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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부산, 여름 말고 봄! 해파랑길 1코스 걷기

등록 :2021-02-26 07:59수정 :2021-02-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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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해맞이 공원~미포 약 18㎞
숲, 절벽, 해변, 항구, 도심 잇는 길
부산을 여행하는 또 하나의 방법
지난달 7일 해파랑길 1코스 초반부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 공원 해안 절벽 숲길. 김선식 기자
지난달 7일 해파랑길 1코스 초반부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 공원 해안 절벽 숲길. 김선식 기자

사진기자들은 종종 “사진은 손이 아니라 발로 찍는 것”이라고 말한다. 많이 돌아다닐수록 좋은 사진을 얻을 기회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여행도 그렇다. 구석구석 걷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선물 같은 풍경을 만나기도 한다. 봄바람 부는 날, 부산에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북적이는 여름 해변에선 볼 수 없었던 도심 풍경과 자연을 만나는 길이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미포 약 18㎞를 잇는 해파랑길 1코스다. 살랑거리는 봄바람 맞으며 설렁설렁 걸으면 6~7시간 걸린다. 부산 대표적인 여행지 이기대 공원, 광안리 해변, 마린시티, 동백섬, 해운대 해변이 그 길에 있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약 750㎞에 이르는 해파랑길의 시작이다. 2016년 개통한 해파랑길은 10개 지역에 50개 코스가 있다.

해파랑길 1코스는 해파랑길 중에서도 다채롭고 이색적인 길로 꼽힌다. 2012년부터 해파랑길 조성을 주관한 비영리 민간단체 ‘한국의 길과 문화’ 이성훈 사무처장은 “경북 영덕 블루로드가 큰 인기를 얻었지만, 길을 걸어본 사람들 말로는 부산 해파랑길 1코스 만족도가 더 높다”고 말했다. 영덕 블루로드는 해파랑길의 모태가 된 곳인데, 현재 해파랑길 19~22코스가 포함돼 있다. 부산 걷기 여행길을 만들고 모니터링하는 사회적 기업 ‘부산의 아름다운 길’ 남수정 대표는 “부산 4개 코스 중 1코스는 바다를 가까이 보며 걷는 절벽 숲길, 멀리 광안대교와 마린시티를 보며 걷는 해안 길, 카페와 식당이 즐비한 도심 길 등이 이어진 이색적인 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다채로운 길이란 뜻이다. 해파랑길 1코스 들머리 격인 ‘이기대 공원’은 지난겨울, 한창 손님맞이 채비를 했다. 데크(덱) 보수 공사 등을 진행했는데, 24일 현재 공사는 마무리 단계다. 부산 남구청은 현재 일부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통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8일 해 뜰 무렵 부산 광안리 해변. 김선식 기자
지난달 8일 해 뜰 무렵 부산 광안리 해변. 김선식 기자

해운대 해변. 김선식 기자
해운대 해변. 김선식 기자

동해와 남해의 경계는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 즈음이다. 그곳에서 강원도 고성으로 가는 해파랑길과 전남 해남으로 가는 남파랑길(부산~해남 1470㎞ 걷기 여행길)이 갈린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끼고 있는 이기대 공원은 해안 절벽 따라 울창한 숲이 약 5㎞ 이어진다. 절벽 숲은 쪽빛 바다 전망을 심심찮게 내어준다. 무시로 밀려드는 파도는 절벽 골을 파고들고, 통통하게 살 오른 딱새는 천연덕스럽게 사람 주위를 맴돈다. 좁은 오솔길과 데크를 오가는 이들은 앞으로 걸으며 옆을 바라본다. 호젓한 숲과 역동적인 바다 사이를 걸으며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간다. 해안 절벽 따라 농바위, 치마바위, 어울마당 솔숲을 지나면 바다는 점점 더 가까워진다.

‘이기대’라는 지명의 유래는 임진왜란 당시 왜장을 끌어안고 바다로 몸을 던진 두 기생의 무덤이라는 설이 있다. 으스스한 전설을 곱씹다가 잠시 길을 이탈해 해식동굴이 있는 해변으로 내려갔다. 얕고 둥근 웅덩이가 듬성듬성 팬 너럭바위를 지나 동굴 쪽으로 걸었다. 해변에 쪼그려 앉아 썰물 따라 몽돌 구르는 소리 ‘도르륵 도르륵’을 한참 동안 들었다. 사람 한명 간신히 들어갈 만큼 입구가 좁은 해식동굴은 깊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이기대 공원 끝자락에는 ‘구름다리’를 건너는 구간이 있다. 다리 아래 거센 파도와 쪽빛 바다, 우둘투둘한 거친 절벽을 내려다보느라 발걸음이 느려지는 곳이다.

이기대 공원 들머리 계단에서 내려다본 오륙도. 김선식 기자
이기대 공원 들머리 계단에서 내려다본 오륙도. 김선식 기자

헤운대 해변. 김선식 기자
헤운대 해변. 김선식 기자

해파랑길 1코스에서 길을 헤매지 않으려면 스티커를 찾아야 한다. 길바닥, 표지판, 난간 등에 붙어 있다. 빨간 해파랑길 스티커 또는 파란 ‘부산 갈맷길’ 스티커를 따라가면 된다. 파란색 해파랑길 스티커와 자주색 부산 갈맷길 스티커는 반대 방향인 이기대 공원 쪽으로 가는 길을 일러준다. 해파랑길 1코스 전 구간은 부산 갈맷길 2-1코스, 2-2코스와 겹친다. 이기대 공원을 빠져나오면 도심 해안 길이 시작된다. 갑자기 짠내가 훅 끼쳤다. 수영구 남천동에 있는 남천항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배우 최민식의 명대사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의 그 남천동이다. 그쯤부터 내내 광안대교와 마린시티를 바라보며 걷는다. 어느덧 해파랑길 1코스 중간지점 격인 광안리 해변이다. 신축년을 맞아 우람한 소 조형물이 해변을 지키고 있다.

해파랑길 1코스. 김선식 기자
해파랑길 1코스. 김선식 기자

해파랑길 1코스. 김선식 기자
해파랑길 1코스. 김선식 기자

한때 걷기 열풍이 불면서 전국 지자체마다 우후죽순 걷기 여행길이 생겼다. 개 중엔 도로 갓길 구간 등이 포함돼 온전히 걷기 어려운 길들도 있다. 해파랑길 1코스는 도심에서도 모퉁이를 돌 때마다 특색 있는 길이 튀어나와 짜임새 있다는 느낌을 준다. 광안리 해변과 민락항을 지나면 나오는 약 1㎞ 데크 길이 그렇다. 수직으로 높이 솟은 빌딩 숲 한복판, 1차선 도로와 데크 길이 평행선을 그리며 뻗어 있다. 도로엔 차가 달리고, 데크엔 사람들이 걷고 달린다. 그 옆으론 수영만을 가득 채운 바닷물이 출렁인다.

데크길 건너편 수영만 요트 경기장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정박 중인 요트와 수리 중인 갖가지 요트를 구경하며 경기장 광장을 지났다. 초고층 아파트, 오피스텔, 호텔, 리조트가 우뚝 솟은 신도시 ‘마린시티’ 해안은 ‘해운대 영화의 거리’다. 해안 800m 거리에 1.2m 높이 울타리를 따라 길을 꾸몄다. 영화 <도둑들>, <해운대>, <친구>, <범죄와의 전쟁> 등 ‘1000만 관객 영화’나 ‘해운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포스터, 귀여운 만화 캐릭터 등을 벽화로 그리고 <스파이더맨> 조형물 등을 세웠다.

해파랑길 1코스. 김선식 기자
해파랑길 1코스. 김선식 기자

해파랑길 1코스. 김선식 기자
해파랑길 1코스. 김선식 기자

‘영화의 거리’를 지나 도착한 ‘동백섬’에선 다시 자연을 만났다. 섬을 한 바퀴 도는 주 산책길만큼이나 섬 중앙을 가로질러 가는 숲길도 매혹적이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동백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룬다. 섬을 가로질러 주 산책길로 내려가는 길엔 등대 있는 아담한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길은 해안 데크로 이어진다. 숲과 바다 사이로 걷는 데크 길은 앞서 지나온 이기대 공원 탐방로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길지 않아 못내 아쉬운 그 길은 해운대 해변으로 이어진다.

동백섬에서 본 청설모. 김선식 기자
동백섬에서 본 청설모. 김선식 기자

사계절 해운대 바다를 모두 봤지만 해변 끝에서 끝까지 걸은 건 처음이었다. 그동안 보지 못한 풍경을 봤다. 반원을 그리는 해안선, 점처럼 흩어져 홀로 산책하는 사람들, 삼삼오오 줄지어 걸어가는 갈매기 떼가 보였다. 해변과 바다, 하늘을 보며 삼색기를 떠올렸다. ‘바다’라는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의 국기는 노랑(해변)과, 채도가 다른 두 개의 파랑(바다와 하늘)으로 삼등분된 삼색기일 것이라고. 작은 풍경을 마음에 담다 보니 어느새 해운대 해변 끝, 미포항이다. 해파랑길 1코스가 끝나고 2코스가 시작되는 곳. 거기 멈춰 서니 이 길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우리가 더 가까이 만나, 더 멀리 떠날 수 있기를, 두 발 모아 기도했다.

부산/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동산횟집’의 회덮밥. 김선식 기자
‘동산횟집’의 회덮밥. 김선식 기자

[ESC] 해파랑길 1코스 여행 수첩

교통 부산역에서 오륙도 해맞이 공원까지 27번 버스가 다닌다. 부산역에서 오륙도 해맞이 공원까지 택시를 타면 약 30분 거리다. 미포항에서 부산 지하철 2호선 중동역까지 약 1㎞(도보 15~20분) 거리다. 미포항에서 부산역까지 택시를 타면 약 50분 거리다.

갈림길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두루누비’ 앱은 전국 걷기·자전거 여행 안내서비스를 제공한다. 앱에서 해파랑길 경로를 열고 ‘내 현재 위치’를 비교하면 길 찾기 수월하다. 해파랑길 1코스는 주변 스티커를 보고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다. 해파랑길 빨간색 스티커와 부산 갈맷길 파란색 스티커가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미포 가는 방향을 가리킨다. 조금 헷갈릴 수 있는 구간은 민락교 주변이다. 민락 수변공원을 지나 나무 데크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횡단보도를 2차례 건너 민락교 위로 올라가야 한다. 해파랑길 전 구간 정보는 ‘두루누비’ 누리집(durunubi.kr) 참고.

식당과 숙소 해파랑길 1코스 걷기 여행은 일찍 출발하면 당일치기로도 가능하다. 해파랑길 1코스 약 18㎞를 걷는데 보통 6~7시간 소요된다. 1코스 중간지점인 광안리 해변 주변에 호텔, 모텔 등이 많다. 광안리, 해운대 등 곳곳에 식당과 카페도 많다. 남천항 방향으로 이기대 공원을 빠져 나오자마자 자연산 회와 회덮밥 등을 내는 ‘동산횟집’(부산 남구 분포로 66-40/051-628-5464)이 있다. 회덮밥 1만원.

부산/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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