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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 끄고 촛불잔치 “따스해요”

등록 2008-10-27 19:51

전등 끄고 촛불잔치 “따스해요”
전등 끄고 촛불잔치 “따스해요”
[자연과 주거] 차분해지고 가족사이 더 밀착…아이들 좋아하고 지구도 환영
이렇게 살아요 / 안선영씨 집의 특별한 주말

부모와 자녀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과일을 먹고 차를 마시는 모습은 현대 가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부모들은 이따금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아이를 자기 방으로 쫓아 보낸다. 책 좀 보라고.

안선영씨 가족은 다르다. 가끔 특별한 저녁을 보낸다. ‘촛불 나이트’. 17일 저녁 7시 서울 신월동 안씨의 집에선 어둠이 내리자 전등 대신 촛불이 켜졌다. 거실 탁자와 식탁 위에 놓인 10여 개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냈다.

오늘은 작은 음악회를 여는 날. 안씨가 “누가 먼저 무대에 설까”라고 말하자 맏이인 아들 민재(9)가 실로폰을 들고 나온다. 연주곡은 ‘아기염소’. 곡이 끝나자 안씨와 아빠 김석필씨, 둘째인 딸 진형(7) 등 온 가족이 열렬히 앙코르를 외친다. 민재는 부끄러운 듯 빼다가 다시 채를 든다. 실로폰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 흘러나왔다.

다음은 진형이 차례다. 서서 노래를 하겠단다. 촛불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는 가운데 진형이 한 방송사의 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노래 ‘참 좋은 말’을 부른다.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우리 식구 자고 나면 주고받는 말,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 나는 나는 이 한마디가 정말 좋아요. 사랑 사랑해요.”

진형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사랑이란 말이 촛불의 따사로운 빛과 어우러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어 민재와 진형이 번갈아가며 김씨와 ‘쎄쎄쎄’를 한다. 가끔 틀린다고 딸 진형으로부터 타박을 받긴 하지만 동요를 부르며 두 아이와 손을 맞추는 김씨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안씨는 “오늘이 촛불을 켠 세 번째 날”이라며 “아이들이 촛불을 켜놓고 있는 것을 너무 좋아할 뿐 아니라 집 안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고 가족 사이가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씨네 집에서 촛불 파티를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중순. 유기농산물 도농직거래 운동을 펴는 한살림 매장에서 ‘전등을 끄고 생명의 불을 켜다’라고 쓰인 포스터 한 장을 받아 오면서였다. 그 포스터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매달 첫 번째 토요일 저녁 8시부터 집 안의 모든 전등을 끄고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은 뒤 촛불을 켜고 지낼 것을 권했다. 부엌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민재가 몇 번이나 언제 촛불을 켜느냐고 졸랐다고 한다. 안씨는 지난 8월 중순 처음으로 촛불을 밝히고 휴가 다녀온 얘기를 나누는 ‘행사’를 열었다. 9월 중순에 연 두 번째 ‘촛불 데이’에는 온 가족이 마루에 앉아 끝말잇기를 하고, 아이들과 학교·친구·가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년 좀 더 됐나요. 텔레비전을 안방으로 보낸 뒤 가족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노는 시간이 많아지고 독서 시간도 크게 늘었어요. 촛불을 켜니 집 안에 따사로움이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촛불을 켜보세요. 아이들이 좋아하고 지구가 기뻐해요. 마음도 따뜻해지고요.”

한살림이 제안하는 촛불 나이트 행사

한살림이 제안하는 촛불 나이트 행사
한살림이 제안하는 촛불 나이트 행사
● 달빛음악회-리코더, 하모니카, 기타처럼 전원이 필요 없는 악기로 작은 음악회를 열자. 노래만 불러도 된다.

● 다과시간-텔레비전에 방해받지 않고 고요한 다과 시간을 가져 본다.

● 가족회의-촛불 아래서 가족끼리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자.

● 좋은 글 낭송회-시나 좋은 글귀를 돌아가며 읽는다.

● 산책-가족과 손잡고 가까운 공원이나 산을 거닐자.

글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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