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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전투화 “무좀, 좀 비켜줄래?”

등록 2009-08-20 18:50수정 2009-08-21 14:57

신형 전투화 “무좀, 좀 비켜줄래?”
신형 전투화 “무좀, 좀 비켜줄래?”
[뉴스 쏙]
가볍고 편하게 개선해 10월 보급
예산 부족해 1인당 여전히 2켤레
광내면 적에 쉽게 노출돼 규정위반
오늘은 전투화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 군인들이 신는 발목까지 올라오는 시커먼 솥뚜껑 같은 신발, 흔히 ‘워커’라고도 하지.

얼마 전에 국방부는 10월부터 가볍고 편한 신형 전투화를 장병들에게 보급한다고 밝혔어. 새 전투화는 5분대기조처럼 급히 출동할 때 신발끈을 한 번에 당겨 맬 수 있어 편리해. 또 신발창과 뒷굽을 등산화처럼 하나로 만들어 모양과 쿠션감도 좋아졌어. 지금 전투화는 창과 뒷굽이 따로 떨어져 있어 뒷굽을 못으로 박았는데, 오래 걷거나 많이 뛰면 뒷굽이 쉽게 닳거나 떨어져 나가 불편했지.

새 전투화는 발목 높이를 약 3㎝ 줄여 발목과 종아리가 한결 편해졌다고 해. 그런데 왜 전투화는 발목까지 올라올까. 우리나라 군인들이 신는 전투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공수부대원의 점프화가 그 기원이야. 낙하산을 탄 공수부대원이 땅에 내릴 때 발목을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해 발목까지 올라오는 전투화가 처음 개발됐어.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대부분 군화는 그냥 남자 구두 모양이었대. 여기에 군복 바지 밑단을 여미는 각반을 두르는 게 일반적이었어.

기존 한국군 전투화는 크기가 240~290㎜로 15종류였어. 새 전투화는 235~330㎜까지 20가지로 늘렸어. 발이 작은 여군과 발이 너무 커 맞는 전투화가 없어 고생하던 ‘대발이’를 배려한 거야. 2006년 기준으로 18~24살 여성의 평균 발 크기가 234㎜인데, 지금까진 제일 작은 군화가 240㎜였던 거야. 그동안 여군들은 70·80년대 군대처럼 전투화에 발을 맞추며 군대 생활을 한 거야.

여군 전투화가 따로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김에 확인하고 넘어가자고. 육해공군 각군과 계급에 따라 전투화가 다를까? 육해공군 전투화는 모두 같은 재질(쇠가죽)과 같은 모양이고, 전투화는 장군용·장교용·여군용·부사관용·병사용 구분이 없어. 장군 전투화는 행사용으로 특수제작된 게 있지만, 보급 숫자가 극히 제한돼 있다고 해.

예외 없는 법칙이 없는 것처럼 해병대 전투화는 좀 달라. 해병대 전투화를 흔히 ‘세무 워커’라고 하는데, 공식 이름은 육면(肉面) 전투화야. 보통 전투화는 쇠가죽의 껍질(피면)로 만드는데 세무 워커는 가죽의 겉과 속을 뒤집어 육면으로 만들어.

해병대가 이 전투화를 신는 것은 그냥 ‘폼’이 아니라 다 이유가 있어. 해병대의 주임무인 상륙작전 때문이지. 가죽전투화는 물을 먹으면 무거워져 발을 떼기 힘들고 갯벌에서는 빠져나오기 어려워. 그런데 육면 전투화는 털 사이사이마다 기포와 공기가 들어갈 공간이 생겨 갯벌에 빠져도 발이 잘 빠져나올 수 있대.

국방부는 새 전투화도 병사들에게 지금처럼 2켤레씩 보급하기로 했어. 한때 지금보다 1켤레 늘려 3켤레 보급하는 방안도 검토해봤는데 예산이 부족해 포기했대. 사실 병사들이 제대할 때까지 전투화 2켤레 갖고는 턱없이 부족해. 대개 병사들은 1켤레는 휴가·외출·외박 때 신으려고 개인 관물함에 고이 보관하고, 1켤레로 사시사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훈련과 작업을 하지. 더러워져도 빨 수도 없는 전투화를 2년가량 신으니 전투화 안에서 무좀균이 창궐할 수밖에. 게다가 2004년 이전 보급된 전투화는 방수에만 치중해 가죽에 코팅까지 해 그야말로 무좀과 발냄새의 온상이었어.


새 전투화는 방수기능은 기존 제품보다 4배 이상 강화됐지만 공기를 잘 통하게 해 발에서 나는 습기나 열, 냄새를 쉽게 배출할 수 있어 무좀 걱정을 많이 덜 수 있다고 해. 이왕 새로 만든 전투화의 보급을 3켤레로 늘리거나 여름용·겨울용 전투화로 나눠 개발·보급하면 병사들의 무좀 발생을 원천봉쇄할 수 있을 텐데…. 정부는 돈이 없다고 못 한다네. 5만원이 조금 넘는 새 전투화를 65만명 전 장병에게 1켤레씩 더 주는 데 약 340억원가량 필요해. 참고로 정부는 내년에 4대강 살리기 예산을 8조6천억원이나 잡아 뒀어.

새 전투화가 보급된다고 하자, 온라인에서는 미국 전투화와 한국군 전투화를 비교하더군. 미군 전투화는 고어텍스와 나일론 직물, 연질 우레탄을 사용해 신축성과 통풍·쿠션이 뛰어나. 게다가 임무와 계절적 환경을 고려한 사계절용·여름용·겨울용 등 전투화만 모두 19종류야.

이에 대해 국방부는 미군 전투화와 비교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거야. 미군은 전부 직업군인들이기 때문에 우리처럼 전투화를 공짜로 보급받지 않고 필요한 전투화를 개인이 산다고 해. 미군 전투화 1켤레 값은 최소 7만원이고 보통 10만원이 넘어, 우리 전투화보다 갑절 이상 비싸. 미군 전투화 종류가 다양한 것도 미군이 사막, 북극 등 전세계 곳곳의 다양한 지형과 날씨에서 작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지. 특히 고어텍스 소재 미군 전투화는 비싼데다 겨울 방한 개념이라, 사계절용 전투화가 필요한 우리 상황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는 거야.

마지막으로, 새 전투화를 보급받으면 제발 ‘물광’을 내지마. 병사들은 휴가 나가기 전 물광으로 전투화를 거울처럼 빛을 내는데, 이거 전투화 관리 규정 위반이야. 전투화 색이 왜 검은 줄 알아. 때 타지 말라고? 정답은 밤에 작전할 때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야. 적의 눈에 띄지 말라고 일부러 검은색으로 만든 전투화를 물로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것은 자살 행위, 이적 행위가 아닐까.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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