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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앞다퉈 ‘간첩 색출전’ 70년대 뉴스로 돌아간듯

등록 2009-01-01 18:41수정 2009-01-02 15:41

영화 ‘이중간첩’의 주인공 한석규(왼쪽)와 간첩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원정화씨.
영화 ‘이중간첩’의 주인공 한석규(왼쪽)와 간첩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원정화씨.
[뉴스 쏙]
#1. 머지않은 미래, 남북간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진다. 북한 특수부대의 후방 침투로 고전하던 남한은 압도적인 해·공군력과 지상군 화력의 우위를 활용해 반격을 펼친다. 마침내 비밀첩보원의 안내를 받은 남한 특수부대원들이 평양의 극비 거처로 침투해 북한 최고지도자를 제거하고, 전쟁은 끝난다. 1990년대 후반 나온 한 ‘밀리터리 소설’의 결말이다.

#2.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는 지난달 18일 밤 긴급 대변인 담화를 냈다. 남쪽 정보기관의 대북 ‘간첩 활동’을 적발했다는 것이다. 보위부는 “남조선 정보기관은 올해 초 국경을 넘어갔던 (북한 주민) 리아무개를 흡수(포섭)해 훈련시켜 다시 잠입시킨 뒤 우리 수뇌부(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시찰 노정과 이동을 추적하기 위한 음성 및 음향 추적장치와 극독약까지 들여보냈다”고 주장했다. 보위부는 또 “우리나라의 핵관련 정보를 내탐하려고 주요 군수공업지대의 흙과 물 등 환경시료 채집 임무를 받고 책동하던 첩자들도 일망타진됐다”고 덧붙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실제 상황이다.

남한의 대북 ‘스파이’ 활동은 10여년 전 가상 소설에서 다뤄진 뒤 한동안 현실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남북 사이 긴장이 크게 사그러든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북한 보안기관이 수뇌부의 안위를 위협하는 ‘남한 간첩’의 존재를 언급한 것은 남북 관계가 냉전 구도로 회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앞서 남한 정보기관도 지난 8월 보위부의 지령을 받은 ‘여간첩’ 원정화의 군부 침투 사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남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스파이 색출전을 재개한 모양새다.

군 정보기관이 70년대 초반까지 북파공작원을 침투시켜 첩보수집·시설파괴 등의 공작 활동을 벌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 <실미도>로 실체가 널리 알려진 이들 북파공작원은 8천여명이 북쪽 당국에 붙잡히거나 사망·실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어떨까? 군 정보기관은 72년 남북 공동성명 발표 이후 무장공작원의 북파 활동을 중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남쪽 정보기관의 북한 정보수집 활동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북한 보위부의 발표와 관련해 “우리가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과 정보기관에서는 여전히 이른바 대북 ‘휴민트’(사람을 통한 정보수집)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군내 북핵문제 전문가로 통하는 한 육군 소령은 2007년 말 발간된 한 정책연구 책자에서 “북한 내부지역으로 왕래가 자유로운 인원들을 활용해 북한 전역에서 우라늄 관련 토양표본을 수집·분석해야 한다”고 공개 제안한 바 있다. 실제 현재 정보기관은 주로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탈북자나 조선족 등과의 연계를 통해 인간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인 원정화씨도 대남 첩보활동을 벌이면서 동시에 남한 군 정보기관 요원에 포섭돼 일종의 ‘이중간첩’으로 북한 첩보 수집에 활용됐다.

군은 특수요원을 양성·관리하는 부대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파공작에 대해서는 공식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확인되진 않고 있지만, 북핵 실험과 관련해 군 특수요원이 북한 군수시설의 토양을 채취해 북한의 핵무기 기폭장치 개발을 확인했다는 등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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