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냐 하나님이냐.’ 지난주 ESC 기사를 마감한 뒤 저녁 자리였다. 누군가 천주교 얘기를 꺼냈다. 알고 보니 팀원 세 명 중 두 명이 오래전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 요한(나)과 카타리나(팀장)는 세례명을 밝히며 서로 인사했다. 이어 우리는 천주교에 관해 알고 있는 온갖 얕은 지식을 쏟아냈다. ‘개신교에선 하나님이지만 천주교에선 하느님이더라’부터 ‘신부님한텐 술·담배가 금기가 아니더라’까지. 대체로 교인이 아니어도 알 만한 얘기들이었다. 요한은 물론이고 카타리나도 교리엔 크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난 초등학교 5학년 때 동네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독실한 교인이던 할머니와 어머니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보름간 교리수업에 참여했다. 주기도문은 그렇다 치고 사도신경은 왜 그리 어렵던지. 가장 혼란스러운 건 따로 있었다. 수업 담당 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곤란한 상황이 닥쳤다. “부모님이 신자(교인)인 사람?” 난 손을 들지 말지 한참 고민했다. ‘아빠는 신자가 아니고, 엄마만 신자면 손을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우리 엄마 성함이 ‘강신자’다. ‘엄마가 신자인 건 분명한데….’가 그때 나의 진지한 고민이었다. 난 결국 못 견디고 질문했다. “엄마만 신자신데 손들어요?” 선생님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응.”
이쯤 되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다. 난 종종 내 이름(선식)에서 미숫가루 냄새(향기가 아니다)가 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럴 때마다 좀 억울한 기분이 들면 그 친구의 이름을 떠올린다. 김후식. 나와 후식이가 같은 반에 있었으므로 발표든 뭐든 내게 먼저 화살이 돌아올 거라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선생님들은 늘 통념을 깼다. 보통 후식이를 먼저 지목했다. ‘맨날 선식이를 먼저 시키겠지? 난 후식이를 시켜야지’라고 생각한 걸까. 난 후식이가 발표할 때마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