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 보길면 부황리 보죽산 절벽에서 바라본 보옥 공룡알해변. 김선식 기자
팬데믹의 한해는 기자들에게도 혼란스러웠다. 밖으로 다니기 어려운 시절, 때때로 취재도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취재수첩에 별표 쳐 둔, 기억해둘만한 키워드들을 꼽아봤다.
새해에 또 갈 수 있을까? 매력 뿜뿜 여행지 원투스리
올 한해 취재 갔던 여행지들을 돌이켜 봤다. 밖으로 돌아다니기 조심스러운 시절, 여행도 줄었지만 여행지 취재도 줄었다. 그 자리를 ‘여행 사진 정리 기술’부터 ‘청소’, ‘웃음 치료’, ‘10대의 언어’, ‘악기’ 등으로 채웠다. 그 또한 새로운 여행이었다. 긍정도 잠시, 아쉬움을 달래며 새해에 다시 한 번 여행(취재나 출장 말고) 가고 싶은 세 곳을 뽑았다.
‘도깨비’ 같은 한우산
지난 5월, 숲에 ‘도깨비’가 산다는 말만 듣고 찾아간 경남 의령군 한우산(836m). 도깨비 같은 매력을 뽐냈다. 새벽녘 두꺼운 ‘솜이불’(운무)을 뒤집어쓰고 있더니, 단 20분 만에 구름이 걷히고 얼굴을 드러냈다. 숲길 들머리, 사람보다 두세 배 키 큰 도깨비 상이 지키고 섰다. 한우산은 ‘한우 도령’과 ‘응봉 낭자’, 그리고 도깨비 ‘쇠목이’가 삼각관계로 얽힌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산이다. 한우산 천연림을 둘레길(한우산 10리 숨길) 따라 걸을 수 있다. 정상 근처까지 차로 간다.(주말은 약 2㎞ 거리 쇠목재까지)
‘치유의 숲’, 축령산과 방장산
지난 8월,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454m)에 있는 ‘국립 장성 편백 치유의 숲’을 찾았다. 국내 ‘치유의 숲’ 29곳 중 한 곳이다. 수령 40~60년 편백이 약 157만㎡ 숲에 빼곡하다. 편백 숲 완만한 흙길을 맨발로 걷고, 해먹에 누워 살랑거리는 편백 가지 바라보고, 숲속 차 요법(티 테라피)으로 향기에 취했다. 국립 장성 숲체원이 진행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이었다. 북이면 방장산(734m)은 건강한 생태계가 살아있는 활엽수림이 발달한 숲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선 산림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숲에서 우연히 포동포동한 두더지 두 마리와 마주쳤다. 새해에도 우리 만날 수 있을까?
반짝반짝한 보길도와 흑산도
지난 2월 고산 윤선도가 은거한 전남 완도군 보길도를 ‘탐험’했다. 격자봉 남쪽 해안(예송 갯돌해변~보옥 공룡알해변 약 5.2㎞) 숲으로 들어갔다. 지난달엔 신안군 흑산도 칠락산 탐방로(소사리~큰재~마리재 약 5㎞)를 걸었다. 난대림 숲을 헤매 본 이라면 알 것이다. 산신령 지팡이처럼 구불구불한 나뭇가지, 반짝반짝 빛나는 동백 잎, 지칠 때마다 오아시스처럼 펼쳐지는 바다 전망! 난 늘 홀로 갔지만 둘 이상 같이 가길 권한다. 고요하고 푸른 어둠 속에서 헤매다 보면 좀 으스스할 때가 있다. 보길도는 해남 땅끝 선착장에서 배로 30분이면 보길도와 다리로 이어진 노화도에 닿는다. 흑산도는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걸린다. 날씨에 따라 배가 못 뜨는 날도 많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올 한해 기사를 기획하며 쓴 키워드의 8할은 비대면 혹은 ‘집콕’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난 5월, 코로나19로 비대면 구독 서비스 시장이 커진다는 내용의 ‘구독 인간’ 기사다. 그때만 해도 역병의 시절이 이토록 고되게 길어질 줄 몰랐으니, 취재를 위해 구독을 시작했다 끊지 않은 콘텐츠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거 알아? 이게 요즘 핫하대.” 어디 가서 누굴 만날 수 없는 요즘, 이 말을 대신 해주는 뉴스레터들이 있다. 집에만 있느라 요즘 사람들은 무엇에, 어떻게 열광하는지 깜깜이가 되었다면,
‘쏠트-호’와
‘까탈로그’를 받아보자. 매주 목요일 오전 8시 메일함에 도착하는 쏠트-호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 디자인판을 운영하는 ‘디자인프레스’가 보내오는 디자인, 브랜딩, 라이프스타일 관련 최신 트렌드에 관한 뉴스레터다.
리뷰 전문 미디어 ‘디에디트’가 매주 금요일 발송하는 까탈로그도 최신 경향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구독자가 설정해둔 이름을 다짜고짜 부르며 각 브랜드의 주목할 만한 신상 정보들을 쏟아붓는다. 그들이 소개한 대로 “에어팟과 몽블랑 헤드폰을 지나 을지로 파전과 시칠리아 파스타까지, 욕망의 지름 열차에 올라 아주 먼 신대륙으로 함께” 간다. 메일함과 함께 지갑도 열릴 수 있으니 주의할 것.
구독해볼까 하다 쉬이 끊지 못할 것 같아 신청하지 못한 서비스들도 있다. 소믈리에가 해당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골라 보내주는
‘쏨와인박스’(월 6만9000원~13만9000원), 내추럴 와인바 ‘위키드와이프’에서 운영하는 구독 서비스
‘위키즌’(오프라인에서 일정 금액 선결제), 전국 각지의 한국 전통주를 큐레이션 카드와 함께 보내주는
‘술담화’(월 3만9000원)는 몇 번이나 ‘할까 말까’하다 이미 그득한 ‘술장고’(술+냉장고) 때문에 ‘말까’로 결론 내렸지만 언젠가는 구독하지 싶다.
베를린필하모닉 연주 실황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콘서트홀’는 올 한해 나에게 주는 선물로 1년 치 구독권을 결제하고 싶다. 매 시즌 40개 이상의 공연 생중계와 지난 50년간 펼쳐진 공연도 볼 수 있다. 구독료 월 2만6000원, 12개월 17만9000원으로 다른 콘텐츠 구독 서비스와 비교하면 비용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코로나19로 가지 못한 콘서트 티켓값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지갑을 열 만하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비건의 발견’은 부부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기사를 쓰기 위해 선택한 한 달 동안의 비건 체험이었지만, 이후에도 우리 집 밥상에는 채식 식단이 차려진다. 손님이 오거나, 외부에서 식사 약속이 있는 등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여전히 비건식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 가지 나물에 쌈 채소, 현미밥과 된장국 정도면 훌륭한 한 끼가 됐다. 한식 위주의 식단이 지겨워지면, 올리브 오일과 마늘만 들어가는 오일 파스타(알리오 올리오)나 채식 타코를 만들어 먹고 있다.
‘정크 비건’이라는 말도 알게 됐다. 어떻게 매일, 매 끼니를 집에서 만든 건강식으로만 차려낼까. 반찬을 만들기 귀찮은 날에는 비건 냉동식품과 밥으로 한 끼를 때운다. 롯데푸드가 출시한 베지 너깃이나 ‘바이오믹스’라는 회사가 선보인 ‘고기대신’의 냉동식품들이다. 이런 냉동식품들은 콜레스테롤이나 트랜스지방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대신 식물성 단백질은 풍부하다고 한다. 특히 ‘고기대신’ 시리즈는 함박 스테이크나 떡갈비, 돈가스 등 누구나 좋아할 법한 메뉴를 식물성 재료로만 만들어냈는데, 제법 맛이 좋다. 곤약과 해조류를 이용해 기존 콩고기의 단점이었던 푸석푸석한 식감을 개선했다고 하는데, 사실 말해주지 않으면 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아이들도 고기인 줄 알고 잘 먹는다. 가끔 이런 식의 타협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비건식이 좋은가? 당연하다! 신기하게도 몸이 정확하게 느낀다. 어쩔 수 없이 고기나 생선을 먹은 날은 바로 컨디션이 달라진다. 고기·생선·우유·계란에 각종 유제품, 고기 성분이 들어간 양념에 젓갈이 포함된 김치까지 엄격히 제한해야 하는 완전 채식(비건식)에 선뜻 도전하기 어렵다면 일단 아침마다
에이비시(ABC·apple+beet+carrot)주스를 마셔보는 걸 권한다. 사과와 비트, 당근과 물을 대충 갈아 넣으면 아침 식사 대용으로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포만감도 적지 않다. 섬유질과 비타민, 각종 무기질이 풍부하며 맛도 좋다.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유선주 기자가 직접 뜬 카디건. 유선주 객원 기자
손뜨개 초보 옷 뜨기에 도전해보자
손을 움직여 무언가 실물을 만드는 취미는 성취감이 크다. 뜨개도 그중 하나. 예전 겨울에는 목도리를 뜨는 디아이와이 키트가 많았으나 올해는 옷을 뜨는 상품이 크게 유행했다.
디아이와이(DIY) 뜨개 패키지 고르는 법
도안과 적합한 실을 묶은 뜨개 패키지부터 시작하면 좋다. 손뜨개 전문 쇼핑몰 ‘바늘이야기’(banul.co.kr)와 ‘리네아’(linea.kr)는 다양한 뜨개 패키지를 갖췄다. 자체 개발 디자인부터 해외 니트 디자이너들과 계약을 맺고 영문 도안을 한국어로 번역한 상품도 내놓았다. 처음 옷 뜨기에 도전한다면 해당 디자인이 몇 호 바늘을 사용하는지, 바늘 굵기도 눈여겨보자. 너무 가늘거나 굵은 바늘은 손가락이나 손목에 피로가 쉽게 온다. 6~7호 바늘을 사용하는 도안이 손도 편하고 지루하지 않게 옷을 완성하기 적합하다.
두 배 빠르게 뜨는 법?
대바늘 뜨개 고수들이 빛과 같은 속도로 바늘을 놀리는 것이 경이롭다. 잠깐? 그런데 그들이 쓰는 뜨개 방식이 원래 알던 것과 다르다? 보통은 오른손에 실을 쥐고 바늘에 감아 뜨는데, 그들은 실을 왼손가락에 감아 마치 코바늘 뜨개를 하듯 실을 쥔다. 실을 오른손으로 돌리는 방식은 아메리칸 스타일, 왼손에 걸어 뜨는 방식을 콘티넨털(continental) 스타일로 부른다. 겉뜨기와 안뜨기를 번갈아 하는 ‘한 코 고무뜨기’를 아메리칸 방식으로 뜨면 매번 편물 뒤로 실을 넘겼다가 앞으로 다시 가져오는 동작을 해야 하는데, 콘티넨털은 실을 건 왼손가락의 각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라서 실을 앞뒤로 넘기는 과정이 생략되고 그만큼 시간이 절약된다. 콘티넨털 뜨기를 처음 시도하면 실이 왼손에서 자꾸 미끄러지고 어색하지만 한 번 익혀두면 아메리칸 방식보다 2~3배 빨리 뜰 수 있다. 유튜브에 ‘콘티넨털 뜨기’를 검색하면 동영상이 많다.
유선주 객원기자 oozwis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