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민주당 대변인
[뉴스 쏙]
“오늘도 확 터졌어요.”
최재성(사진) 민주당 대변인은 출입기자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의 논평이 기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 때문이다.
언어유희 속에 가시가 묻혀 있다고 할까. 최 대변인은 지난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불났을 때는 싸움을 멈추고 물을 날라야 한다”고 하자, “야당과 국민들은 열심히 물을 나르고 있는데, 그럼 뭐하냐. 물을 날라서 불을 끌 만하면 강만수 경제팀이 또 불을 낸다. 연쇄방화범부터 잡아야 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공격 상대의 말을 고스란히 되받아치면서 말재주를 부리는 식이다.
청와대가 “오바마와 이명박 정부는 닮은꼴”이라고 했을 때, 최 대변인은 “시중에 오바마 당선자가 그 말을 듣고 ‘버락’ 화를 내면서 ‘오바(오버하지) 마’라고 했다는 농담이 떠돌더라”고 비꼬았다. “오렌쥐인지 아륀쥐인지 다투다 장어 먹고 전봇대 두 개 뽑고 끝났다”는 대통령직 인수위 평가 논평도 꽤 회자가 됐다.
그의 ‘웃기는’ 논평은 뚱한 표정과 대조돼 사람들을 더 ‘웃게’ 만든다. 카메라 앞에서 코믹성 짙은 논평을 읽으면서도 시종일관 무뚝뚝하고 진지한 표정을 짓기 때문이다. 주변에선 “노력파라기보다는 평소 유머 감각으로 임기응변하는 스타일”이라고 평한다. 그러나 제1야당 대변인의 논평치고는 ‘독기’가 모자란 게 아니냐는 평도 있다.
말이 길어지면서 말실수도 한다. 그는 지난 7일 “청와대 분들이 오바마 따라 하기를 하다가 모두 선탠하고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종차별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이 말은 당 홈페이지에 게시된 논평에서 삭제됐다.
최 대변인은 “여당 대변인은 안으로 삼켜야 할 말이 더 많았는데, 야당 대변인을 하다 보니 입이 살아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여당 대변인이 얘기하면 현실적인 결과물이 나오는데, 요즘은 허공에 대고 얘기하는 것 같아 절망감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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