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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바둑

돌부처, 황사 잠재울까

등록 2010-02-09 19:18

박정상 9단
박정상 9단




박정상 9단의 흑돌백돌 /

#1 1회 응씨배가 벌어진 1988년 11월20일 서울 롯데호텔. 한 사내가 공개 해설장에 들어서자, 수백명의 바둑 팬들은 기립박수로 환대했다. 주최국 대만의 무시를 받으며 16강에 달랑 한 장의 참가 티켓을 배정받은 한국이 결승에 진출한 직후였다.

감격스러운 환대에 천재 승부사는 가슴이 벅차 입을 막고 눈물을 글썽였고, 비장한 각오로 임한 결승전에서 중국의 바둑영웅 녜웨이핑 9단을 3 대 2로 꺾고 ‘바둑황제’라는 칭호를 얻는다. 바로 조훈현 9단이다.

#2 조훈현을 필두로, 한국 바둑은 세계 무대에서 힘을 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단 하나 난공불락이 일본 주최의 후지쓰배였다. 5차례 진행되는 동안 우승은 모두 일본의 몫이었다. 1993년 제6회 후지쓰배가 시작됐고, 한국은 모처럼 준결승에 조훈현, 유창혁 두 명이 진출했다. 7월3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준결승전은 조훈현 대 가토, 유창혁 대 아와지의 한-일전이었다. 오후에 접어들면서 두 선수 모두 필패의 형세가 되었고, 현지로부터 대국 수순을 팩스로 받으며 검토에 열중하던 한국의 기사들은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기적은 그 순간부터 일어났다. 두 기사는 투혼을 발휘해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역전 반집승을 이끌어냈다. 한국의 후지쓰배 첫 영광의 순간은 이렇게 탄생했다.


#3 2005년 2월26일 중국 상하이에서 농심배 최종국이 끝났다. 2005 바둑연감에 실린 한 장의 사진에는 수많은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는 이창호 9단과 고개를 푹 숙인 중국의 왕시 5단이 있다. 한국 바둑의 위기 상황에 등판해 중·일의 고수 5명을 차례로 연파하며 우승컵을 한국에 안긴 이창호 9단. 그는 언제나 한국 바둑의 구세주였다.

그 이창호 9단이 22일부터 엘지(LG)배 결승전을 치른다. 상대는 삼성화재배를 제패하고, 중국 랭킹 1위로 급부상한 쿵제 9단. 최근 몇 년 동안 거센 황사바람이 몰아치고 있지만 한국 바둑은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이창호 9단에게 기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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