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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롤스로이스는 왜 꿀벌을 키울까?

등록 2021-06-10 04:59수정 2021-06-10 20:10

롤스로이스 꿀, 볼보 플로깅 캠페인 등
자동차 산업에 거세게 부는 친환경 바람
최근 윤리적 소비 지향하는 고객층 고려
탄소 중립 사활 걸며 다양한 활동 펼쳐
에르메스와 협업한 비스포크 롤스로이스 팬텀. 롤스로이스 제공
에르메스와 협업한 비스포크 롤스로이스 팬텀. 롤스로이스 제공

지난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었다. 1972년 6월 5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를 주제로 인류 최초의 환경회의가 열렸다. 총 133개 나라와 3개의 국제기구, 257개 민간단체가 참여한 이 회의에서 ‘유엔 인간환경선언’을 채택한 것이 세계적인 환경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그렇게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한 지 50년이 흘렀다. 다른 산업에 비해 조금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대표적인 탄소배출 업종이었던 자동차 산업에도 친환경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기차 산업은 테슬라가 선도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와 새로 진입한 아이티(IT) 기업들이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덕분에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택지는 더욱 풍성해졌다. 물론 단순하게 전기차가 대중화했다고 친환경 시대를 맞이하는 건 아니다. 차를 만드는 소재부터 생산 공정, 에너지 공급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친환경적이어야 한다.

친환경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국 굿우드 공장에서 꿀벌을 키우는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 제공
친환경 캠페인의 일환으로 영국 굿우드 공장에서 꿀벌을 키우는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 제공

그래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탄소 중립’에 집중한다. 탄소 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어느 브랜드를 콕 집을 필요 없이 거의 모든 브랜드가 탄소 중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법제화했으며 중국은 2026년으로 발표했다. 미국은 아직 별다른 말은 없지만 캐나다와 함께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목표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몇 자동차 제조사들은 단순히 전기차 혹은 전기차 제작 과정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이고 창의적인 친환경 활동을 수행하기도 한다. 롤스로이스처럼 말이다. 유엔(UN)은 2017년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지정하고, 전 세계 야생식물의 90%, 식량의 75%가 생산되는 데 필수 매개체인 꿀벌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보호 대책을 강화하고자 했다.

롤스로이스 또한 같은 해부터 ‘꿀벌 프로젝트’를 통해 꿀벌 보호에 동참하고 있다. 꿀벌 프로젝트는 롤스로이스가 펼치는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 중 하나로, 영국 굿우드에 있는 생산 공장에 양봉장을 마련해 서식지 파괴와 지구온난화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에게 안전한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2020년에는 25만 마리의 꿀벌이 굿우드 부지(약 17만㎡)에 펼쳐진 50만 그루의 나무, 관목, 야생화 등에서 양분을 얻어 ‘롤스로이스 꿀’을 생산했다.

볼보의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인 '헤이, 플로깅'.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러닝 캠페인이다. 볼보 제공
볼보의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인 '헤이, 플로깅'.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러닝 캠페인이다. 볼보 제공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벤틀리와 포르쉐 역시 ‘꿀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벤틀리는 영국 크루 공장에서 꿀벌 30만 마리를 키운다. 영국 토종 꿀벌이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영국산 나무를 심고 들꽃 서식지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세계 최대 자동차 양봉업자는 따로 있다. 포르쉐다. 독일 라이프치히 오프로드 주행시험장 내에 300만 마리의 꿀벌을 기른다. 서식지 면적은 4만㎡, 포르쉐가 연간 생산하는 꿀은 400kg이다. 이 꿀은 포르쉐 라이프치히 서비스센터에서 병당 8유로에 판매한다. 수익금은 꿀벌 보호에 쓰인다.

볼보는 2019년부터 친환경 사회공헌 활동으로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러닝 캠페인 ‘헤이, 플로깅’을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어 ‘이삭을 줍다(Plocka Upp)’는 말과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인 ‘플로깅’은 기후변화의 위기 속에서 작은 실천을 통해 안전한 지구 만들기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기획됐다. 올해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티셔츠와 양말, 장갑, 가방, 쓰레기봉투 등이 들어 있는 ‘헤이플로깅 패키지’를 판매했는데, 판매 수익금과 볼보의 기부금을 더해 약 3억 원을 환경재단에 기부했다. 기부금은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식 고취와 환경 회복을 위한 정화 캠페인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 외에도 볼보는 2019년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제한을 선언하며 볼보의 사무실과 모든 전시장, 그들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자연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

아우디 폭스바겐과 토요타의 국내 친환경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아우디 폭스바겐은 강원도 태백의 노령화한 숲을 재조림하는 산림녹화 사업에 참여한다. ‘강원 재조림 숲 프로젝트’는 재조림이 필요한 산림에 500그루 이상의 수목 활엽수를 심는 사업이다. 재조림된 나무들은 환경 문제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흡수한다. 게다가 산림 경관을 개선하고, 산사태 예방, 생물 다양성 확보 등 산림 기능 회복과 산림 생태계 보전에도 일조한다. 토요타가 2012년부터 진행해 온 ‘주말 농부 프로그램’은 친환경 농법으로 텃밭을 가꾸며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물의 일부는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한다. 게다가 올해부터 참가자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자원을 재활용해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관련 미션을 해결해야 한다.

토요타의 주말 농부 프로그램. 토요타 제공
토요타의 주말 농부 프로그램. 토요타 제공

그리고 지난 5일, 현대차는 세계 환경의 날을 맞이해 수소에너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2020년부터 방탄소년단과 함께 미래 청정에너지 수소의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알리는 글로벌 수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다큐멘터리의 주요 내용은 ‘환경을 구하는 주체는 바로 자신이며 지구를 지키려는 실천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상에서는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이 사회자로 등장해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엠제트(MZ)세대의 대화를 통해 수소에너지의 친환경과 안정성 등을 알린다. MZ세대는 개인의 신념을 표현하는 소비를 지향하며 환경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층이다. 현대차는 방탄소년단을 출연시킴으로써 전 세계 수많은 MZ세대에게 현대차와 수소를 연결하게 하며 수소에너지와 관련된 공고한 이미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성향이나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자동차 제조사들의 친환경 활동은 더욱 다양하고 활발해질 거다. 그러면 자동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도 조금은 벗을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혀를 끌끌 차겠지만, 누가 뭐래도 난 그날을 기다린다.

김선관(<모터트렌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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