 식재료와 음식까지 확보한 ‘일석이조’의 뿌듯함, 그거면 된 거다.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그리워진다. 완벽했던 그 날의 여행이.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ESC] 사랑·섹스…‘초딩’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1.

[ESC] 사랑·섹스…‘초딩’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ESC] 오늘도 냠냠냠: 8화 관훈동 조금 2.

[ESC] 오늘도 냠냠냠: 8화 관훈동 조금

결혼을 약속한 남친이 있는데 다른 남자와 자고 싶어요 3.

결혼을 약속한 남친이 있는데 다른 남자와 자고 싶어요

소문의 칼바람은 정면돌파하라 4.

소문의 칼바람은 정면돌파하라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 746자 5.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 746자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