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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공언한 ‘북 위성발사체 요격’
허풍인지 아닌지 ‘33분’ 안에 판명

등록 2009-03-26 20:15수정 2009-03-27 13:13

미국 MD 체계 개념도(추정)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쏙]
미 본토 상공까지 날아가는 시간
레이저·미사일로 1~3단계 추적
지상 요격실험 성공률 61% 그쳐

미국의 대표적 보수 두뇌집단(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33분>(33 Minutes)이란 다큐멘터리 영상을 최근 누리집에 올렸다. 북한이나 이란 등의 탄도미사일 대응을 명분으로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한 영상물이다. 제목이 33분인 까닭은 “북한이나 이란이 쏜 탄도미사일이 미국에 도달하는 시간이 33분”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임박하자 미국 등 주변국에서는 이를 요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빅터 레뉴아트 미국 공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관은 지난 17일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은 북한의 어떤 탄도미사일 공격도 방어할 수 있다”며 북한의 위협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브래들리 고든 미군 태평양함대사령부 대변인도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북한의 장거리 발사체 부품이 일본에 떨어질 경우 이를 요격하는 파괴조처 명령을 내릴 방침까지 확정했다.

북한의 장거리 발사체 요격은 실효성이 있을까. 북한은 다음달 4~8일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 통보했다. 하지만 요격을 주장하는 이들은 북한의 발사체가 우주발사체든 아니든 군사 기술적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전용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탄도미사일은 한번에 맞혀 떨어뜨리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탄도미사일은 레이더 반사 면적이 항공기보다 매우 작아 탐지·추적이 어렵고, 초속 5㎞ 이상의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발사·추진 단계 △중간비행 단계 △재진입 단계 등 비행 단계별로 요격 수단을 총동원하는 다층 미사일 방어망을 겹겹이 꾸리고 있다.

미국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 미사일.  AP 연합
미국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 미사일. AP 연합
첫번째 발사·추진 단계는 대기권 안에서 발사 지점부터 발사체의 추진제 연소가 끝나기까지다. 북한이 로켓을 쏘면 궤도를 도는 미국의 적외선 탐지 위성이 로켓 모터가 연소할 때 나는 적외선을 감지한다. 동해에 배치된 미사일 감시기인 코브라 볼 정찰기도 적외선 센서와 광학 카메라 등을 갖추고 발사체의 고도, 속도, 궤적, 사거리, 낙하 지점 등을 계산한다. 이를 토대로, 개조한 보잉 747 화물기에 탑재된 공중발사 레이저(ABL)가 레이저빔을 쏘아 상승 단계에 있는 발사체를 대기권 안에서 요격한다. 하지만 이는 북한 영토나 영공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 되기 때문에 미국이 꺼릴 수 있다.

두번째 요격 기회는 대기권 밖 중간비행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추진체가 지구 중력의 영향 등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20분 남짓 자유비행을 한다. 동해에 배치된 미국 해군 이지스함의 위상배열 레이더로 발사체 궤적을 추적하다 에스엠(SM)-3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다.

이지스함이 요격에 실패하면 발사체가 베링해를 지날 때 알래스카 최남단 포트그릴리 기지의 엑스(X)밴드 레이더와 지상배치 요격미사일(GBI)이 동원된다. 미국은 탄도미사일 1기에 요격미사일 5기를 한꺼번에 발사하는 물량공세를 벌인다. 포트그릴리 기지에는 모두 26기의 요격미사일이 있다.

마지막은 발사체가 목표 지점을 향해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단계다. 미국은 40~150㎞ 이상의 높은 고도라면 고고도전구방어(THAAD) 미사일을, 30~40㎞ 고도에서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쏜다. 하지만 북한의 발사체가 북한이 공언한 대로 인공위성이라면 대기권 재진입의 기회는 없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 로켓 요격에 나선다면 대기권 밖 중간비행 단계에서 동해상 해군 이지스함이나 알래스카의 지상배치 미사일로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요격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미사일 방어는 표적과 요격미사일이 공중에서 만나게 될 위치를 예측하고 요격미사일을 그 위치까지 정확하게 유도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미사일 요격은 ‘날아가는 총알을 총으로 쏴서 맞히는 작업’에 비유된다.

미국은 1999년부터 지상배치 미사일로 13번 요격실험을 했다. 8차례 성공해 성공률 61%를 기록하고 있다. 요격 실험은 요격 목표물의 발사시간, 궤적, 기술적 특징 등에 관한 완벽한 정보를 갖고 진행된다. 이 때문에 곧잘 ‘골 차는 방향을 알려준 페널티킥’에 비유된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실험 상황과 다르다. 언제, 어디로 쏠지 등을 미리미리 알 수 없다. 요격에 필수적인 정보가 완벽하지 않은 것이다. 설혹 미국이 정치·외교적 파장을 무릅쓰고 요격을 시도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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