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2.0]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세포를 만들어내는 원천인 혈액 줄기세포(조혈모세포)가 배아 단계에서 만들어질 때, 심장 박동과 혈액 흐름으로 생긴 물리적인 힘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발견은 백혈병이나 자가면역질환 등 환자들한테 필요한 혈액 줄기세포를 더 많이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자인 하버드대학의 조지 댈리 교수 연구팀과 보스턴어린이병원의 레너드 존 교수 연구팀은 각각 생쥐의 배아 줄기세포와 열대어 제브라피시의 배아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찾아,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와 <셀>에 동시 발표했다. 배아 초기엔 배아 바깥에서 혈액이 적은 양으로 만들어지며 배아 후기엔 막 생겨난 대동맥의 벽에서 혈액 줄기세포들이 생성된다고는 알려졌으나 심장 박동의 구실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댈리 교수는 유체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깔때기 모양의 정교한 실험장치를 생쥐 배아 줄기세포에다 연결했다. 배아 줄기세포들에 유체를 빠르게 또는 느리게 흘려줄 때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 살폈다. 그랬더니 유체 흐름의 힘이 배아에서 심장 박동으로 생긴 혈액 흐름의 힘과 같을 때 가장 많은 혈액 줄기세포들이 생성됐다. 연구팀은 “배아에서 심장 박동이 시작할 때 대동맥 벽에 작용하는 마찰력이 혈액 줄기세포의 생성을 촉발하는 신호가 된다”는 결론을 냈다.
존 교수는 다른 방법으로 비슷한 결론을 얻었다. 심장 박동이 잘 나타나지 않도록 제브라피시의 유전자를 조작했더니 그 배아에선 혈액 줄기세포도 매우 적게 생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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