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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바둑

“국경이나 메달보다 소중한 건 바둑”

등록 2010-05-18 22:33

루이 9단
루이 9단
아시안게임 중국대표로 나선 루이 9단
한국엔 미워할 수 없는 ‘난적’
“제가 이겨도 화내지 마세요”




여자바둑 세계 1인자 루이나이웨이(47) 9단이 화제다. 루이는 지난 10일 2010 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 중국 대표팀 선발전에서 7승3패로 출전권을 챙겼다. 중국은 루이 외에 재중동포 송용혜 5단, 탕이 2단을 선발했다. 세계 최강 루이가 가세하면서 한국 여자대표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2000년대 한국 여자바둑을 한 차원 끌어올린 ‘사부’ 루이를 대적할 선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바둑을 둘 수 있도록 배려한 한국에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 루이도 내심 한국에 ‘창끝’을 겨눠야 하는 입장이 미안한 듯했다. 18일 2010 여자국수전 우승 시상식이 열린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앞 커피숍에서 루이를 만났다.

-여자국수전 7번 우승이다. 혼자만 독식하는 것 아닌가?

“싸움은 항상 어렵다. 한국 여자기사들이 모두 세기 때문에 우승이 쉽지 않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루이는 명인, 기성까지 국내 여류기사 3대 타이틀을 석권하고 있다. 그래서 별명이 ‘철녀’, ‘여제’다.

-아시아경기대회 중국 대표로 뽑힌 소감은?

“나이를 많이 먹었고, 원래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배우는 기회로 생각하고 뒀는데 결과가 좋았다.”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은가?

“한국도 세고, 일본도 있다. 아마 한국과 중국의 대결이 될 것 같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에서 10년 이상 활동했는데, 이제 한국의 적이 됐다.(웃음)

“내 입장이 참 어렵다. 한국 바둑이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면 루이라는 존재는 없었을 것이다. 한국 팬들에게 먼저 감사하고 미안하다. 그런데 난 중국에서 태어난 중국 사람이다. 여권이 중국으로 돼 있다. 그러나 내가 중국팀에 있다고 중국이 우승하리란 보장도 없고, 내가 없다고 한국이 우승하리란 보장도 없다. 그냥 기사의 천직은 바둑을 두는 것이고, 나는 바둑을 둘 뿐이다.”

중국기원에 밉보인 남편 장주주 9단을 쫓아 유랑생활을 한 루이는 1999년 객원기사로 한국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10년 동안 아시아 한·중·일 3국 가운데 최하위였던 한국 여자바둑은 루이를 직간접적으로 사사하면서 급성장했다. 루이는 2000년 국내 최고 권위의 국수전에서 조훈현과 이창호를 잇따라 누르고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다. 한국의 여성기사들은 루이를 “사부”나 “사범님”이라고 부른다.

-한국 기사들 가운데 까다로운 선수는 누구인가?

“박지은 9단, 조혜연 8단, 김혜민 6단, 이민진 5단, 김미리 초단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과거와 달리 이들과 싸우기는 매우 힘들다.”

-앞으로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중국에 가면 언어와 음식, 문화적으로 편하다. 그러나 난 한국기원 소속 기사이고, 한국이 편하기도 하다. 가끔씩 여행을 가겠지만 나의 무대는 어디까지나 한국이다.”

남편 장주주 9단은 루이의 평생 반려자이다. 두 사람은 한시도 떨어져 있지 못한다. 한때 중국기원과 대립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해소돼 중국 왕래도 자유롭다.

루이는 “아시아경기대회 때 남편도 동행하는가”라는 질문에 “숙소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같이 가고 싶다. 남편이 없으면 안 된다”며 닭살 커플임을 자랑했다.

루이는 바둑 얘기만 하면 눈이 총총히 빛난다. 바둑의 절대 경지는 루이의 미소처럼 순수함일지도 모른다. 그는 “국경이나 금메달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바둑이 두고 싶을 뿐”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래도 국내의 팬들이 걱정되기는 하나 보다. 그는 “혹시 제가 (한국 선수를) 이겨도 화내지 마세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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