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정자
[건강2.0] 줄기세포로 생산 성공…연구팀 “불임치료에 직접 쓰일 수 없다”
인간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정자의 생물 특성을 상당히 갖춘 인공정자(사진)가 처음 만들어졌다. 영국 뉴캐슬대학은 최근 자료를 내어 “카림 나예르니아 교수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초기 단계의 인간 정자를 만드는 새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배아에서 남성염색체를 지닌 줄기세포를 뽑은 뒤 특수 화학물질로 처리해 정자로 분화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인공정자가 난자막에 달라붙는 머리와 헤엄치는 꼬리를 갖추는 등 정자의 주요 특성을 지녔다고 보고했다. 인공정자가 자연정자를 대신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 인공정자가 불임 정자를 대신해 쓰이긴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후성유전학 연구자인 김영준 연세대 교수는 “디엔에이(DNA)에 있는 어떤 유전자를 쓰거나 쓰지 않도록 정해두는 이른바 ‘디엔에이 사용법’ 정보는 디엔에이에 달라붙어 있는 ‘메틸기’ 화학물질에 따라 달라지는데, 인공정자가 이런 메틸기 유전 정보를 적절히 갖출 수 있는지가 정자의 정상기능을 결정하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과학저널 <네이처>도 “인공정자에서 메틸기 정보가 적절히 갖춰지지 않으면 인공정자로 수정된 배아에서 심각한 기형이 생길 수 있다”며 “같은 연구팀이 2006년 생쥐 인공정자를 만들어 수정한 적이 있는데 당시 새끼들이 아주 적은 수만 태어났으며 모두 죽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정자에는 이번 연구논문에 언급되지 않은 다른 특성들도 있다”며 인공정자를 ‘진짜 정자’로 볼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들다는 20년 경력 정자생물학자의 말을 전했다. 이 때문에 인공정자는 남성불임의 원인을 찾는 연구 실험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뉴캐슬대학 쪽과 나예르니아 교수도 “인공정자는 불임치료에 직접 쓰이지 않을 것이며 쓰일 수도 없다”며 “정자의 생성 과정에 나타나는 남성불임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줄기세포와 발생> 최신호에 발표됐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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