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바밍 전문가 김일권(56)씨.
[뉴스 쏙] 호기심 플러스
엠바밍 : 주검 보존 위생처리
노 전 대통령 주검맡은 김일권씨
약품처리로 부패막아 ‘생전처럼’
냉장고 가두는 장례문화 바꿀때
엠바밍 : 주검 보존 위생처리
노 전 대통령 주검맡은 김일권씨
약품처리로 부패막아 ‘생전처럼’
냉장고 가두는 장례문화 바꿀때
올해 초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다. 40여만명이 서울 명동성당을 찾아 고인의 맨얼굴을 마주하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고인의 주검을 공개하는 건 한국의 장례문화에선 낯선 풍경이다. 그러나 외국에선 그다지 낯설지 않다. 외국 영화를 보면 딸과 아들이 관에 누워 있는 어머니의 귀에 마지막 작별 인사를 속삭이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고인의 주검을 말끔하게, 그리고 부패하지 않게 처리하는 전문가들이 따로 있어 가능한 모습이다. 고인이 가족, 친지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게 특수 처리를 하는 전문가가 ‘엠바머’다. 시신을 보존하기 위한 위생처리 작업인 ‘엠바밍’(embalming)을 업으로 하는 특수 직종이다. 최근 온 국민의 애도 속에 치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도 엠바머가 참여했다. 노 전 대통령이 숨진 뒤 장례식까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긴 7일장을 치렀음에도 더운 날씨에 주검이 변함없이 보존될 수 있게 처리한 이가 국내 최초의 엠바밍 전문가 김일권(56·사진)씨다. ■ 엠바밍이란? 주검을 마지막으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엠바밍은 염습과 비슷하다. 그러나 염습은 주검을 깨끗하게 닦고 옷을 입히는 정도지만 엠바밍은 장례식 동안 주검이 변하지 않도록 약품 처리를 하며 손상된 경우 복원작업까지 하는 점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엠바밍은 부패 방지 약품을 주검에 주입하는 작업으로 이뤄진다. 먼저 주검을 깨끗하게 씻은 뒤 소독약으로 전신을 꼼꼼히 닦고 눈과 입을 닫는다. 그 뒤에 ‘엠바밍 플루이드’(embalming fluid)라는 방부 약품을 주입한다. 약품은 보통 겨드랑이나 허벅지 안쪽 등의 동맥에 주입한다. 동시에 정맥에서는 피를 빼낸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피가 몸 밖으로 나온다. 혈관으로 들어간 약품은 모세혈관까지 전달되고 세포와 결합해 방부 작용을 한다. 또한 사람이 죽은 뒤 푸르게 변하는 살색을 생전의 색으로 되돌리는 것도 중요한 핵심기술이다. 엠바머의 노하우가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다. 약품을 잘 조절해 인종과 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른 낯빛의 미묘한 차이를 맞춰 고인의 생전 낯빛처럼 보이게 하는 것으로, 이 작업이 엠바머의 실력을 판가름한다. 약품 주입이 끝나면 고인이 생전과 같은 모습을 찾도록 화장을 하고 머리 손질을 해서 마무리한다. ■ 엄격한 과정 거쳐야 자격 취득…시간당 100달러 고소득 전문직
김씨는 북미 최대 상조회사 에스시아이(SCI)에서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을 따려면 우선 해부학, 미생물학 등을 가르치는 장례서비스 학과를 졸업한 뒤 경력 10년가량의 엠바머 밑에서 2년 정도 함께 작업하는 도제식 교육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따면 시급 100달러(12만7000원가량)의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 김씨의 스승이었던 찰스 스튜어트가 제자 김씨에게 가장 강조한 것이 ‘고인에 대한 예절’이었다고 한다. “실습 초기에 한번 호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주검의 국부를 가리지 않은 채 엠바밍을 했거든요. ‘당신이 죽었을 때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은 엠바밍하는 고인에게도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늘 명심해야 합니다.” 원래 전기설비회사를 다녔던 김씨는 국내에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분야에 2003년 뛰어들었다. 김씨가 장례 문제와 주검 처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1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다. 장의사의 부주의로 아버지 주검이 훼손돼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던 것이 계기였다. 허술한 장례 처리를 바꿔보고 싶어 고민하다가 쉰살 나이에 미국 유학에 나섰다. 5년 수련을 거쳐 작업증을 딴 김씨는 국내로 돌아와 지난해 시신 복원 및 장례식 전문업체를 차렸다. ■ 아직은 주한 외국인들 주로 요청…특별했던 노 전 대통령
아름다운 이별 뒤엔 ‘엠바밍’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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