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하오 9단이 28일 삼성화재배 정상에 오른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차분한 풍모의 딩하오(23) 9단이 삼성화재배 정상에 올랐다. 셰얼하오(25) 9단과 치열한 접전 끝에 얻은 우승이어서 기쁨이 더했다.
딩하오는 28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에서 셰얼하오 9단에게 300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종합전적 2승1패를 기록한 딩하오는 사상 처음으로 삼성화재배를 움켜쥐었다. 우승상금 3억원.
딩하오는 2월 엘지배에 이어 삼성화재배 패권을 차지하면서 메이저 세계기전 타이틀 두 개를 따냈다. 이날 셰얼하오와의 대국에서도 1~2국과 마찬가지로 제한시간 2시간을 다 썼고, 1분 초읽기 5회로 버티면서 1시간을 남긴 셰얼하오를 꺾었다. 벼랑 끝에 몰렸지만 강력한 집중력으로 속기파 셰얼하오의 압박을 뚫어냈다.
2018년 엘지배 우승 뒤 사상 두 번째 세계기전 트로피를 노렸던 셰얼하오는 반집 뒤진 것을 확인한 뒤 돌을 거뒀다. 준우승 상금 1억원.
딩하오 9단이 28일 홍성윤 삼성화재 부사장(왼쪽),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과 우승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삼성화재배 본선 무대에 처음으로 오른 딩하오는 32강전부터 홍성지 9단, 김승진 4단, 김명훈9단, 박정환 9단을 차례로 꺾었고 이날 셰얼하오를 제치면서 정점을 찍었다.
딩하오는 대국 뒤 “이번 우승은 예상치 못한 우승이다. 대회기간 몸이 좋지 않았다. 결승에서 아슬아슬하게 이겨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또 “박정환 선수와의 대결이 가장 인상 깊었다. 처음에 실수했는데 마음을 다잡아 역전에 성공했다. 그런 기회가 흔치 않은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화재배 우승자 딩하오 9단(오른쪽)과 셰얼하오 9단. 한국기원 제공
딩하오는 “앞으로 우승을 몇 번 더 하는 것이 목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이번 대회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우승하게 돼 기뻤다. 향후에도 실력을 높여 더 많은 우승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결승전 직후 열린 시상식에는 홍성윤 삼성화재 부사장과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참석해 선수들의 수상을 축하했다.
스물여덟 번째 대회를 마친 삼성화재배에서는 주최국 한국이 14회, 중국이 12회, 일본이 2회 우승을 기록 중이다. 이번에 중국 강풍이 몰아치면서 향후 대륙풍이 거세질 것을 예고했다.
한편 셰얼하오는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부산으로 이동해 30일 열리는 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2라운드 제5국에서 한국의 원성진 9단과 대결한다. 셰얼하오는 농심배에서 3연승을 거둔 상태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