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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비빔면 3종 맛의 ‘찐’검승부…팔도냐, 농심이냐, 오뚜기냐

등록 2021-05-28 04:59수정 2021-05-28 09:53

요리사 3인과 유쾌한 비빔면 시식회
팔도, 순하고 달콤한 조화
농심, 소스 감칠맛 매력적
오뚜기, 두꺼운 면 포인트
비빔면. 백문영 제공
비빔면. 백문영 제공

왼손으로 비벼도, 오른손으로 비벼도 맛만 좋은 비빔면의 계절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봤던 그 맛, 남녀노소 모두에게 호불호 없는 무난한 맛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빔면. ‘한 개는 부족하고 두 개는 많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로 마니아층이 탄탄한 시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국내 비빔면 시장의 규모는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으로 기온이 올라가면 비빔면을 찾는 이도 많아진다. 최근 각 회사의 공격적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 3월 새롭게 출시된 농심 ‘배홍동 비빔면’은 연예인 유재석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출시 두 달 만에 1400만개를 판매하는 깜짝 실적을 남겼다. 오뚜기 ‘진비빔면’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자문을 받아 소스 레시피를 완성해 화제를 모았고, 팔도 ‘팔도 비빔면’ 역시 연예인 정우성을 모델로 활용해 셀러브리티 마케팅 경쟁에 박차를 가했다. 1위는 역시 ‘팔도 비빔면’.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는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 뒤를 농심 ‘배홍동 비빔면’, 오뚜기 ‘진비빔면’이 바짝 쫓는 추세다.

‘비빔면 하면 팔도’였던 과거와는 달리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진 상황. 그렇다면, 회사별 비빔면의 맛은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비빔면 좀 먹어봤다’고 주장하는 요리사 3인(조종원 다다름에프앤씨 부장·박시용 선유용숙 오너셰프·김동영 제육원소 오너셰프)과 함께 지난 19일 3사의 비빔면을 먹으며 ‘비빔면 대담’을 나눴다.

백문영(이하 백) : 팔도, 농심, 오뚜기 3사의 비빔면을 직접 끓여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이 오늘의 주제다. 비빔면을 즐겨 먹는 편인가? 어떤 브랜드의 비빔면을 선호하나?

김동영(이하 김) :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서 비빔면은 완벽함에 가까운 음식이다. 간단하게 삶아 물에 헹구기만 하면 시판 비빔냉면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맛을 내기 때문이다. 유탕면 대신 중면이나 냉면용 면을 삶아 넣어도 훌륭한 한 끼가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비빔면을 맛봤다.

박시용(이하 박) : 국물 라면보다 비빔면을 선호하는 취향이라 각 브랜드의 비빔면을 주방에 쟁여놓는 편이다. 푸근하고 안정적인 맛이라 언제나 보험 드는 기분으로 사다 놓는다.

조종원(이하 조) : 비빔면 시장의 추이가 흥미롭다. 팔도 일색이었던 과거와 달리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진 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농심과 오뚜기 모두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던 브랜드다. 오늘의 테이스팅이 무척 기대된다.

신흥강자 ‘배홍동’ 양념 맛있어

백 : 3사의 비빔면, 첫인상은?

조 : 끓이지 않은 생면만 봐도 3사의 차이점이 느껴진다. 진비빔면의 면 굵기가 다른 두 브랜드에 비해 현저히 굵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조리 시간이 30초 긴 3분 30초다. 진라면이 생각나는 비주얼이다.

김 : 팔도 비빔면은 유일하게 깨 고명이 없다. 액상 수프만 들어있는 간단한 형태다. 오리지널리티에 충실한 느낌이다.

박 : 팔도 비빔면과 진비빔면의 소스 베이스는 모두 사과다. 진비빔면은 타마린드(매콤새콤한 맛을 내는 향신료)를 부재료로 넣어 차별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배홍동 비빔면에는 사과 대신 배 퓌레가 들어간다. 이름에 충실한 소스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 : 맛은 어떤가.

김 : 배홍동 비빔면은 첫 입에서 라면 수프 같은 감칠맛이 도드라진다. 고소하고 가벼운 느낌이 기분 좋다. 진비빔면은 매운맛이 확연히 튄다. 삼겹살, 베이컨 같은 기름 많은 고기류랑 함께 먹기 좋을 것 같다. 팔도 비빔면은 아무래도 앞의 두 제품에 비해 슴슴하다. 대신 얇은 면에 소스가 잘 배어 맛의 균형이 좋다.

박 : 배홍동 비빔면에서 팔각과 볶은 고추장 향이 강하게 난다. 잘 만든 고추장 소스에서는 떡볶이를 먹는 듯한 구수한 맛도 난다. 입에서 계속 당기는 매력적인 소스다. 진비빔면의 소스는 고춧가루에 간장을 섞은 듯한 향이 난다. 처음에는 싱거운 듯싶었으나 두 번째 젓가락부터는 술술 넘어가는 중독적인 매운맛이 특징이다. 팔도 비빔면은 면에서 기름 맛이 세게 난다. 면 기름이 혓바닥에서 따로 노는 기분이라 살짝 신경이 쓰인다.

조 : 팔도 비빔면 소스에서 쇠고기 수프의 향이 난다. 구수한 감칠맛과 가장 가벼운 식감이 확실히 대중에게 소구할 맛이다. 진비빔면은 두꺼운 면이 포인트다. 두껍고 탄력 있어서 씹는 식감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소스에 들어있다는 타마린드의 향은 크게 느낄 수 없었다. 타마린드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배홍동의 양념은 직관적으로 맛있다. 배의 시원한 향과 고추장 소스의 매운맛이 적당하게 균형을 이룬다. 개인적으로는 진비빔면 면에 배홍동 비빔면 소스를 섞어 먹어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귀찮은 일이다. (웃음)

지난 19일 서울 양평동 선유용숙에서 비빔면 대담 참가자들(박시용, 백문영, 김동영, 조종원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이 비빔면을 시식하고 있다. 백문영 제공
지난 19일 서울 양평동 선유용숙에서 비빔면 대담 참가자들(박시용, 백문영, 김동영, 조종원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이 비빔면을 시식하고 있다. 백문영 제공

식초·고추냉이 넣으면 맛 살아나

백 : 보통 비빔면 먹을 때 어떻게 조리해서 먹나? 요리사들만의 ‘킥’이 있을 것 같다.

김 : 큰 비책은 아니다. 보통 비빔면을 먹을 때 국물이 조금 아쉽지 않나? 차가운 육수 냉면을 좋아해 가정간편식 냉면 육수를 늘 냉동실에 구비해 놓는다. 비빔면을 절반쯤 먹고 살얼음 낀 냉면 육수를 부으면 간단하게 비빔 물냉면이 된다. 매운맛과 시원한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팁이다. 셋 중에서는 소스의 감칠맛이 조화로운 배홍동 비빔면과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런데 왜 비빔면은 하나는 적고 두 개는 많은가, 늘 몇 개를 끓일지 고민하는 건 나뿐일까?

조 : 그래서 진비빔면은 기존 자사 제품보다 면을 20% 증량했다. 이 정도면 한 개로 그럭저럭 배부를 수 있는 양이다. 꽤 마음에 드는 포인트다. 비빔면은 사실 고명과 사이드 음식과 궁합을 이룰 때가 가장 맛있다. 달걀이나 골뱅이 같은 흔한 고명부터 기름진 우삼겹까지 응용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 집에서는 기름이 많은 고기를 구워 함께 먹기를 즐긴다. 뜨끈한 어묵탕 국물을 곁들여도 좋다. 진비빔면의 단맛과 염도가 가장 높게 느껴진다. 식초를 살짝 넣어 먹으니 밸런스가 더 잘 맞는다. 오이 초무침이나 파래 초무침 같은 식초를 베이스로 한 새콤한 반찬과 함께 먹기에 아주 좋겠다.

백 : 뭔가 변주를 줄 만한 다른 요소는 없을까? 같이 곁들일 만한 음료라든가.

박 : 팔도 비빔면을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면을 삶고 물로 헹굴 때 찬물을 조금 남겨 놓았다 소스를 비비면 자연스럽게 국물이 생긴다. 소스를 다 넣어도 절대 짜지 않고, 식초를 듬뿍 넣으면 비빔냉면의 풍미가 난다. ‘나만의 팔도 비빔냉면’인 셈이다.

김 : 비빔면에 고추냉이 넣어 먹어봤나? 맵고 시고 짠 풍미가 배가되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후추나 다진 마늘 같은 향신료를 넣어 먹어도 좋다. 내 입맛에 맞는 ‘커스터마이즈 비빔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향신료의 매력이다.

조 : 건 베이컨 플레이크 같은 고기 고명을 얹어도 맛있다. 단백질이 부족한 비빔면의 단점을 커버해줄 수 있는 불패 아이템 아닌가?

박 : 지금 제철 맞은 한치회를 국수처럼 얇게 썰어 고명으로 얹어도 맛있다. 한치회와 면의 두께를 비슷하게 썰어 식감의 통일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초 럭셔리’ 회국수의 탄생이다.

김 : 사과로 만든 애플 사이다를 곁들여 먹어도 좋겠다. 맥주는 아무래도 씁쓸한 맛이 있다 보니 비빔면과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새콤달콤한 사과 소스 베이스의 비빔면과 가볍고 달콤한 애플 사이다는 맛과 향에서 뛰어난 짝이 된다. 과일 향 나는 무겁지 않은 맥주와도 잘 어울리겠다.

백 : 비빔면을 비교 시식해 본 소감은?

조 : 사과 농축액을 소스의 기조로 사용한 팔도 비빔면과 진비빔면의 맛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같은 고추장 베이스임에도 불구하고 팔도에서는 순하고 달큰한 맛이, 진비빔면에서는 진득한 쇠고기 육수의 맛과 고추장의 매콤한 맛이 동시에 났다. 배홍동 비빔면은 배 퓌레의 향이 진하게 났다. 천편일률적인 비빔면 소스가 아닌,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살린 점이 눈에 띈다.

김 : 한 제품이 잘 되면 너도나도 따라 하는 미투 상품이 나오던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세분화된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는 시장 환경이 놀랍다. 각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잘 찾아서 소비한다면, 시판 제품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박 : 3사의 비빔면 모두 각자의 맛과 개성을 잘 살린 제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팔도 비빔면을 먹으면서는 ‘클래식은 여전하다’는 생각을 했고, 배홍동 비빔면에서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 진비빔면에서는 소비자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따르는 능동성을 보았다. 바야흐로 ‘뉴노멀 비빔면’의 시대다.

백문영 객원기자 moonyoungba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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