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2.0] 미 연구팀 메타분석…5-HTT 영향 믿어 온 학계 ‘찬반 논란’
우울증의 덫에 걸리게 하는 유전자로 널리 알려진 이른바 ‘우울증 유전자’(5-HTT)가 우울증 위험과 실제 관련이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유전자는 2003년 7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우울증 관련 유전자로 발표돼 크게 주목받아 왔다.
당시 영국·미국·뉴질랜드 연구팀은 뉴질랜드인 847명(21~25살)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와 이 유전자, 그리고 우울증 사이에 나타나는 상관관계를 조사·분석했다. 연구 결과에선, 5년 동안 사별·실직 같은 시련을 경험한 사람들 중 우울증을 겪은 사람들한테서 이 유전자의 특정 변이형이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변이형을 지닌 사람이 정신적 충격을 받을 때 뇌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을 운반하는 이 유전자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우울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6년이 지난 최근 미국 연구팀이 2003년 논문과 이후에 발표된 다른 논문 13편을 꼼꼼히 조사·분석했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해 연구하는 이른바 ‘메타 분석’을 했다. 연구팀은 후속 논문들 중 3편만이 2003년 연구를 뒷받침했으며, “이 유전자와 우울증 사이에선 어떤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논문은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에 발표됐다.
논란을 보도한 <뉴욕 타임스>는 “이혼·실직 같은 시련을 당할 때 유전자 하나가 우울증 위험을 결정한다는 (2003년) 연구는 정신병리학에서 큰 찬사를 받을 만한 발견 중 하나였으나 이제 그 연구 결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는 의문 제기가 적절한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고 평했으며, 일부는 2003년 연구를 낮춰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이언스>의 16일치 보도에서 한 전문가는 “정신질환과 관련 있는 유전자를 발견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라며 믿을 만한 질환 단서를 찾으려면 수천 가지 후보 유전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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