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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현대차가 삼성과 손잡은 이유는?…전기차 배터리 숨은 이야기

등록 2020-10-30 08:59수정 2020-10-30 15:49

매년 늘고 있는 전기차 판매
전기차, 진짜 승부는 배터리
리튬이온배터리 vs 전고체배터리
테슬라는 지난 9월22일 ‘배터리 데이’에서 배터리의 성능 개선과 원가절감, 그리고 생산규모 확장이라는 목표를 발표했다. 사진 테슬라 제공
테슬라는 지난 9월22일 ‘배터리 데이’에서 배터리의 성능 개선과 원가절감, 그리고 생산규모 확장이라는 목표를 발표했다. 사진 테슬라 제공

2010년 61대에 불과했던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불과 4년 만에 20배가 성장한 1308대에 이르렀다. 2015년에 2917대, 2016년에 5099대, 2017년에 1만3724대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급기야 2018년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5만대를 훌쩍 넘은 5만5756대에 달했다. 이건 배터리로 움직이는 순수 전기차만 집계한 수치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까지 더하면 전기 파워트레인(자동차에서 동력을 전달하는 부분)을 얹은 자동차 판매 대수는 예상보다 엄청나다.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배터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전기차를 제대로 알려면 우선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부터 이해해야 한다.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지엠(GM) ‘이브이(EV)1’은 납축전지를 품었지만 2세대부터는 니켈수소배터리로 바뀌었다. 사진 GM 제공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지엠(GM) ‘이브이(EV)1’은 납축전지를 품었지만 2세대부터는 니켈수소배터리로 바뀌었다. 사진 GM 제공

전기차 배터리는 크게 셀, 모듈, 팩으로 구성되어 있다. 배터리의 기본이 되는 셀은 자동차 내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한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단위 부피당 큰 용량을 갖춰야 한다. 일반 모바일 기기에 쓰이는 배터리보다 훨씬 더 긴 수명을 가져야 한다. 게다가 주행 중에 전달되는 충격을 견디고, 저온과 고온에서도 끄떡없을 만큼 높은 안정성까지 겸비해야 한다. 여러 개의 셀은 열과 진동과 같은 외부 충격에 좀 더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나로 묶어 프레임에 넣게 되는데, 이게 모듈이다. 그리고 모듈 여러 개를 모아 배터리의 온도나 전압 등을 관리해주는 배터리 관리시스템과 냉각장치 등을 추가한 것이 배터리 팩이다. 이런 방식으로 전기차에는 배터리 셀 수천개가 하나의 팩 형태로 들어가는 것이다.

배터리가 단순히 연료탱크의 역할만 할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내연기관차의 엔진 역할도 담당한다. 배터리의 용량이나 전압에 따라 주행가능거리, 모터의 최고출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배터리 용량에 따라 전기차의 주행가능거리와 성능이 좌우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더 멀리, 그리고 더 빨리 달리기 위해서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일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 때문이다. 큰 배터리를 얹으면 실내 공간이 줄어들고,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제품이기에 운동 성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최적의 방법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셀 크기가 작고 가벼우면서도 전기 에너지를 농축해야 한다.

배터리 셀이 묶인 모듈이 여러 개 모여 팩이 된다. 모듈의 온도나 전압 등을 컨트롤하는 배터리 관리시스템, 냉각장치 등도 함께 팩에 들어간다. 사진 닛산 제공
배터리 셀이 묶인 모듈이 여러 개 모여 팩이 된다. 모듈의 온도나 전압 등을 컨트롤하는 배터리 관리시스템, 냉각장치 등도 함께 팩에 들어간다. 사진 닛산 제공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로 납축전지, 니켈카드뮴배터리, 니켈수소배터리, 리튬이온배터리, 리튬폴리머배터리 등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전기차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된다. 리튬이온이 액체로 된 전해질 사이를 음극에서 양극으로,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며 전기를 일으키는데, 이러면서 에너지가 발생한다. 리튬이온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은 메모리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니켈배터리는 잔량이 남아 있을 때 충전을 하면 그 잔량을 기억했다가 배터리의 최대 에너지 용량을 잃는 효과가 있지만, 리튬이온배터리는 메모리 효과가 없어 중간에 충전해도 용량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리튬 금속은 온도에 민감해 고온에 오래 두거나 햇빛이 강한 곳에 있으면 터질 위험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해액이 흘러나와 리튬 전이 금속이 공기 중에 노출될 경우나 충전을 과하게 했을 때 화학반응으로 배터리 안 압력이 높아져 자칫 폭발할 수가 있다. 도요타·렉서스가 국내에 출시한 ‘아발론’과 ‘프리우스’ 등에 리튬이온배터리 대신 에너지 밀도가 낮은 니켈메탈배터리를 얹은 이유가 바로 안정성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차는 충돌했을 때 폭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4중 안전 시스템을 만들었고, 재규어의 전기차 ‘아이(I) 페이스’는 배터리 팩을 밀봉하고 방수 처리해 500㎜ 깊이의 물속도 건널 수 있게 설계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장점이 많지만 전해질이 액체로 돼 있어 충돌 사고가 났을 때 폭발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차세대 배터리로 지목된 게 전고체배터리다.

테슬라는 배터리 원가를 3년 동안 56% 낮추려 계획을 세우고, 이를 통해 2만5000달러짜리 소형 전기차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사진 테슬라 제공
테슬라는 배터리 원가를 3년 동안 56% 낮추려 계획을 세우고, 이를 통해 2만5000달러짜리 소형 전기차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사진 테슬라 제공

전고체배터리는 지난 5월13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당시 수석부회장(현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났을 때 핵심 논의 주제이기도 했다. 미래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두 사람의 목표 대상은 같다. 이재용 부회장은 전고체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고, 정의선 부회장은 그것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고체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로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폭발이나 화재 위험에서 자유롭다. 덕분에 안전성과 관련된 부품을 줄이는 대신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는 활물질을 채울 수 있다. 그만큼 공간 활용도와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분리막도 따로 필요하지 않아 배터리를 얇게 만들어 구부리는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전기차의 대명사 테슬라는 현재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했다. 엘지화학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리튬폴리머배터리다. 현대차는 주로 리튬폴리머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향후 삼성에스디아이가 전고체배터리를 생산하면 그 물량을 확보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승부를 겨룰 생각인 것이다.

자율주행의 확산도 전고체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다. 자율주행이 고도화될수록 데이터 처리에 드는 전력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선 고용량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소프트웨어기업 투세라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데이터양은 약 11TB다. 축구장 네개 규모의 반도체 공장에서 하루 동안 쓰는 데이터양이 45TB라는 걸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게다가 이론적으로 전기차에 전고체배터리가 들어가면 1회 충전으로 8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 지금의 리튬이온배터리의 2배 수준이다. 전고체배터리를 반기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충전 시간이다. 80%까지 충전하는 데 5분이면 충분하다. 기존의 가솔린과 경유차의 주유 시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내연기관 시대엔 자동차 제조사가 자동차의 중추적인 부품인 엔진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했다. 그런데 전기차 시대는 아니다. 자동차 제조사는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고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납품받는다. 이렇게 중요한 부품을 모두 납품받는 건 어쩌면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이 자동차 제조사에서 배터리 제조사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김선관(<모터트렌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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