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집에서 개를 여러 번 키웠다. 이름은 변함없이 ‘누렁이’였다. 당시 개 이름은 털 색깔을 따랐다. 누렁이는 흑구, 백구와 함께 개이름 트로이카였다. 반려동물이란 개념이 생기기 전 한국 가정집 개는 대부분 방범용이었다. ‘로동신문체’로 쓴 ‘개조심’이란 붓글씨가 대문에 걸린 집이 많았다. 우리도 그랬다.
몇 마리가 집을 거쳐 갔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부분 천수를 누리지 못했다. 동물병원도 제대로 없던 때라 아프면 시름시름 앓다 죽었고, 새끼를 낳다가 죽기도 했다. 쥐약을 먹고 죽은 적도 있었다. 담을 넘고 나가 그대로 ‘행불’이 된 개도 있었다. 개가 죽으면 사체는 주로 동네 아저씨들이 가져갔다. 당시 환경미화원 아저씨들도 누구 집 개가 죽었다고 하면 쓰레기와 함께 개를 수거해 갔다. 그 뒤 어떻게 됐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이 세상과의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었을 터.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개를 키우고 있다. 이번엔 집 안에서 같이 사는 반려견이다. 호두(
사진)라는 이름을 붙였다. 올해 다섯살인데, 문득 이 녀석이 죽으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들으면 황당하겠지만, 눈물이 찔끔 날 때도 있다. 영원한 이별의 슬픔만 미리 떠올릴 뿐, 막상 때가 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무런 정보도, 지식도 없다. 이에스시(ESC)가 이번 주 커버스토리로 준비한 ‘반려동물장례’는 나 같은 고민을 가진 반려인들에게 작은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이번에 새로 이에스시 팀장으로 일하게 됐다. 과거 애정을 갖고 2년 넘게 일했던 곳이다. 열심히 할 테니 많은 관심과 채찍 부탁드린다.
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