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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감독 신화 창조…‘진돗개’가 간다

등록 2009-06-25 23:35수정 2009-06-26 15:35

허정무 감독 2010년 남아공?
허정무 감독 2010년 남아공?
[뉴스 쏙] 허정무 감독, 원정월드컵 첫 16강 도전
예선무패 기록으로7연속 본선 이끌어
“외국 감독 만능주의 남아공서 깨겠다”




허정무(54) 축구대표팀 감독은 재주가 많다. 테니스를 즐겨 치고 상당히 수준급인데, 바둑도 고수다. 스스로의 평가는 ‘짠 아마 4단’. 프로기사 서능욱 9단과 4점을 깔고 둬 이겼을 정도라니…. 영등포공고 시절 고재욱 감독 밑에서 배워 9점을 깔고 고 감독과 뒀지만, 이제는 되레 4점을 깔아주고도 이긴다고 한다. 온라인 바둑 전적이 대략 ‘5천승 3천패’ 승률 57%라고 하니, 바둑에 대한 열정과 실력 또한 대단하다. 바둑과 축구.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아생연후살타(내가 산 뒤 적을 죽인다), 상대 강한 곳을 건드리지 말라, 소탐대실, 시야을 넓게 봐라…. 바둑 격언에 뭐 그런 말들이 있잖아요. 축구와 비슷한 점이 확실히 있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 김정남 감독의 대표팀 일원이었던 허정무 감독은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당대 최고스타 디에고 마라도나를 육탄으로 막아 세계적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선수 시절 별명이 ‘진돗개’일 정도로 투쟁심이 강하고 지는 걸 싫어하는 그가 이제 역대 국내파 감독이 못 이룬 과제를 떠맡았다. 한국 축구 최초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그리고 토종 감독 첫 16강 진출이다.

토종감독 역대 월드컵 본선 성적
토종감독 역대 월드컵 본선 성적

외국인 감독이면 다 좋나

아시아 최종예선 4승4무, 무패의 성적으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진출을 멋지게 이룬 허 감독. 요즘도 그를 무척 곤혹스럽게 만드는 말이 있다. 바로 ‘외국인 감독 영입론’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 얘기만 나오면 그의 얼굴색이 달라진다.

17일 한국이 박지성의 동점골로 이란과 1-1로 비겨 축제 분위기가 고조된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8차전 뒤 기자회견장. 한 인터넷언론 기자가 다시 허 감독 속을 긁는 질문을 던졌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월드컵 본선무대를 겨냥해 외국인 감독 부임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허 감독 표정이 금방 굳어졌다. “대한민국을, 16강을 넘어 8강, 4강까지 이끌 감독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한다. 그러나 제발 외국인 감독, 외국인 감독, 그러지 말고 앨릭스 퍼거슨이면 퍼거슨, 조제 무리뉴면 무리뉴, 아르센 벵거면 벵거라고 지적했으면 좋겠다. 외국 감독이라고 다 좋고 대한민국 감독은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허 감독은 작심한 듯 “만약 좋은 외국인 감독이 있다면 언제든지 자리를 내놓겠다”고까지 했다.

한국에서 축구대표팀 감독 하기는 참 힘들다. ‘밤 놔라 대추 놔라’ 하는 시어머니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무대에서 명함 내밀기 어려운 국내파 감독이 자리를 보전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의 4강 신화를 경험한 축구팬과 언론들은, 성적이 부진하기만 하면 ‘국내파로는 안 된다’며 외국인 감독 영입론을 줄기차게 들고 나온다.

제가 브라질은 이겼다고요

“아시아에서 저 말고 브라질 국가대표팀 이긴 감독 있습니까? 나와 보라고 해요.” 1999년 3월28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 A매치. 축구대표팀이 경기 막판 최성용의 도움으로 김도훈이 골을 넣어 1-0으로 이긴 것을 두고 허 감독이 자주 하는 말이다.

이후 2000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맡은 그는 시드니 올림픽이 열리던 해 평가전 등에서 파죽의 7연승을 달렸다.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서도 3경기 2승을 올리고도 운이 없게도 탈락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1차전에서 강호 스페인에 0-3으로 진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스페인에는 지금 스페인대표팀 플레이메이커로 성장한 사비 에르난데스(FC바르셀로나)가 있었다.

허 감독은 그해 10월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안컵 본선에서 3위에 그치면서 대표팀 사령탑을 그만뒀다. 그리고 지난 연말 7년 만에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해 다시 국내파 시대를 열었다. 허 감독은 1986년 김정남에서 1998년 차범근에 이르기까지 한국 축구 간판스타 출신 사령탑들이 이뤄내지 못한 일을 남아공에서 해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소통하는 리더십, 자율성 강조

허 감독은, 그동안 실패한 외국인 감독들이나 국내파 감독들이 가지지 못한 장점이 많다. “외국인 감독 시절에는 선수들이 감독을 되게 부담스러워했다. 속마음을 얘기하고 싶어도 통역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하지만 허 감독은 선수들 얘기를 많이 듣는다.” 이원재 축구대표팀 미디어 담당관은 허 감독의 강점으로 ‘소통하는 리더십’을 든다. 과거 국내 지도자들은 대부분 강압형이었는데, 허 감독은 부드러움으로 선수들을 잘 이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장점은, 박지성·박주영 등 해외파는 물론 국내 리그 선수들의 장단점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빅리그에서 단련된 해외파들을 여럿 보유한 것도 허정무호의 강점이다. 허 감독은 역대 월드컵에서 늘 한국의 발목을 잡은 유럽팀들을 넘는 데 승부를 집중하고 있다. “유럽의 벽을 넘으려면 기술뿐만 아니라 체력과 투쟁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미리 보는 월드컵’인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을 남아공에서 관전중인 그는 과연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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