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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달린다’ 외주업체들도 달린다

등록 2009-07-02 19:43수정 2009-07-03 13:36

영화는 여러 업체들의 철저한 분업을 거쳐 만들어지는 커다란 조립품과 같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나 뮤지컬 등도 제작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웃소싱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분업화 수준에서는 영화가 가장 앞서 있다.
영화는 여러 업체들의 철저한 분업을 거쳐 만들어지는 커다란 조립품과 같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나 뮤지컬 등도 제작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웃소싱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분업화 수준에서는 영화가 가장 앞서 있다.
[뉴스 쏙]
영화 한편 만드는데 수십개 업체 참여
기획~상영까지 아웃소싱 날로 다양화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캐머런 디아즈의 극중 직업은 영화 예고편 제작회사 사장이다. 으리으리한 저택에 사는 부자로 나온다. 잠깐, 영화 예고편이라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아니다. 영화산업으로 보면 예고편은 예고편 전문가가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대 영화는 점점 휴대폰이나 자동차를 닮아간다.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상표나 제목으로 소비자들과 만나지만, 그 만들어지는 과정은 여러 업체들이 각각 한 부분씩 맡는 거대한 조립품인 것이다. 예고편 제작업체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적게는 20여개 업체에서 많게는 수십개 업체가 주특기별로 외주를 받아 영화라는 커다란 조각그림을 맞춰나간다. 드라마나 뮤지컬 같은 다른 대중문화상품에서도 외주화는 대세지만, 영화의 철저한 분업화 수준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

■ 50여통의 이메일…작성 따로 디자인·발송 따로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거북이 달린다>는 투자·배급은 쇼박스㈜미디어플렉스가, 제작은 씨네2000이 맡았다. 영화를 만드는 건 씨네2000이 하고 제작에 돈 대고 상영관에 올리는 건 쇼박스가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게 다는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북이 달린다>의 흥행 성공을 위해 참여한 업체들은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예고편은 키메이커가, 광고디자인은 디자인바름이 맡았다. 영화 전용 홈페이지도 당연히 카인드인포에서 따로 만들었다. 각종 사진도 전공마다 나뉜다. 포스터 사진은 윤형문 사진가가, 스틸 사진은 박도성 사진가가 따로 찍었다. 메이킹필름(영화나 영상물의 제작 과정을 찍은 영상)은 에픽, 인쇄물은 다보아이앤씨 등이 나눠 담당했다.

영화의 승부처인 마케팅과 홍보는 퍼스트룩이 맡았다. 온라인 쪽 홍보 마케팅 대행은 따로 또 웹스프레드란 업체의 몫이 됐다. 홍보 안에서도 세부 항목마다 전문업체들에게 다시 업무가 쪼개져 아웃소싱됐다. 보통 영화 한 편당 보도자료는 50편 정도가 만들어진다. 이 보도자료를 만드는 데 참여한 업체만 8곳에 이른다. 보도자료의 기획과 작성은 홍보대행사 퍼스트룩이 책임졌고, 이를 웹스프레드가 보기 좋게 디자인해 발송을 담당한다. 영화를 다루는 매체와 기자 수가 워낙 많고 담당 기자도 자주 바뀌다보니 요즘 한국 영화계는 보도자료를 보낼 기자와 전문가, 매체들의 명단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전문업체에게 외주를 맡긴다. 보도자료를 쓰는 업체 따로, 꾸미는 업체 따로, 보내는 업체가 따로 있는 것이다.

최근의 이런 분화는 대부분 마케팅 영역 쪽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원래부터 본질적으로 산업 자체의 속성이 분업과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마케팅 이전에 기획 단계부터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본격적으로 협업과 분업이 시작된다. 제작 현장에만 촬영장비업체, 조명장비업체, 동시녹음업체에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밥차’가 따라붙고, 음악을 담당하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제작업체가 참여한다.

촬영이 끝나면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로 들어간다. 촬영된 필름은 적어도 전문업체 3곳을 거친다. 네거티브 필름을 컷팅하고 편집하는 편집실, 디지털 스캔과 색보정을 담당하는 디아이(디지털 인터미디어트) 업체와 각 극장으로 보낼 필름을 만드는 현상소다. 영화 상영이 시작되면 임무가 시작되는 독특한 외주 업무도 있다. ‘입회인’이란 업무인데, 주로 지방 상영관에서 정확한 관객 수를 확인해서 배급사에 알려주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일이다.

■ 영화산업은 왜 아웃소싱 천국이 됐나? 영화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이런 아웃소싱 추세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영화제작이 상시 인력을 많이 채용하기 어려운 구조인데다, 제작사가 끊임없이 주기적으로 신제품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작과 투자, 배급까지 모두 아우르는 쇼박스미디어플렉스나 씨제이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같은 메이저 회사들도 1년에 영화 제작 30편을 넘기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부터 배급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필요한 만큼 모두 둘 수는 없다.


제작과정에서 필요한 장비도 아웃소싱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웬만한 카메라가 한 대에 수억원씩 하는 등 촬영·조명·녹음 장비가 워낙 고가여서 제작사가 장비를 직접 보유하는 부담이 큰 탓이다.

영화 쪽에서 시작된 이런 아웃소싱 시스템, 특히 마케팅과 홍보 외주 전략은 이제 드라마 쪽에서도 거의 보편화됐다. 반면 아직까지 산업적으로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뮤지컬의 경우는 제작사가 마케팅과 홍보 등의 업무까지 모두 도맡는 편이다.

이런 아웃소싱 추세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몇몇 메이저 영화제작사에 의해 한국 영화 대부분의 제작이 결정되는 게 현재의 우리 영화계 시스템”이라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다른 영화제작사들은 하청화 종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상영관을 보유한 대기업 계열 메이저 영화사들이 유통을 독점하고 있어서, 아웃소싱 회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이 과정에서 영세 아웃소싱 업체들에게 가격을 후려치는 등의 문제가 반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어도 리베이트나 과다 청구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아직은 영화판에 떠돌아다닌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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