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어울리는 술과 음식
신 김치에 탁주, 초라한 소주 한 병. 드라마와 영화에서 나오는 ‘김치 페어링’은 늘 이런 모양새였다. 늘 초라한 술상에는 김치 한 접시뿐. 요즘 김치가 얼마나 귀하신 몸인데, 언제까지 김치는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이젠 김치에 제대로 된 짝을 찾아줄 때가 되었다. 음식과 술 전문가 5인에게 김치의 단짝을 물었다.
최정욱 (최정욱 와인연구소 소장)
경북 경주의 예인화원에서 만드는 ‘남산애’ 와인은 한국에서 몇 되지 않는 내추럴 와인이다. 부드러운 타닌과 쿰쿰한 된장의 향이 함께 느껴져 우리 식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배추김치와 무척 잘 어울린다. 충북 단양의 ‘에델와인’에서는 매실로 와인을 만드는데, 심심하고 양념이 과하지 않은 백김치와 조화를 이룬다.
총각김치와 스파클링 와인은 좋은 궁합이다. 임회선 제공
임회선 (바다마르마레 오너 셰프)
마늘의 강한 향을 힘들어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마늘을 쓰지 않은 샐러드 같은 김치를 개발했다. 마늘을 넣지 않으면 배추나 부재료의 맛이 더 살아나는 데다 뒷맛이 개운해서 양식에도 무척 잘 어울린다. 총각김치 하나 놓고서 손님들과 샴페인, 로제 와인, 레드 와인까지 달린 적도 있을 정도다. 마늘을 넣지 않은 김치는 무엇보다도 스파클링 와인과 잘 어울린다.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푹 삭은 매콤 쿰쿰한 묵은지 한 접시에 해남 해창 막걸리의 경쾌하고 신선한 단맛이 더해지면 더 바랄 것이 없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안주 중 하나인 김치전도 빼놓을 수 없다. 고소하고 기름진 갓 구운 김치전에는 새콤달콤한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별산 막걸리’가 어울린다. 6년 된 감식초에서 초산균을 분리해 발효시킨 막걸리라 산미가 아주 뛰어나다.
김선희 (한식주점 락희옥 대표)
보쌈 수육을 낼 때도 한 가지의 김치만을 내지 않는다. 백김치와 양지머리 육수에서 숙성시킨 숙성 김치, 무김치까지 3종의 김치를 제공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깔끔하게 삶은 보쌈과 김치에는 소주도, 막걸리도 아닌 와인이 가장 잘 어울린다.
류민중 (한식주점 미러볼밥술상 대표)
양파, 파 우린 채수와 배, 고추씨를 찬물로 우린 고추 씨 물을 더해 만드는 열무 물김치에 소면을 넣어 말아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순 메밀면을 말아 먹는 열무 메밀면을 추천한다. 메밀의 구수한 향과 간이 강하지 않은 열무김치의 국물 덕에 술이 술술 들어간다. 제주산 메밀을 증류해 만든 ‘메밀 이슬’ 술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다.
백문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