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채널 오시엔, 어린이 만화 채널 투니버스, 오락채널 수퍼액션, 온스타일 등을 거느린 오리온그룹의 온미디어가 라이벌 씨제이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씨제이는 온미디어를 인수합병하면 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그래픽 홍종길 기자 jonggeel@hani.co.kr
[뉴스 쏙] CJ오쇼핑, 온미디어 인수 추진
CJ, 오리온과 케이블 양강구도서 독주로
YTN까지 인수땐 ‘지상파급 영향력’ 과시
온미디어 몸값 4000억~5000억원 마련에
방송통신 융합 무한경쟁 등은 부담으로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업계에 대변동이 일 조짐이다. 2000년대 이후 씨제이그룹과 오리온그룹이 영화제작·케이블방송·극장·공연제작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맞대결을 해온 양강 구도가 씨제이그룹 독점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씨제이와 함께 이 업계를 양분해온 오리온그룹이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핵심인 케이블방송 온미디어를 매물로 내놨고, 이를 씨제이가 사들이려 하고 있다. 씨제이그룹의 계열사 씨제이오쇼핑(전 씨제이홈쇼핑)은 최근 온미디어 인수를 검토한다고 공시를 냈다. 오리온그룹은 전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뛰어들어 모그룹 규모 면에서 훨씬 큰 씨제이에 맞먹는 양강으로 자리잡았었지만, 2007년 극장 체인 메가박스를 매각한 바 있다. 이어 다시 온미디어를 매각하게 되면 사실상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업종에서 손을 털고 빠지는 셈이다. 반면 오리온과 치열하게 시장을 놓고 싸웠던 씨제이가 온미디어를 인수하면 거의 케이블 시장 전체를 독점하는 절대 강자가 되어 시장을 공급자 위주로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각종 미디어와 업종이 융합되는 상황에서 씨제이가 온미디어 인수에 성공하면 파급력은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넘어 방송·통신·미디어업계 전체에 미치게 된다. 케이블 목장의 결투, 그 결말은?
식품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씨제이와 오리온은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서 라이벌로 승부를 벌여왔다. 영화에선 씨제이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공연에선 씨제이엔터테인먼트와 제미로, 극장에선 씨지브이와 메가박스가 맞붙어왔다. 그중에서도 두 그룹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해온 시장은 케이블방송으로, 씨제이의 씨제이미디어와 티브이엔, 씨제이헬로비전 등과 오리온의 온미디어가 승부를 벌이고 있다. 오리온은 1995년 어린이 애니메이션 채널 오리온카툰네트워크(1997년 투니버스로 이름 바뀜)를 시작으로 케이블에 진출해, 이후 대우그룹의 영화채널 디시앤(DCN·현 OCN)과 바둑티브이(TV), 중앙일보의 영화채널 캐치원(현 캐치온) 등을 잇달아 인수해 온미디어로 통합하면서 업계 1위에 올랐다. 씨제이는 1997년 음악채널 엠넷을 인수하며 케이블업계에 뛰어들었다. 씨제이는 영화채널에 맞서기 위해 2001년 인수한 엔티브이(NTV)를 현재 채널씨지브이(CGV)로 성장시켰고 애니메이션·스포츠 채널 등도 지속적으로 인수하며 온미디어와 덩치 경쟁을 본격화해 최근에는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케이블채널사업자(PP) 시장에서는 오리온이 앞서 나갔지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서는 씨제이가 우위를 점해왔다. 온미디어는 대구·강원·전남 권역에 모두 56만여명(점유율 3.7%)의 가입자를 보유한 에스오 4개를 갖고 있지만, 씨제이오쇼핑의 자회사인 씨제이헬로비전은 부산·경남·경북·충남 등 권역에서 13개 에스오에 251만여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다. 오리온의 온미디어는 콘텐츠에 주력하고, 쇼핑채널을 가진 씨제이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통망에 투자했다는 이야기다. 시장에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이 두 회사의 실적은 상당히 엇갈린다. 씨제이미디어는 2005년을 빼곤 줄곧 손실을 봤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수백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할 정도였다. 온미디어와 겨루며 물량 공세에 나선 탓이다. 씨제이미디어의 자회사인 티브이엔도 해마다 100억원 정도의 순손실을 보고 있다. 이 바람에 씨제이미디어도 매각설에 시달렸을 정도다. 반면 온미디어는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이익을 내왔다. 씨제이미디어가 자금 여력이 없다 보니 자매회사인 씨제이오쇼핑이 온미디어 인수전에 나선 것이다. 온미디어는 인터넷티브이(IPTV) 사업자로서 콘텐츠에 목말라하는 통신업체인 케이티와 에스케이텔레콤도 앞서 인수를 검토했을 정도로 관심 대상이어서 과연 씨제이가 차지할 것인지는 업계 최고 관심사다. 씨제이 미디어 제국 완성되나? 씨제이는 온미디어를 인수하면 케이블의 절대 강자가 된다. 겹치는 채널들을 정리하면 거의 모든 시장에서 단일 공급자가 되어 가격 등의 결정권을 홀로 쥘 수 있다. 당연히 영향력도 훨씬 커진다. 박종수 한화증권 분석가는 “두 회사가 합칠 경우 시청률 면에서 에스비에스 수준에 근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률조사기관 티엔에스(TNS)미디어코리아 집계로 씨제이미디어와 온미디어 채널들의 5월 평균 시청률 합계는 4.8%로, 지상파방송인 문화방송·에스비에스(각 4.8%·계열 케이블채널 제외)와 대등하고 한국방송 2티브이(4.6%)보다 높은 수준이다. 케이블방송 시장점유율도 두 회사가 합치면 32.8%까지 뛰어오른다. 지상파보다 케이블이 유리한 면도 많다. 경기침체로 광고시장이 최악의 상황이긴 하지만, 지상파방송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중간광고, 광고요금 자율화 등은 이미 케이블에서 제약 없이 하고 있다. 따라서 씨제이의 독점 구도가 완성되면 초과 이윤을 쉽게 얻어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업계에선 씨제이가 케이블 보도채널인 와이티엔(YTN)을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도 오래전부터 파다하다. 온미디어를 인수해 케이블 채널 전체를 쥐고 여기에 보도채널인 와이티엔까지 씨제이가 잡으면 실제로 에스비에스 부럽지 않은 수준의 규모와 영향력을 지니게 된다. 이미 씨제이는 영화와 다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씨제이가 온미디어를 인수하려는 이유를 절대 강자가 되어 판을 자기 위주로 짤 수 있게 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씨제이는 온미디어를 합치면 피피와 에스오 양쪽 모두에서 1위가 되어 콘텐츠와 유통 모두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터넷티브이에 대한 협상력도 높아져 통신업계들과의 힘겨루기에도 유리해진다. 온미디어 인수는 그동안 수익 면에서 재미를 못 봤던 씨제이가 큰 그림을 그리며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되는 것이다. 씨제이한테 부담스러운 것은 현재 4000억~5000억원 정도로 평가되는 온미디어 인수 금액 마련이다. 온미디어 쪽은 “우리가 매물로 내놓은 게 아니라 팔라는 제의가 올 초에 몇 군데에서 들어왔던 것”이라고 말하며 몸값을 올리고 있다. 인수에 성공하면 방송통신 융합 속에서 덩치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는 통신업체들과의 경쟁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오리온은 왜? 또다른 미스터리 오리온의 행보는 재계에 많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뛰어들어 단숨에 시장 개척에 성공하고 강자로 자리잡은 오리온이 불과 몇 년 만에 주력 회사들을 모두 팔아치우려 하고 있어서다. 오리온은 공연기획사 제미로를 정리했고 이어 극장업계 3위였던 메가박스를 오스트레일리아계 맥쿼리펀드에 팔았다. 이번에 온미디어를 팔면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로는 사실상 영화업계 2위인 쇼박스만 남게 된다. 쇼박스는 자산보다는 인적 토대의 회사여서 기업 매각 거래가 쉽지 않은 회사다. 이 경우 오리온으로서는 메가박스에 이어 온미디어까지 매각하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뛰어들기 전 식품 중심의 오리온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오리온이 발을 빼는 이유를 앞으로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과감하게 자금을 투자할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초반에는 발빠른 행보와 기획력으로 시장에 안착했지만 막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온미디어 등이 앞으로 더 성장하기가 쉽지 않고, 최근 광고 시장이 좋지 않은 점도 매각 추진 요인으로 꼽힌다. 한쪽에서는 오리온그룹의 ‘부부 경영 체제’가 재편되는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오리온그룹은 사위에게 경영권이 세습된 경우로, 창업주인 이양구 전 회장의 둘째사위 담철곤 회장이 그룹을 관장하며 부인인 이화경 롸이즈온 사장은 외식·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총괄해왔다. 메가박스는 매각했고 베니건스 등을 운영하는 외식업체인 롸이즈온과 온미디어가 매물로 나온 상황이어서 오리온그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화경 사장의 역할에 변화가 올 것이란 전망도 떠도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오리온그룹의 향후 투자행보가 관심을 모은다. 매각대금으로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그룹의 미래 성장엔진이 될 새로운 업종을 골라 투자할 수 있게 되는데, 아직까지 어느 쪽에 투자할지는 철저하게 입을 다물고 있다. 메가박스 매각 대금 1456억원 역시 유보하고 있는 터여서 더욱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007년 메가박스가 매각됐을 때만 해도 오리온그룹이 2006년 건설사인 메가마크를 설립한 것 때문에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오리온이 건설에 큰 관심을 쏟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그룹의 오랜 중심인 제과 사업을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오리온의 중국 법인인 팬오리온의 상장 가능성과 오리온제과의 프리미엄 제품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YTN까지 인수땐 ‘지상파급 영향력’ 과시
온미디어 몸값 4000억~5000억원 마련에
방송통신 융합 무한경쟁 등은 부담으로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업계에 대변동이 일 조짐이다. 2000년대 이후 씨제이그룹과 오리온그룹이 영화제작·케이블방송·극장·공연제작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맞대결을 해온 양강 구도가 씨제이그룹 독점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씨제이와 함께 이 업계를 양분해온 오리온그룹이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핵심인 케이블방송 온미디어를 매물로 내놨고, 이를 씨제이가 사들이려 하고 있다. 씨제이그룹의 계열사 씨제이오쇼핑(전 씨제이홈쇼핑)은 최근 온미디어 인수를 검토한다고 공시를 냈다. 오리온그룹은 전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뛰어들어 모그룹 규모 면에서 훨씬 큰 씨제이에 맞먹는 양강으로 자리잡았었지만, 2007년 극장 체인 메가박스를 매각한 바 있다. 이어 다시 온미디어를 매각하게 되면 사실상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업종에서 손을 털고 빠지는 셈이다. 반면 오리온과 치열하게 시장을 놓고 싸웠던 씨제이가 온미디어를 인수하면 거의 케이블 시장 전체를 독점하는 절대 강자가 되어 시장을 공급자 위주로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각종 미디어와 업종이 융합되는 상황에서 씨제이가 온미디어 인수에 성공하면 파급력은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넘어 방송·통신·미디어업계 전체에 미치게 된다. 케이블 목장의 결투, 그 결말은?
식품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씨제이와 오리온은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서 라이벌로 승부를 벌여왔다. 영화에선 씨제이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공연에선 씨제이엔터테인먼트와 제미로, 극장에선 씨지브이와 메가박스가 맞붙어왔다. 그중에서도 두 그룹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해온 시장은 케이블방송으로, 씨제이의 씨제이미디어와 티브이엔, 씨제이헬로비전 등과 오리온의 온미디어가 승부를 벌이고 있다. 오리온은 1995년 어린이 애니메이션 채널 오리온카툰네트워크(1997년 투니버스로 이름 바뀜)를 시작으로 케이블에 진출해, 이후 대우그룹의 영화채널 디시앤(DCN·현 OCN)과 바둑티브이(TV), 중앙일보의 영화채널 캐치원(현 캐치온) 등을 잇달아 인수해 온미디어로 통합하면서 업계 1위에 올랐다. 씨제이는 1997년 음악채널 엠넷을 인수하며 케이블업계에 뛰어들었다. 씨제이는 영화채널에 맞서기 위해 2001년 인수한 엔티브이(NTV)를 현재 채널씨지브이(CGV)로 성장시켰고 애니메이션·스포츠 채널 등도 지속적으로 인수하며 온미디어와 덩치 경쟁을 본격화해 최근에는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케이블채널사업자(PP) 시장에서는 오리온이 앞서 나갔지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서는 씨제이가 우위를 점해왔다. 온미디어는 대구·강원·전남 권역에 모두 56만여명(점유율 3.7%)의 가입자를 보유한 에스오 4개를 갖고 있지만, 씨제이오쇼핑의 자회사인 씨제이헬로비전은 부산·경남·경북·충남 등 권역에서 13개 에스오에 251만여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다. 오리온의 온미디어는 콘텐츠에 주력하고, 쇼핑채널을 가진 씨제이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통망에 투자했다는 이야기다. 시장에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이 두 회사의 실적은 상당히 엇갈린다. 씨제이미디어는 2005년을 빼곤 줄곧 손실을 봤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수백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할 정도였다. 온미디어와 겨루며 물량 공세에 나선 탓이다. 씨제이미디어의 자회사인 티브이엔도 해마다 100억원 정도의 순손실을 보고 있다. 이 바람에 씨제이미디어도 매각설에 시달렸을 정도다. 반면 온미디어는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이익을 내왔다. 씨제이미디어가 자금 여력이 없다 보니 자매회사인 씨제이오쇼핑이 온미디어 인수전에 나선 것이다. 온미디어는 인터넷티브이(IPTV) 사업자로서 콘텐츠에 목말라하는 통신업체인 케이티와 에스케이텔레콤도 앞서 인수를 검토했을 정도로 관심 대상이어서 과연 씨제이가 차지할 것인지는 업계 최고 관심사다. 씨제이 미디어 제국 완성되나? 씨제이는 온미디어를 인수하면 케이블의 절대 강자가 된다. 겹치는 채널들을 정리하면 거의 모든 시장에서 단일 공급자가 되어 가격 등의 결정권을 홀로 쥘 수 있다. 당연히 영향력도 훨씬 커진다. 박종수 한화증권 분석가는 “두 회사가 합칠 경우 시청률 면에서 에스비에스 수준에 근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률조사기관 티엔에스(TNS)미디어코리아 집계로 씨제이미디어와 온미디어 채널들의 5월 평균 시청률 합계는 4.8%로, 지상파방송인 문화방송·에스비에스(각 4.8%·계열 케이블채널 제외)와 대등하고 한국방송 2티브이(4.6%)보다 높은 수준이다. 케이블방송 시장점유율도 두 회사가 합치면 32.8%까지 뛰어오른다. 지상파보다 케이블이 유리한 면도 많다. 경기침체로 광고시장이 최악의 상황이긴 하지만, 지상파방송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중간광고, 광고요금 자율화 등은 이미 케이블에서 제약 없이 하고 있다. 따라서 씨제이의 독점 구도가 완성되면 초과 이윤을 쉽게 얻어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업계에선 씨제이가 케이블 보도채널인 와이티엔(YTN)을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도 오래전부터 파다하다. 온미디어를 인수해 케이블 채널 전체를 쥐고 여기에 보도채널인 와이티엔까지 씨제이가 잡으면 실제로 에스비에스 부럽지 않은 수준의 규모와 영향력을 지니게 된다. 이미 씨제이는 영화와 다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씨제이가 온미디어를 인수하려는 이유를 절대 강자가 되어 판을 자기 위주로 짤 수 있게 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씨제이는 온미디어를 합치면 피피와 에스오 양쪽 모두에서 1위가 되어 콘텐츠와 유통 모두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터넷티브이에 대한 협상력도 높아져 통신업계들과의 힘겨루기에도 유리해진다. 온미디어 인수는 그동안 수익 면에서 재미를 못 봤던 씨제이가 큰 그림을 그리며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되는 것이다. 씨제이한테 부담스러운 것은 현재 4000억~5000억원 정도로 평가되는 온미디어 인수 금액 마련이다. 온미디어 쪽은 “우리가 매물로 내놓은 게 아니라 팔라는 제의가 올 초에 몇 군데에서 들어왔던 것”이라고 말하며 몸값을 올리고 있다. 인수에 성공하면 방송통신 융합 속에서 덩치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는 통신업체들과의 경쟁도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오리온은 왜? 또다른 미스터리 오리온의 행보는 재계에 많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뛰어들어 단숨에 시장 개척에 성공하고 강자로 자리잡은 오리온이 불과 몇 년 만에 주력 회사들을 모두 팔아치우려 하고 있어서다. 오리온은 공연기획사 제미로를 정리했고 이어 극장업계 3위였던 메가박스를 오스트레일리아계 맥쿼리펀드에 팔았다. 이번에 온미디어를 팔면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로는 사실상 영화업계 2위인 쇼박스만 남게 된다. 쇼박스는 자산보다는 인적 토대의 회사여서 기업 매각 거래가 쉽지 않은 회사다. 이 경우 오리온으로서는 메가박스에 이어 온미디어까지 매각하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뛰어들기 전 식품 중심의 오리온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오리온이 발을 빼는 이유를 앞으로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과감하게 자금을 투자할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초반에는 발빠른 행보와 기획력으로 시장에 안착했지만 막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온미디어 등이 앞으로 더 성장하기가 쉽지 않고, 최근 광고 시장이 좋지 않은 점도 매각 추진 요인으로 꼽힌다. 한쪽에서는 오리온그룹의 ‘부부 경영 체제’가 재편되는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오리온그룹은 사위에게 경영권이 세습된 경우로, 창업주인 이양구 전 회장의 둘째사위 담철곤 회장이 그룹을 관장하며 부인인 이화경 롸이즈온 사장은 외식·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총괄해왔다. 메가박스는 매각했고 베니건스 등을 운영하는 외식업체인 롸이즈온과 온미디어가 매물로 나온 상황이어서 오리온그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화경 사장의 역할에 변화가 올 것이란 전망도 떠도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오리온그룹의 향후 투자행보가 관심을 모은다. 매각대금으로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그룹의 미래 성장엔진이 될 새로운 업종을 골라 투자할 수 있게 되는데, 아직까지 어느 쪽에 투자할지는 철저하게 입을 다물고 있다. 메가박스 매각 대금 1456억원 역시 유보하고 있는 터여서 더욱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007년 메가박스가 매각됐을 때만 해도 오리온그룹이 2006년 건설사인 메가마크를 설립한 것 때문에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오리온이 건설에 큰 관심을 쏟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그룹의 오랜 중심인 제과 사업을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오리온의 중국 법인인 팬오리온의 상장 가능성과 오리온제과의 프리미엄 제품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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