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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봄처럼 알록달록, 필통을 채워요

등록 2021-02-19 07:59수정 2021-02-19 08:21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특별한 연필부터
트렌디한 볼펜, 나만의 수제 만년필까지
러시아 베링고 브랜드 연필. 연필가게 제공
러시아 베링고 브랜드 연필. 연필가게 제공

팬데믹은 개학을 준비하는 자세도 바꿔놓았다. 새 학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개학 준비물을 알아보면 노트북, 태블릿피시, 웹캠, 마이크, 헤드셋 등이 검색된다. 온라인 수업이 일상이 된 시절의 개학 준비물이다. 하지만 이런 때라고 새 연필과 펜을 고르던 설렘과 즐거움을 놓칠 순 없다. 바이러스에 빼앗긴 학교에도 봄은 오고 있을까. 간절한 바람과 함께 새봄 필통을 채워보자.

사각사각, 흑연이 종이에 갈리는 소리

연필은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친숙한 필기구다. 동네 문구점이나 온라인 숍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요즘은 특별한 연필을 파는 가게도 눈에 띈다. 시절이 좀 편안해진다면,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연필가게’를 들러보고 싶다. 여행 중 여러 나라의 연필을 수집하다가 2018년께 가게까지 열게 된 정양미 대표는 “실용성과 가성비가 좋은데다 익숙한 나무 소재로 만들어진 연필은 오랜 세월 사랑받아 왔다”고 설명한다.

1960년대 빈티지 연필. 흑심 제공
1960년대 빈티지 연필. 흑심 제공

제주에서 가게를 열기 전 사회복지상담사로 일하던 정 대표는 매일 업무일지를 연필로 쓰며 하루를 마감했다고 한다. “업무 공간은 아무래도 좀 차가운 분위기일 수밖에 없는데 종이에 사각거리며 흑연이 갈리는 소리가 책상 가림막 안에서 따뜻한 위안이었다”며 연필의 매력을 전했다.

연필가게에는 국외 여러 나라의 대중적인 연필이 주로 판매된다. 국내 연필 브랜드로 익숙한 동아연필, 모닝글로리 같은 특별하진 않지만 그 나라에서는 누구나 쓰는 연필이 주력 상품이다. 정 대표는 흑연 생산 역사가 오래된 터키와 체코 연필 품질이 좋다고 소개했다. 터키의 아델, 체코의 코이노어 브랜드 등이다. 이 외에 스위스 까렌다쉬, 독일 스타빌로 제품도 추천했다. 모두 연필가게에서 한 자루에 1000~3000원 값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다.

제주 연필가게 매장 모습. 연필가게 제공
제주 연필가게 매장 모습. 연필가게 제공

흑연과 점토를 혼합해 만든 연필심은 흔히 중간 강도와 색깔인 HB를 기준으로 심이 무르고 색이 짙은 2B~9B와 심이 단단하고 색이 연한 2H~9H로 나뉜다. 3B~H까지 주로 필기용으로 쓰이지만 취향에 따라 좀 더 단단한 2H를 필기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짙은색의 연필은 주로 미술용으로 쓰이고 2H 이상 단단한 연필은 설계나 제도 등 정교한 작업을 하는 데 쓰인다.

정 대표는 “연필 강도는 취향에 따라 많이 나뉘지만, HB가 필기용 연필로 가장 대중적이고 실제 생산도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에 힘을 빼고 써도 충분한 2B 연필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진할수록 점토가 많이 섞여 가루 날림이 있지만 연필심이 종이에 닿아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H로 갈수록 명쾌하고 또각또각 나는 소리가 매력적”이란다.

흑심에 진열된 연필들. 흑심 제공
흑심에 진열된 연필들. 흑심 제공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흑심’은 연필 마니아 사이에서 이름을 날린 빈티지 연필가게다. 박지희 흑심 공동대표는 “단단하게 글씨를 잡아주는 느낌이 좋아서 2H 연필을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물론 손님들에게는 취향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연필을 소개한다. 어린이의 경우 연필 잡는 게 익숙하지 않고, 글 쓸 때 누르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몸통이 굵은 점보 연필을 추천하고, 왼손잡이인 분들에게는 필기 방향에 따라 많이 번지지 않도록 단단한 심을, 책에 밑줄 그을 때, 그림을 그릴 때는 부드러운 강도의 연필을 권한단다.

흑심은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빈티지 연필을 주로 판다. 박 대표는 “오랜 세월을 품은 연필인 만큼 거기에 담긴 이야기도 함께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흑심에서는 매주 세계 각지에서 구한 새로운 연필이 업데이트된다. 가격대는 2000원에서 2만원 선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볼펜이 대중적으로 쓰이기 전인 1950년대에 생산된 연필이 종류가 다양하고 외관이 화려해 수집용으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제나일의 오스터 만년필. 제나일 제공
제나일의 오스터 만년필. 제나일 제공

수제로 만든 나만의 펜은 어떨까

연필이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쉽다면 평생 쓸 수 있는 나만의 펜을 마련해보는 것도 좋겠다. 몽블랑, 까렌다쉬 등 유명한 만년필 브랜드가 부담스럽다면 손으로 직접 펜대를 깎아 만든 수제 만년필을 구매하는 것도 합리적이다. 사용자의 이름을 새길 수 있고, 좋아하는 질감의 목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국내에는 수제 만년필을 제조하는 공방이 대략 10곳 정도 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제나일’은 만년필 마니아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이 좋다고 이름이 나 있다.

제나일에서는 만년필 약 30종이 8만~15만원 선에 판매된다. 나무를 깎고, 펜촉을 심는 것까지 하나하나 사람 손을 거친다. 하루 생산량은 30~40개 정도라고 한다. 아이티 기업에서 일하다 나무 만지는 일이 좋아 목공을 시작한 제나일 김일신 공동대표는 가구를 만들다 만년필의 매력에 빠져 수제 만년필을 제작해 팔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필기구 중에서는 가장 사치스러운 만큼, 연말연시에 선물용으로 판매가 많이 되고, 대학 입학, 승진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고객들이 구매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제나일의 베른 만년필. 제나일 제공
제나일의 베른 만년필. 제나일 제공

만년필의 가장 큰 매력은 글씨를 쓰는 습관에 맞춰 사용자에게 최적화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만년필 끝의 금속 부분을 팁이라고 하는데, 팁이 종이에 닿는 각도에 따라 계속 닳으면서 만년필 주인이 쓸 때 가장 필기감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본인이 쓸 때는 펜촉이 반질반질 부드러운데 다른 사람이 쓰면 종이가 긁히는, 온전한 나만의 펜이 된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만년필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제나일을 비롯해 여러 수제 만년필 제작 공방에서 만년필을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를 열고 있다. 제나일의 경우, 2인 한 팀 15만원에 8만원 선의 만년필을 각각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한다. 제나일 외에도 온라인 창작소 ‘아이디어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 등에서도 관련 수업을 찾아볼 수 있다.

모나미 153파스텔펄 볼펜. 모나미 제공
모나미 153파스텔펄 볼펜. 모나미 제공

가성비 아이템 모나미, 다이소도 놓칠 수 없지

볼펜이나 플러스펜은 만년필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연필보다는 다양한 색감으로 마련할 수 있는 필통 속 아이템이다. 필기구 제조기업 ‘모나미’에 따르면 최근엔 화사한 파스텔 색상의 볼펜 판매율이 상승하는 추세라고 한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1963년 출시된 이후 한국 볼펜의 표준형이 된 모나미153 볼펜에 솜사탕 색깔과 비슷한 연보라, 하늘색, 연분홍 등의 색을 입힌 ‘153파스텔펄’은 5자루 세트가 6000원 선으로 가성비가 좋다. 좀 더 고급라인인 ‘153네이처’와 ‘153블라섬’은 2만원대로 광택 없는 질감의 메탈 소재 몸체에 볼펜심도 필기감이 좋은 고가라인이 적용됐다고 한다.

이 외에도 ‘다꾸족’(다이어리 꾸미기를 즐기는 사람), 캘리그라피 등을 취미로 하는 이들이 추천하는 가성비 아이템의 성지가 있다.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생활용품 기업 다이소에서는 플러스펜 4색 세트에 1000원, 형광펜 5색 세트에 1000원으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필통을 채울 수 있다. 최근에는 다이소와 장애인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오티스타’가 디자인 협업을 맺은 볼펜 세트가 눈에 띈다. 귀여운 디자인의 3자루 세트 값 또한 1000원.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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