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ESC] 호텔의 변신, 방으로 밖으로

등록 2020-05-02 15:27수정 2020-05-13 18:52

객실에 헬스장, 극장, 키즈카페 색 입히고
호텔 한정식과 이탈리아 요리 직접 배달도
“객실에서 한강 보며 사이클 타는 경험”
“호텔 직원이 도시락 세팅, 대우받은 기분”
객실에 스피닝 바이크 등 운동기구를 들여놓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의 ‘그랜드 킹 코너 스위트룸’. 김선식 기자
객실에 스피닝 바이크 등 운동기구를 들여놓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의 ‘그랜드 킹 코너 스위트룸’. 김선식 기자

호텔은 실험 중이다. 목표는 뚜렷하다. 대면 접촉을 줄이면서도 만족도는 높여야 한다. 지난달 ‘롯데호텔 서울’이 깃발을 올렸다. ‘양 갈비와 랍스터’ 도시락 등을 ‘드라이브스루’(차를 탄 채 쇼핑하는 행위)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로비 프런트 대기 절차를 생략하고 객실 앞 ‘프라이빗 체크인’을 도입한 호텔도 여럿이다. 안전과 편리함,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호텔업계의 실험은 과감해지고 있다. 트렌드를 요약하자면 ‘방으로, 밖으로’다. 객실 기능을 확장하고(방으로) 비투숙객들을 찾아간다.(밖으로) 어둠의 계절에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빛을 발한다.

방으로 들어간 ‘헬스장’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스위트룸, 객실 풍경이 낯설었다. 킹사이즈 침대 너머 창가에 ‘스피닝 바이크’(자전거 형태 실내 운동기구)가 떡하니 놓여 있다. 그 뒤로 요가 매트, 아령 4개, 스트레칭·근력 운동용 고무 밴드 2종, 짐볼, 철제봉이 보인다. 운동기구만 보면 호텔이 아니라 헬스장 같다. ‘콘래드 호텔’은 이날 스위트룸 객실 두 곳(그랜드 킹 코너 스위트·그랜드 킹 이그제큐티브 코너 스위트.59만5000원부터.부가세 별도)에 운동기구를 들여놨다.

호텔 방에서 운동이라니, 생경하다. 아이디어는 마크 미니 총지배인이 냈다. 그는 서울에 거주한 지난 4년간 한강공원 자전거 타기를 즐겨 온 ‘자전거 마니아’다. 마크 미니 총지배인은 “최근 5~10년 사이 피트니스 시설을 찾는 투숙객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외국 힐튼 계열 호텔들에선 운동기구를 갖춘 객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국면에서 운동할 장소를 찾는 일은 더 중요해졌다”며 “객실에서 창밖 한강을 내려다보며 사이클을 타는 경험을 제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방에서 운동할 수 있는 객실 상품 ‘스테이 헬시’를 이용하는 고객은 객실에 머물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평일 오전 10시(주말 낮 12시) 체크인과 다음날 오후 3시 체크아웃 제도가 적용된다.

객실 티브이에 넷플릭스 셋톱박스를 연결한 서울 성수동 2가 ‘호텔 포코 성수’. 사진 ‘호텔 포코 성수’ 제공
객실 티브이에 넷플릭스 셋톱박스를 연결한 서울 성수동 2가 ‘호텔 포코 성수’. 사진 ‘호텔 포코 성수’ 제공
팝콘·맥주와 함께 ‘넷플릭스 호캉스’

서울 성수동 2가에 자리 잡은 ‘호텔 포코 성수’는 지난 2월14일 개업했다. 문을 열자마자 ‘코로나 사태’가 들이닥쳤다. ‘라이프 스타일’ 호텔을 내건 ’호텔 포코 성수’는 발 빠르게 대처했다. ‘극장’, ‘오락실’, ‘맛집’ 개념을 방으로 들여왔다. 객실 내부 즐길 거리를 늘려 자연스럽게 외부 대면 접촉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호텔 쪽은 지난달 13일부터 객실 총 80개 중 20개에서 넷플릭스 영화·드라마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티브이(42~47인치)에 넷플릭스 셋톱박스를 연결하고 팝콘(1개), 맥주(2캔)을 제공하는 ‘프라이빗 시네마 패키지’(스탠다드 룸 8만5000원부터)를 내놨다. ‘호텔 포코 성수’를 운영하는 코오롱 엘에스아이(LSI)의 장진주 홍보팀 대리는 “일반 객실보다 ‘넷플릭스 객실’ 판매율이 2배”라며 “고객 반응이 좋아 판매 기간을 8월31일까지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호텔 쪽은 ‘나만의 오락실 패키지’(스탠다드 룸 8만5000원부터)도 판매하고 있다. ‘추억의 오락실 게임’ 620종을 담은 오락기 ‘슈퍼 미니 에스에프시’(SFC)를 객실 티브이에 연결하고 ‘추억의 과자’ 4종과 음료수 두 캔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오락실 객실’은 총 10개다. 성수동 주변 맛집과 손잡고 ‘방콕 성수로드 패키지’(스탠다드 룸 11만9000원부터)도 내놨다. ‘위풍당당 족발 성수점’ 족발 세트와 ‘한강 주조 양조장’의 ‘나루 생막걸리’ 한 병을 객실에서 제공하는 상품이다.

독일 놀이 교구 전문업체 ‘하바’의 장난감과 아동용품들로 객실을 꾸민 서울 남대문로 5가 ‘밀레니엄 힐튼 서울’. 사진 ‘밀레니엄 힐튼 서울’ 제공
독일 놀이 교구 전문업체 ‘하바’의 장난감과 아동용품들로 객실을 꾸민 서울 남대문로 5가 ‘밀레니엄 힐튼 서울’. 사진 ‘밀레니엄 힐튼 서울’ 제공
키즈카페인가 객실인가

서울 남대문로 5가에 있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키즈 카페’를 객실 안으로 들였다. 독일 놀이교구 전문업체 ‘하바’의 침대, 러그, 텐트 등 장난감·아동용품 10~20여종으로 객실을 꾸몄다. 자동차, 공룡, 식당, 주방, 가게 등을 주제로 한 놀잇감을 비치했다.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노진선씨가 객실 내부 디자인을 맡았다. 29일부터 내달 31일까지 판매하는 ‘맘 앤 키즈 패밀리 패키지’(디럭스 마운틴 룸 25만원부터, 킹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38만원부터) 객실들이다. 킹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 두 곳엔 놀잇감을 고정 설치했고, 스위트룸을 제외한 객실 8곳에 동시에 설치할 수 있는 놀이교구 물량을 마련했다. 스위트룸 외 객실에선 24시간 머물 수 있도록 오후 3시 체크인, 다음날 오후 3시 체크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패키지 이용객들에겐 모두 조식 이용권(성인 2인, 12살 이하 어린이 2인), 컬러링 북, 색연필 세트, 에코백을 제공한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곽용덕 홍보팀장은 “객실 안에서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라며 “최근 집에서 육아에 지친 부모들을 위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대면 접촉 걱정 없이 방안에서 안전하게 스스로 놀도록 하고, 부모들은 좀 더 길고 편하게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 외발산동 ‘메이필드 호텔 서울’ 직원들이 직접 배달하는 봉래헌 도시락. 박미향 기자
서울 외발산동 ‘메이필드 호텔 서울’ 직원들이 직접 배달하는 봉래헌 도시락. 박미향 기자
도시락 배달하는 5성급 호텔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에 있는 5성급 ‘메이필드 호텔 서울’은 호텔 직원들이 직접 도시락 배달에 나섰다. 지난달 30일부터 연말까지, 호텔 반경 2㎞ 이내와 마곡동 전 지역으로 배달한다. 호텔 별관 전통 한옥에서 궁중 한정식을 판매하는 ‘봉래헌’과 본관 1층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라페스타’ 음식이다. 봉래헌의 ‘딜리버리 더 시그니처 도시락’은 취나물 밥, 김치전, 엄나무순 장아찌, 해물 잡채, 불고기, 두릅 새우 산적, 낙지 도라지 초무침, 물김치, 달래간장을 담았다.(1인 2만9000원·최소 2개 이상 주문 가능) 식재료는 모두 충남 예산 유기농 농장에서 조달한다. 이탈리아 음식 ‘딜러비러 더 시그니처 세트’는 라자냐, 피자, 파스타, 샐러드 등 6종 음식으로 구성했다.(4인 세트 기준 9만원). 1인 세트(2만원)는 최소 3개 이상 주문받는다. ‘메이필드 호텔 서울’ 한상민 세일즈 앤 마케팅 팀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내방객이 줄어, 예전에 식당 내부에서 주문해 먹을 수 있던 도시락을 호텔 밖으로 배달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봉래헌 도시락은 기업들이 점심 겸 회의용으로, 이탈리아 요리 세트는 주부들이 집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점심 회의에 ‘봉래헌 도시락’을 주문한 이대서울병원 전희원 사무원은 “생각지도 않게 호텔 직원이 직접 차로 도시락을 가져와 테이블 세팅까지 도와줘 대우받는 기분이 들었다”며 “음식 맛도 건강하고 깔끔했다”고 말했다.

호텔 도시락 배달은 ‘메이필드 호텔 서울’에서만 하는 건 아니다. 코로나19로 이용객이 줄기 시작한 호텔들이 고육지책으로 만든 상품인데, 의외로 소비자 반응이 좋아 앞다퉈 도시락을 출시하고 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일식당 ‘스시조’, 중식당 ‘홍연’, 베이커리 ‘조선 델리’ 도시락을, ‘제이더블유(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뷔페 레스토랑 ‘타볼로24’ 도시락을 배달한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간장에 졸이거나 기름에 굽거나…‘하늘이 내린’ 식재료 [ESC] 1.

간장에 졸이거나 기름에 굽거나…‘하늘이 내린’ 식재료 [ESC]

북집게, 끈갈피, 타이머, 기화펜…책으로 손길 이끄는 ‘독서템’ [ESC] 2.

북집게, 끈갈피, 타이머, 기화펜…책으로 손길 이끄는 ‘독서템’ [ESC]

한밤중 사자밥 될 뻔한 세 번의 악몽…‘천사’의 잇단 도움 [ESC] 3.

한밤중 사자밥 될 뻔한 세 번의 악몽…‘천사’의 잇단 도움 [ESC]

나이테처럼 인류 문명 켜켜이…곳곳이 유적 박물관 [ESC] 4.

나이테처럼 인류 문명 켜켜이…곳곳이 유적 박물관 [ESC]

[ESC] 이별 후 ‘읽씹’ 당해도 연락하고 싶은 당신에게 5.

[ESC] 이별 후 ‘읽씹’ 당해도 연락하고 싶은 당신에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