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은 오발탄?
[뉴스 쏙]
사거리 늘었지만 정확도에선 함량미달
“어디 떨어질지 몰라 더 위협적” 시각도
사거리 늘었지만 정확도에선 함량미달
“어디 떨어질지 몰라 더 위협적” 시각도
이달 들어 북한이 단거리 마시일 11발을 잇따라 쏘자 보수 세력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과 일본 전역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의 관심은 온통 미사일 사거리에 쏠려 있다. 한국이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사거리 300㎞ 탄도미사일에 묶여 있는 동안 북한은 사거리 300㎞인 스커드 비(B), 사거리 500㎞인 스커드 시(C) 미사일, 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남북 미사일 능력이 황새(북한)와 뱁새(남한)만큼이나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수 세력이 북한 미사일 위협을 언급할 때는 남한의 4배 이상인 사거리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그러나 미사일 성능은 사거리뿐 아니라 탄두 파괴력과 정확도에 달려 있다. 북한은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치중하느라 정확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게다가 기술적으로도 탄도미사일 유도기술이 정밀한 위성항법장치(GPS)가 아니라 단순한 관성항법장치(INS)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탄착점 오차를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미사일의 정확도는 ‘원형공산오차’로 표시된다. 원형공산오차는 발사된 미사일 가운데 50%가 떨어지는 지점의 반지름을 가리킨다. 쉽게 말해 원형공산오차가 1㎞라면, 목표를 향해 발사된 미사일의 50%가 목표 지점의 1㎞ 반경 안에, 나머지 50%는 반경 1㎞보다 먼 곳에 떨어진다는 뜻이다. 재래식 고폭탄두는 폭약 폭발 때 생기는 폭풍이나 열·파편으로 표적을 파괴한다. 따라서 미사일에 실린 1000㎏ 재래식 고폭탄두로 특정 군사적 표적에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원형공산오차 50m를 확보해야 한다. 사거리 300㎞인 한국 지대지미사일 현무의 원형공산오차도 50m 미만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 스커드 비, 스커드 시의 원형공산오차는 1㎞, 노동은 2~4㎞로 추정된다. 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고폭탄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의 공산오차가 1㎞라면, 심하게 말해 허공에 대고 발차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처럼 정확도가 떨어지다 보니 북한 스커드 미사일로 국가 지휘부, 군부대, 군비행장 같은 남한의 군사표적을 겨냥한 정밀타격에는 한계가 있다.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교수가 2년 전 발표한 ‘북한 미사일 위협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북한이 미사일을 이용해 휴전선에서 100㎞ 떨어진 한국군 공군기지 작전지휘소 한 곳을 타격하기 위해 스커드 미사일이 최대 300기가 필요하다.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을 600여기 갖고 있으므로,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 미사일을 모두 동원해야 한국군 공군 작전지휘소 두 곳을 타격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미사일의 정확도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군 관계자들은 “부정확한 북한 미사일이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엔 더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북한이 서울 정부중앙청사, 국방부 등을 겨눠 쏜 스커드 미사일이 애초 목표를 벗어나 서울 종로나 강남 등 인구 밀집지역에 떨어질 경우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 교통 마비와 함께 사람들을 공포에 빠지게 하는 심리적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만약 유사시 북한이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를 겨냥해 스커드 미사일 100발을 쏜다면, 50발은 정부중앙청사 반경 1㎞에 떨어지고, 나머지 50발은 서대문, 서울역, 동대문 등에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군에서는 “북한 미사일이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 더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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