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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구경하고, 입어보고, 사진도 찍고…구매는 온라인에서 하세요

등록 2021-06-11 05:00수정 2021-06-11 09:11

무신사·코오롱스포츠·젠틀몬스터 등
매장 아닌 전시장 콘셉트로 관심 끌어
감성 체험·SNS 인증샷 홍보 노림수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내부. 무신사 제공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내부. 무신사 제공

지난달 31일, 월요일 오전 서울 홍대입구역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버킷햇을 눌러쓴 이들이 무심하게 의류매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따금 손에 쥔 휴대폰으로 매장 풍경을 찍기도, 마네킹에 바짝 다가서서 가격표에 렌즈를 대기도 했다. 평일 오전임에도 쇼핑하는 이들이 꽤 여럿이었는데 의외로 쇼핑백 든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왜일까?

피팅룸에 스튜디오 조명이?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는 지난달 28일 첫 플래그십 스토어인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를 열었다. 플래그십 스토어란 특정 브랜드의 성격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대표 매장을 의미한다. 상품 구매는 물론 브랜드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온라인에서 이미 충분히 잘 나가는 무신사가 오프라인 매장을 연 까닭은 뭘까.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온라인 기반 브랜드이다 보니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고 싶다는 고객 문의가 많아 브랜드 경험에 중점을 둔 매장을 오픈했다”고 전했다. 이 말에는 ‘직접’과 ‘경험’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무신사가 자체 제작하는 캐주얼웨어 브랜드다. 이름 그대로 ‘스탠다드’한 디자인에, 무신사의 주 이용층인 10~20대 고객의 특성을 고려해 가격대도 합리적인 편이다. 과거∙현재∙미래 테마로 구성된 수평의 공간은 지하 1층부터 1∙1.5∙2층 등 총 4개 층으로 구성됐다. 끊임없이 순환하는 시간을 의미하는 공간 구성은 유행을 타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지하 1층부터 2층을 세로로 관통하는 14m 높이의 미디어타워에는 요즘 가장 핫한 미디어 아티스트인 룸펜스와 협업한 영상이 일렁이며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대변한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라이브 피팅룸. 무신사 제공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라이브 피팅룸. 무신사 제공

피팅룸은 이 브랜드의 위트를 보여줬다. 보통 피팅룸은 좁은 공간에 문 하나 달린 작은 방으로, 옷 갈아입을 때나 잠시 머무는 곳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무신사는 여기에 몇 가지 요소를 더하면 꽤 재밌어진단 걸 보여줬다. 피팅룸 벽에 붙은 조명 다이얼을 돌리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톤으로 빛의 밝기와 채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에스엔에스(SNS)에 피팅룸 인증샷을 올리고 정보를 교환하거나 서로 옷을 골라주는 MZ세대의 특성을 고려한 공간이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 배치한 ‘라이브 피팅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스튜디오용 대형 조명과 휴대폰 거치대까지 설치해 입고 찍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구경하면서 동시에 앱으로 구매가 가능하도록 한 점도 눈에 띄었다. 제품에 부착된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스캔해 무신사 스토어에 접속하면 바로 온라인 구매를 할 수 있다. 각종 쿠폰, 적립금 혜택 등을 적용해 바로 집으로 보내면 된다. 매장에 있는 이들이 굳이 쇼핑백을 들지 않았던 이유다.

전시장이야, 매장이야?

이처럼 브랜드의 가치와 스토리를 공간에 담아 전하는 일명 ‘스페이스 브랜딩’을 추구하는 매장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핫한 브랜드들이 포진한 이태원 ‘꼼데길’(서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꼼데가르송 매장 근처~제일기획 빌딩 사이 거리) 초입에 있는 코오롱스포츠 한남은 의외의 공간이다. 이곳을 방문하려고 지도 앱을 켜고 작정하고 나선 이라면, 열에 아홉은 매장 앞을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발길을 다시 돌리면, 금속과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한 모던한 건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입구의 선간판에는 코오롱스포츠 한남이라는 영문명이 작은 글씨로, 옆으로 뉘여서 쓰여 있다. 고개를 90도 꺾어야 바로 보인다. 굳이 코오롱스포츠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려는 것으로 읽힌다.

코오롱스포츠 한남 외부 전경. 코오롱스포츠 제공
코오롱스포츠 한남 외부 전경. 코오롱스포츠 제공

등산과 아웃도어 활동은 이미 밀레니얼의 취미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등산복은 부모 세대의 것으로 느껴지는데, 코오롱스포츠 한남은 그런 낡은 이미지를 입구에서부터 산산이 부순다. 시기마다 주제를 바꾸는 1층 전시장은 지난달 말까지 리사이클 소재 대형 비닐 구조물을 설치해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조명한 ‘웨더 웨더’전이 열렸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2일에는 글로벌 스니커즈 편집숍 아트모스와 협업한 제품을 전시 중이었다. 전시장인 1층을 통과해야만 판매 매장인 지하 1층에 닿을 수 있다. 여유 있는 공간에 띄엄띄엄 놓인 제품들은 전시의 연장처럼 느껴진다. 지하에서 다시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꾸며놓은 작은 정원까지, 매장은 자연, 환경, 탐험 같은 이 브랜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세련되게 제시한다.

구찌 가옥 내부. 구찌 제공
구찌 가옥 내부. 구찌 제공

꼼데길의 끝에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최근 문을 연 ‘구찌 가옥’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구찌의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인 구찌 가옥은 “한국의 집이 주는 고유한 환대 문화를 담아 방문객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한다.

힙하게 찍고, 찍히고, 입소문 내고

감각적인 비주얼로 에스엔에스(SNS) 입소문을 내는 것 또한 플래그십 스토어들의 전략이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아카이브 앱크 아틀리에를 방문한 이들은 입구에서부터 휴대폰을 꺼내 든다. 레트로한 분위기의 골목 가운데, 울창한 나무를 담장 삼은 2층 주택을 개조한 매장은 요즘 말로 ‘인스타 갬성’ 그 자체다. 시선이 쉬어갈 수 있도록 물건보다 빈 곳이 더 많은 매장을 둘러보다 보면 마치 작은 전시장에 들어온 듯한 기분도 든다. 어디에 카메라를 갖다 대도 어쩐지 여유로우면서 편안한 느낌의 브랜드 콘셉트가 찰떡같이 담긴다.

아카이브 앱크 아틀리에. 아카이브 앱크 제공
아카이브 앱크 아틀리에. 아카이브 앱크 제공

지난 2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에서 문을 연 하우스 도산 또한 자꾸만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은 곳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젠틀몬스터의 패밀리 브랜드들로 꾸려진 이 공간은 눈, 코, 입 모두를 자극하며 브랜드를 체험하게 한다. 지하에 자리한 디저트 카페 누데이크에는 거대한 미디어 아트 작품을 배경으로 디저트들이 전시품처럼 놓여 있고, 3층에 선글라스와 함께 놓여 있는 거대한 육족 보행 로봇 또한 브랜드의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전한다. 화장품 브랜드 탬버린즈가 자리한 4층에서 매장을 지키는 스태프들은 마치 전시를 안내하는 도슨트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하우스 도산 젠틀몬스터 매장. 젠틀몬스터 제공
하우스 도산 젠틀몬스터 매장. 젠틀몬스터 제공

백문이 불여일견을 넘어 단 한 번의 방문이 백번의 온라인 쇼핑을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하는 공간들. 단순히 옷이나 신발을 구매하는 공간을 뛰어넘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방문자들이 브랜드에 ‘취하게’ 한다. 책 〈4차 산업혁명과 마케팅〉(강미선, 김운한)은 “모바일 혁명을 이끌어온 밀레니얼 세대는 특이하게도 베이비붐 세대보다 오프라인 쇼핑을 더 선호”하며 “젊은 세대일수록 제품의 감성적 체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썼다.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형 매장은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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