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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글이’ 호두과자 주름살 폈네

등록 2009-04-02 18:46수정 2009-04-03 14:34

‘쭈글이’ 호두과자 주름살 폈네
‘쭈글이’ 호두과자 주름살 폈네
[뉴스 쏙]
호두 듬뿍들고 반죽·포장기술 진화
남녀노소 입맛잡고 전성기 되찾아

서울 명동성당 앞을 지나다 보면 길게 늘어선 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호두과자를 사 먹으려는 사람들이 선 줄입니다.

최근 서울 시내 곳곳에 프랜차이즈 호두과자 가게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코코호도, 보리수, 호밀밭의 호두꾼, 호두사랑, 파파호두, 호도원, 호두마을, 참호도, 호선당 …, 다양한 가맹점 호두과자들이 새로운 길거리 간식으로 행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호두과자 하면 천안입니다. 천안이 호두과자의 고장이 된 데에는 역사적 유래가 있습니다. 고려 충렬왕 때 유청신이 원나라를 다녀오며 호두 묘목과 종자를 가져다 고향인 천안 광덕에 심었다고 합니다. 호두의 어원은 ‘오랑캐 나라에서 온 복숭아씨 모양 식물’이라고 해서, 오랑캐 호(胡)에 복숭아 도(桃)를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호도’라고 쓰는 경우가 지금도 많습니다. 이 광덕 특산물인 호두로 호두과자를 만든 사람은 천안학화호도과자 창업자로 지난해 95살로 작고한 심복순 할머니였습니다. 1934년 시작된 학화호도과자는 현재 3대째 가업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호두과자는 그동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명물이지만 전국적으로 널리 퍼진 편은 아니었습니다. 최근 이 호두과자가 도심 속 작은 가게로 퍼진 시발점은 체인점 코코호도가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코호도를 만든 권기택 대표가 2003년 경기 용인 지역에서 호두과자 가게를 열어 성공한 뒤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펼쳤습니다. 현재 코코호도는 가맹점이 160곳까지 늘어났습니다. 이후 다른 가맹점들도 하나둘 생겨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은 호두과자가 갑자기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붕어빵엔 붕어가 없지만 호두과자에는 정말 호두가 들어간 것이 첫 번째입니다. 요즘 길거리 호두과자에는 제법 큰 호두가 들어 있습니다. 코코호도는 캘리포니아산 호두 4분의 1쪽을 넣는데 국산 호두의 거의 절반 정도 크기입니다. 호두과자에는 미국산, 베트남산 호두를 많이 씁니다. 국산 호두는 이보다 거의 10배나 비싸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합니다. 여기에 과자가 눅눅해지지 않게 하는 새로운 포장법도 속속 개발중입니다.

‘곰팡이가 핀다’는 점을 내세우는 전략도 있습니다. 일주일만 놔두면 곰팡이가 핀다며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고가 전략’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요즘 가맹점 호두과자들은 1개 200~300원으로 고속도로 호두과자보다 2배 이상 비쌉니다. 그래도 다른 간식거리와 비교하면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 소비 여력이 줄어든 요즘 선물용으로도 잘 팔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호두과자 가맹점 열풍은 최근 급격히 어려워진 경기 속 서민들의 치열한 자구 노력을 그대로 담고 있기도 합니다. 다른 점포보다 크기가 작고 초기에 비용 부담이 적어 요즘 창업 아이템으로 호두과자점이 부상한 이유입니다.

호두과자점은 업체와 개점 지역에 따라 창업 비용이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대략 가게 임대료를 제외하면 가맹비는 500만원 이하, 과자 기계는 2500만원 안팎, 인테리어는 3.3㎡당 200만원 안팎, 기타 시설물에 1500만원 안팎 등이 든다고 합니다. 또한 다른 음식점과 달리 호두과자 만드는 법은 배우기도 쉬운 편입니다. 생산량 조절이 쉬워서 재고 부담이 적고, 노동력도 다른 일에 비해 적게 드는 것도 이점입니다.

서민들 창업 아이템은 유행과 부침이 극심합니다. 호두과자가 한번 불고 지나가는 유행으로 그칠지, 진정한 국민 간식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맞을 것인지는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조만간 판정을 내려 줄 것입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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