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asmr soupe’ 화면 갈무리
에이에스엠아르(ASMR)란 ‘자율 감각 쾌감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 주로 청각을 중심으로 하는 인지적 자극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감각적 경험을 일컫는 말이다.
누군가 내 머리를 빗겨주거나 귀를 파줄 때, 속삭이며 말할 때, 형언하기 어려운 심리적 안정감이나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백색소음처럼 방해되지 않는 다양한 소리도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콘텐츠 중 하나다. 장작 타는 소리나 빗소리처럼 자연에서 오는 소리도 있지만,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나 바둑 두는 소리처럼 특정한 상황을 주제로 하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할 ‘asmr soupe’ 채널 운영자는 특정 공간에 스토리를 부여해 음향을 연출하는 재주가 뛰어나다. 예컨대 ‘공부할 때 듣는 해리 포터 호그와트 시험 기간’이라는 콘텐츠는 영화에 등장하는 그레이트홀을 장소로 설정하고 펜글씨 쓰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부엉이 소리와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는 소리까지 더해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조선시대 김홍도의 집’을 듣다 보면 잔잔한 거문고 연주에 새소리와 물소리, 이따금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까지 들려 김홍도의 단원도를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소설이나 게임 등을 주제로 하거나, ‘런던 전철 안에서 꿀잠 자기’, ‘뉴욕 밤의 드라이브’처럼 공간이동을 연출하기도 한다.
에이에스엠아르를 들으며 공부를 하거나 기분을 환기하는 것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제트(Z)세대가 선호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상황에 몰입하는 심리적 투사 현상은 힘든 현실을 잊게 하고 안정을 준다고 하니, 자유로운 이동이 힘든 요즘 에이에스엠아르로 마음을 위로해보면 어떨까.
최고운(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