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멋지네.”
최근 산 신발을 본 회사 선배가 말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게시물을 보다 뜬 광고에 꽂혀 바로 ‘지른’ 것이다. 나이키의 ‘크레이터 임팩트’라는 스니커즈다. 스니커즈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그날 그날 옷에 맞춰 바꿔 신으면 기분 전환도 된다. 더군다나 저런 칭찬까지 들으면 ‘잘 샀네’라는 자기 만족도 더해진다.
이 신발은 내가 처음으로 산 친환경 패션 제품이라 뜻깊다. 나이키는 몇 해 전부터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라는 친환경 라인을 판매 중이다. 신발 무게의 20% 이상을 페트병 등에서 추출한 재활용 소재로 만든다고 한다. 초기엔 ‘나 친환경이야’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은 노골적 디자인이었지만 최근엔 친환경 제품인지 일반 제품인지 모를 정도로 예뻐졌다. 이번에 산 신발도 결제를 하고 나서야 친환경 제품이라는 것을 알았을 정도다. 순전히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샀지만, ‘지구를 지켰다’는 뿌듯함은 덤으로 얻은 셈.
고백하자면, 그동안 친환경 제품에 대해(특히 패션 쪽엔) 큰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상술이야’라는 부정적 인식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친환경 제품을 사게 되고, 멋지다는 칭찬까지 들으니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소비 시장에서 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고,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최근엔 필(必)환경이란 말까지 생겼단다. 엠제트(MZ)세대들은 아예 자신들의 정체성과 다름없는 ‘힙’을 붙여 ‘힙환경’이란 말도 만들어 냈다. 이제 환경은 윤리의 문제를 너머, ‘멋짐’의 문제가 된 것. 한숨 나오는 디자인의 제품을 친환경이란 이유 때문에 꾸역꾸역 샀던 윗 세대들의 시행착오를 그들은 ‘멋지게’ 극복했다.
이정국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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