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사랑에 빠졌다. 올해 6살.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한다.
아이 뿅뿅(가명)이랑 결혼해야 하는데 말이야. 누구랑 결혼하는지가 중요하거든.
아내(아이의 엄마) 갑자기? 너 근데 왜 뿅뿅이랑 결혼하려는 거야?
아이 뿅뿅이가 얼굴이 예쁘거든.
아내 다른 예쁜 애들도 많지 않아?
아이 아냐. 뿅뿅이 밖에 없어. 뿅뿅이가 제일 예뻐.
아내 근데 뿅뿅이가 다른 사람이랑 결혼한다고 하면 어떡할 거야? 그 7살 형도 뿅뿅이 좋아한다며.
아이 그러니까 반지 같은 거라도 하나 있으면 좋은데….
아내 뭐? 반지??
아이 응. 그 7살 형은 자꾸 반지를 갖고 와서 뿅뿅이 옆을 돌아다닌다니까.
아내 그래? 그럼 주말에 마트에 가서 반지를 하나 사자!
아이 좋아! 이젠 결혼식을 어떻게 할지가 문제인데….
아내 뭐? 결혼식? 결혼식을 어떻게 하고 싶은데?
아이 일단 스테이크를 먹을 거야.
며칠 뒤 아이는 편지를 썼다. 생애 첫 러브레터. 한 줄에 모든 걸 담았다. ‘뿅뿅이에게 너랑 다시 만나서 기뻐 나랑 결혼해줄래 ○○가.’ 두 사람은 4살에 어린이집을 같이 졸업했고 1년 만에 다시 유치원에서 만났다. 지난 주말 난 유치원 가방에서 고이 접은 종이 한장을 발견했다. 겉면에 ‘편지’라고 쓴 아이의 러브레터였다.
나 ○○야 아직 뿅뿅이한테 편지 안 줬어?
아이 응. 놀이터에서 만나서 줘야 하는데 아직 못 만났어.
나 유치원에서 주면 되지 않아?
아이 그건 좀 부끄러워서 안 돼.
아이는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한창 떠들썩하고 들뜬 놀이터의 소음에 묻혀 아무렇지 않게 편지를 건넬 틈을 노리는 것이리라. 세상을 우울함으로 물들이는 ‘코로나 블루’도 아이의 즐거운 사랑은 막지 못한다. 35년 전,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때도 그랬었지. 나와 5살에 결혼을 약속한 ‘엄친딸’(엄마 친구의 딸), 영미야 잘 살고 있니?
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