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2.0] 네덜란드 연구팀 “10분정도 기억…34주땐 4주 전도 머릿속에”
엄마 자궁 안의 태아도 임신 6~8개월째가 지나면서 기억 능력을 갖추기 시작한다고 여겨졌으나, 언제 어느 정도의 기억 능력을 지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태아가 30주째 무렵부터 이미 10분가량의 단기 기억 능력을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의 얀 네이하위스 교수 연구팀은 건강한 임신모 93명의 태아들한테 진동·음향의 외부 자극을 주기적으로 줄 때 나타나는 태아 반응을 초음파 검사법으로 관찰해 보니 이런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고 국제 학술지 <아동 발달>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엄마 배에다 진동과 소리 자극을 줄 때 태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면 태아의 기억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자극을 줄 때 태아가 ‘익숙하고 안전한’ 자극으로 받아들여 더 이상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반응의 변화가 일종의 학습과 기억 능력으로 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30주째 태아는 이런 외부 자극을 평균 10분가량 동안 기억해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미 이 시기에 단기 기억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32주, 34주, 36주, 38주째 태아들에도 같은 자극을 주어 반응을 살폈다. 그랬더니 34주째 태아는 4주 전의 자극 경험을 기억하는 듯이 ‘익숙한’ 반응을 나타냈으며, 이는 이 시기의 태아들이 최소 4주 동안 기억을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또한 이전에 자극을 겪었던 34주와 36주째 태아는 자극을 경험한 적이 없는 38주째 태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익숙한 반응을 나타냈다.
네이하위스 교수는 “태아 중추신경계의 정상적 발달을 좀더 이해하는 좋은 단서가 되며 태아의 건강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여러 해외매체들이 전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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