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비홍(사진 가운데)이 유소년 대상 축구반 ‘윈드FC’ 선수들에게 물총 공격(?)을 당하고 있다.
“심비홍 대박 났어. 장난 아냐.”
지난 금요일 밤,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간 중학교 친구 식범(별명)이 흥분해서 전화했다. 제주로 이주해 아마추어 축구클럽 감독을 하는 고향 친구 심비홍(별명)을 만났는데 수강생이 미어터진다는 것이었다. 천성이 게으른 심비홍이 대박각이라니 의아했다.
식범은 단순한 FC(축구단)가 아니라고 했다. 전국 최초로 주부들을 상대로 한 다이어트 축구 교실이라고 했다. 그 이름은 바로 ‘FC 말라가!’ 나처럼 말장난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살아온 심비홍다운 작명 센스였다.(FC 말라가가 안달루시아 지방의 말라가를 연고로 하는 스페인 축구클럽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하긴 녀석의 축구부 네이밍은 예전부터 깨방정이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녀석의 축구반 이름은 ‘네알’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레알이 아니라 ‘골 네알 먹는다’는 뜻에서 네알로 지었다. 2014년, 당시엔 드물었던 유튜브 축구채널을 최초로(?) 만들며 지은 이름은 ‘골 때리는 축구부’였다. 골 때리는 인간이 아닐 수 없었다.
식범과 전화를 끊자마자 심비홍에게 전화했다. “대박이 났다는데 어떻게 된 거냐?”는 물음에 심비홍은 “1주일에 하루 반나절만 일하는 주1일 근무제가 제주살이의 대원칙인데 더는 지킬 수 없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심비홍의 축구교실은 지역 방송국에 소개됐을 정도로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즐거운 축구를 하자’는 철학에 녀석의 입담·재치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방향지시등을 안 켠 채 끼어드는 앞차를 보고 친구 쭈구리(별명)가 “깜박이도 안 켜고 들어오고 난리야”라고 욕을 하자 “깜박했나 보지~”라고 말장난을 하던, 애드리브의 샴쌍둥이 심비홍. 내 와잎이 자기도 배우고 싶다고 하자, 녀석은 FC 말라가에서 살이 안 빠지는 엄마들을 위해 2군 클럽도 만들었다고 했다. “AC 안말라가!”
글·사진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